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가족을 위해, 자녀를 위해 희생한 부모 세대를 향한 헌사가 노년에 이른 애순과 관식의 이야기에 담긴다. 첫 회부터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터트리기 시작하더니 매회 어김없이 ‘부모 생각’ ‘엄마 생각’에 눈물 마를 날 없게 만든 ‘폭싹 속았수다’가 마지막 이야기를 남겨두고 있다. 부부의 이별 그리고 부모와 자녀의 이별이 예상되면서 상실과 고통을 지나 다시 살아가는 삶의 의지를 담은 이야기로 강력한 눈물을 예고한다. 이때 가수 임영웅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임영웅과 ‘폭싹 속았수다’의 만남은 주인공인 애순(문소리)이 영웅시대라는 설정으로 이뤄졌다. 제주도에서 처음 여성 어촌계장에 당선된 애순이 훗날 임영웅의 팬이 돼 팬클럽 영웅시대에 가입하면서 쓴 아이디가 ‘어촌계장’이라는 사연으로 눈길을 끌었다. 극중 애순은 1951년에 제주에서 태어났다. 누구보다 똑똑했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원 없이 공부하지 못했고, 열여덟 살에 결혼해 세 자녀를 낳고 생선 좌판을 열어 생계를 이은 강인한 엄마다. 고단한 삶을 사랑으로 견딘 애순은 마음 깊은 곳에 시를 쓰고 싶고, 대학도 가고 싶은 바람을 품고 산다.
애순의 모습은 실제 영웅시대의 주축인 팬덤과도 겹친다. 임영웅은 2020년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 출연하면서부터 6070세대, 특히 여성 팬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위로하는 노래로 사랑받았다. 가수 김광석이 다시 부른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지금의 임영웅을 있게 한 결정적인 곡으로도 꼽힌다. 평생 믿고 의지하며 사랑한 노부부의 인생과 이별을 노래한 곡으로 비슷한 세대와 경험을 지닌 이들을 영웅시대로 뭉치게 했다. 덕분에 이전에 없었던 전무후무한 팬덤을 형성하게 했고, 지금은 중·장년층을 확실한 기반에 두고 3040세대로 팬덤을 확장했다.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 임영웅의 열렬한 팬인 사실은 딸 금명(아이유)도 익히 알고 있다. 엄마의 인생을 술회하는 내레이션을 통해 애순이 영웅시대의 팬카페에 가입한 사실을 직접 알리기도 했다. 이제 관심은 남은 이야기에서 과연 임영웅의 이름과 노래 등 그 존재가 어떻게 등장할지 여부로 향한다. 드라마는 지금까지 매회 세밀하게 뿌린 복선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퍼즐 조각 끼우듯 맞추고 있다. 대사 한 마디, 사소하게 다뤄지는 듯한 설정 하나까지 훗날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연결된다. 이로 인해 영웅시대 애순과 임영웅의 설정이 남은 이야기에 등장한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힘을 얻는다.
지난 7일부터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연출 김원석)는 1950년대 초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과 관식의 일대기를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아이유와 박보검, 문소리와 박해준이 애순과 관식의 젊은 시절과 중년 이후의 삶을 나눠 연기했다. 아이유는 애순과 딸 금명까지 1인2역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마다 4편씩 공개한 드라마는 오는 28일 마지막인 4막을 통해 평생 깊게 사랑하면서도 힙겹게 살아온 애순과 관식의 찬란하게 빛난 인생의 마지막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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