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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계시록’ 연상호 감독 “이 사회가 잉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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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록’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신이 보려는 관점 외에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죠. 그런 의미에서 ‘계시록’은 지금 이 사회가 잉태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계시록'(제작 와우포인트)으로 돌아온 연상호 감독이 믿음과 광기를 오가는 한 목사를 통해 믿음이 어떻게 위험한 망상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연 감독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것들이 제 작품의 원동력”이라며 ‘계시록’을 영화화하던 당시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세상은 그 믿음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계시록’은 애니메이션 연출로 출발한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함께 그린 동명만화가 원작이다. 

영화는 한 소녀의 실종을 둘러싸고 목사 성민찬(류준열)과 형사 이연희(신현빈), 전과자 권양래(신민재)가 얽혀 서로 다른 믿음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일이 ‘신의 계시’라고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좇는 과정에서 권양래가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영화는 서로 다른 믿음에 사로잡힌 세 인물을 통해 맹목적인 신념이 어떻게 진실을 가리고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내는지 조명한다.

연상호 감독은 “제가 어렸을 때는 채널이 많지 않아서 TV를 한 번 틀어놓으면 보기 싫은 것도 그냥 봤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 때와 많은 게 달라졌다. 원하는 콘텐츠만 골라서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감독은 “영화에서 성민찬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도 점점 자신이 원하는 앵글대로만 세상을 보려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극중 성민찬은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자연현상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인 뒤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광기의 질주를 펼친다.

성민찬 목사 역의 류준열. 사진제공=넷플릭스

● 류준열·신민재·신현빈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류준열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류준열이 연기한 성민찬은 어느 날 교회를 찾은 권양래가 자신의 아들을 유괴한 범인이라고 의심하다가 신의 계시를 목격하고 뒤틀린 믿음에 사로잡혀 그의 뒤를 쫓는다. 의심이 확신으로 증폭하는 과정을 표현한 류준열은 인간 내면의 불안과 집착을 거센 에너지로 분출한다. 실제 기독교 신자인 류준열은 친분이 있는 목사의 기도 음성을 녹음해 연기에 참고하거나 촬영 당시 직접 기도문을 써오는 등 성민찬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했고, 이런 모습은 감독도 놀라게 했다. 

“성민찬이 (신도들 앞에서)기도하는 장면의 톤을 듣고 놀랐어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목사님들 특유의 미묘한 말투가 있거든요. 그게 되게 리얼하게 느껴졌죠. 류준열은 신자로서 민찬을 오랫동안 분석했고 목사님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영화 초반에 불길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긴장감을 높인 권양래를 연기한 신민재에 대해서는 “주로 재미있는 역할을 많이 했던 배우”라면서 “권양래는 중요하지만 낯선 배우가 했으면 했다. 또 류준열, 신현빈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기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함께하게 됐다”고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신현빈과는 tvN 드라마 ‘괴이’를 시작으로 ‘계시록’에 이어 향후 공개될 영화 ‘얼굴’과 ‘군체’까지 함께한다. 신현빈을 “스토리텔링이 있는 얼굴”이라고 칭한 연 감독은 “신현빈은 카메라를 가만히 비추고만 있어도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면서 “현장에서 항상 밝고 에너지가 좋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연속적으로 함께하게 됐다”고 웃었다.

연상호 감독은 영화에서 권양래의 심리를 담당한 정신과 의사 이낙성(김도영)을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이낙성은 동생을 구하지 못해 자책하는 이연희에게 ‘이 세상의 비극은 복합적인 원인에서 발생한다’고 말하고, 권양래라는 범죄자를 알기 위해서는 그를 악마나 괴물로 바라보지 말고 ‘보이는 것만 보자’고도 조언한다.

“‘계시록’은 메시지가 명확하고, 그만큼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중요시 여기는 편입니다. 물론 관객들에게 납득시키는 방식도 중요하죠. 영화를 끝까지 따라왔다면 작품의 메시지를 이낙성 교수의 말로 들어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봤죠.”

‘계시록’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영화 ‘그래비티’ ‘로마’ 등을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번 협업은 쿠아론 감독이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연 감독은 “영어 영화를 준비하면서 미국의 여러 제작사들과 미팅을 진행했는데 그중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제작사인 에스페란토 필름에서 먼저 연락을 줬다. 미국 프로젝트는 최종적으로 다른 제작사와 하지만 ‘계시록’을 함께하게 됐다”면서 쿠아론 감독이 “기획, 편집, 마케팅 단계에서 최초의 비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을 줬고 제 비전을 존중해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계시록'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계시록’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 ‘얼굴’ ‘가스인간’ 그리고 ‘군체까지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선산’ ‘기생수: 더 그레이’ ‘지옥’ 시즌2까지 3편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였던 연상호 감독은 올해 ‘계시록’을 시작으로 영화 ‘얼굴’와 ‘군체’ 등 연이어 신작을 내놓는다. 또한 일본 넷플릭스 시리즈 ‘가스인간’에서는 총괄 프로듀서이자 각본가로 참여하고, 미국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트라이스타픽처스와 함께하는 영화 ’35번가’도 준비 중이다.

상업영화와 영화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리즈를 넘나들며 바쁜 행보를 이어가는 감독은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라면서 “힐링할 시간이 필요해서 ‘얼굴’을 만들었고, 그 작품을 하면서 쉬었다”고 웃었다. 박정민, 권해효 등이 출연하는 ‘얼굴’은 제작비 2억원이 투입된 저예산 독립영화로, 20여명의 스태프와 함께 촬영했다. 거대 자본에 기대지 않고 창작자로서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펼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연 감독은 “힘들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만 죽어라 하다가 오래간만에 휴가 간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오구리 슌과 아오이 유우 등이 출연하는 ‘가스인간’에 대해 그는 “제가 쓴 대본을 일본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생긴다. 묘한 힐링이 되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불행하게도 작품을 만드는 거 외에는 취미가 없어요. 그래서 작업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해요.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함께하는 것도 일본 시리즈에 참여하는 것도 저에겐 너무 소중한 경험이거든요. 그런 경험들을 귀하게 사용하면서 창작의 외연도 넓혀가고 싶어요. 앞으로도 그런 기회들을 많이 가져가려고 해요. 기회라는 건, 있을 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현재 연상호 감독은 전지현이 주연하는 ‘군체’ 촬영에 한창이다. 2026년 개봉 예정으로, 전지현이 ‘암살'(2015년)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이다. 그는 전지현에 대해 “그렇게 에너지가 강한 분인지 몰랐다”면서 “톱스타가 가지고 있는 열정과 에너지에 감탄하고 있다. 함께 촬영하면서 저도 에너지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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