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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65%] 이토록 허술한 ‘계시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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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록’의 한 장면. 류준열은 왜곡된 믿음을 지닌 성민찬 목사를 연기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나 이제 명백히 알 거 같아. 왜 당신 같은 사탄의 자식을 내 앞에 계속해서 보내 주시는지. 내가 그분의 명령을 얼마나 충실히 따르시는지 보시기 위함이에요.”

목사 성민찬(류준열)이 흔들림 없이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한다. 위험한 행동을 벌이는 그를 설득할 수 있는 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신의 계시’는 의심할 수 없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계시록’은 서로 다른 믿음에 사로잡힌 세 인물을 통해 ‘신념을 가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묻는다.

신념은 누군가에게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되어 삶을 지탱해 주지만, 때론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을 정당화하고 진실을 외면하게 만들기도 한다.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계시록’은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신념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다’는 말처럼 개인의 사고를 마비시키고 결국 인간을 파괴할 수도 있는 신념의 두 번째 얼굴을 그려낸다. 다만 영화의 초반에 날카롭게 드러난 이 같은 주제는 믿음에 휘말린 주인공들의 허술한 행동과 이를 표현하는 느슨한 전개에 함몰돼 힘을 잃고 만다. 또한 영화의 메시지를 등장인물의 행동과 대사를 통해 지나치게 친절하게 전달하면서 관객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차단해 아쉬움을 남긴다. 

● 믿음으로 포장된 광기 

한 소녀의 실종을 둘러싸고 목사 성민찬과 형사 이연희(신현빈) 그리고 전자발찌를 찬 전과자 권양래(신민재)가 얽히고설킨 ‘계시록’에서 세 인물은 각자의 믿음을 따른다. 소녀를 쫓아 교회를 방문한 권양래에게 새 신도 등록을 권하는 성민찬은 이내 악연으로 얽힌 관계에서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신의 계시라고 정당화한다. 처음엔 의심과 두려움을 느끼지만 어긋난 본인의 행동을 점차 확신하기에 이른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자연현상을 하나님의 계획이자 뜻으로 받아들이는 성민찬의 모습을 통해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광기가 어디까지 인간을 몰아붙일 수 있는지를 파고든다.

이연희는 범죄 피해의 후유증에 시달리가 세상을 떠난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환각까지 겪으며 점점 피폐해져간다. 실종사건 용의자로 의심되는 권양래와 수상한 성민찬의 뒤를  쫓지만 끊임없이 동생의 환영에 시달린다. 사건을 만드는 권양래는 어린 시절의 폭력과 학대의 상처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다. 그 역시도 비정상적인 믿음으로 자신의 행동을 타당화한다.

영화는 여고생 실종사건으로 얽힌 성민찬, 이연희, 권양래의 뒤틀리고 어긋난 믿음을 동력으로 삼아 맹목적인 신념 아래 벌어지는 폭력과 자기 파괴의 과정을 탐구하려 한다. 세 인물에게 ‘계시’는 사전적 의미인 ‘신의 진리’와는 다르다. 눈 앞에 벌어진 일을 각자가 믿고 싶은 대로 보고 따르는 인물들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사는 현실을 떠오르게 한다.  

범죄자 권양래를 연기한 신민재. 사진제공=넷플릭스

● 대사에 의존한 메시지…

연상호 감독은 ‘계시록’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던 인물들이 겪게 되는 파멸과 구원의 이야기”라며 “판타지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적인 톤과 연기로 내밀한 심리 스릴러를 만들어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류준열의 새로운 얼굴은 ‘계시록’을 흥미롭게 한다. 류준열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진실이라 믿는 성민찬을 통해 현실과 망상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인물을 보여준다. 불륜을 저지른 아내의 죄를 다그치거나 신도들 앞에서 “죄악을 심판하옵소서”라며 울부짖으며 드러내는 광기 어린 얼굴은 새로우면서도 강렬하다.

하지만 흥미롭게 시작한 초반과 달리 ‘계시록’은 갈수록 힘을 잃는다. 잘못된 신념이 초래한 비극이라는 묵직한 소재와 불길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서서히 조여오는 불안감을 구축하려 하지만 정작 이를 풀어내는 과정은 개연성과 짜임새가 부족해 긴장감을 잃는다. 차곡차곡 서사를 쌓지 않아 성민찬의 감정에 충분히 이입할 여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가 계시를 받았다고 착각한 뒤 폭주하는 장면은 다소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또한 여고생 실종사건이라는 범죄를 주요 사건으로 다루면서도 이를 풀어가는 인물들의 행동이 허술하기도 하다. 

특히 권양래를 담당한 정신과 의사의 입을 빌려 대사에 지나치게 의존해 메시지를 반복해 전달하는 시도도 약점이다. 사건 해결 또한 주변 인물의 말 한마디에 기대어 싱겁게 흘러간다. 잘못된 신념이라고 하나 권양래의 잔혹한 범행에 ‘그럴 듯한’ 사연을 넣은 장면은 영화의 의도와는 달리 자칫 범죄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불편한 인상도 남긴다.

사건을 쫓는 이연희(왼쪽) 형사 역의 신현빈. 사진제공=넷플릭스

감독 : 연상호 / 각본 : 연상호, 최규석 / 출연 :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 외 / 공개일: 3월21일 / 상영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22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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