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률 상승을 이끄는 동력은 ‘출생의 비밀’에 얽힌 궁금증이라는 사실이 또 한 번 증명됐다. 배우 박형식 주연의 ‘보물섬’이 비자금 2조원을 손에 넣으려는 인물들의 욕망을 지나 주인공 서동주의 아빠가 누구 인지를 감춘 출생의 비밀에 얽힌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그리면서 처음으로 시청률 13%를 돌파했다. 시청자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불변의 설정인 ‘출생의 비밀’이 안방극장에서 다시 힘을 발휘하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극본 이명희‧연출 진창규)이 지난달 21일 시작해 시청률 상승을 거듭한 끝에 가장 최근인 22일 방송한 10회에서 13.1%(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방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비슷한 시간 방송하는 M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이 최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시청률 5~6%대에 머무는 상황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성과다.
‘보물섬’은 극 초반부터 음모와 배신 탓에 추락한 서동주(박형식)와 그 대척점에 있는 정권의 실세 염장선(허준호)을 양대 축으로 두고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했다. 상상조차 어려운 2조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가로채고, 이를 다시 찾으려는 아귀다툼 속에 목숨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기사회생해 복수하는 이야기를 쉼 없이 그렸다. 이를 통해 ‘매운맛’을 제대로 과시한 드라마는 10%대의 시청률에 안착했고, 다시 13%까지 오르면서 향후 새로운 기록 수립도 기대케 하고 있다.
시청률을 견인하는 설정은 출생의 비밀이다. 서동주는 어린 시절 자신을 외면한 부친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되면서 진짜 부모가 누구인지 추적을 시작한다. 뜻밖에도 서동주 출생에는 그가 사랑하는 연인 은남(홍화연)과 은남의 모친 덕희(김정난), 그리고 염장선과 그의 아내인 보연(이항나), 재벌가 살림을 도맡는 공비서(서경화)까지 거의 모든 인물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아직 그 진실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보물섬’은 앞으로 출생의 비밀에 얽힌 복잡한 관계를 하나씩 풀면서 시청자의 관심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식의 독주로 인해 ‘언더커버 하이스쿨’의 서강준, 그리고 토일 드라마로 방송 중인 강태오 주연의 tvN ‘감자연구소’, 이제훈이 나선 JTBC ‘협상의 기술’이 맞물린 4파전에서는 ‘보물섬’이 기선을 제압한 상황이다. ‘보물섬’을 제외하고 3편 모두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무는 가운데 특히 ‘감자연구소’는 1~2%대에 그치고 있다.
물론 시청률만으로 드라마의 완성도와 성패를 온전히 판단할 수는 없다.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과거 고종이 숨긴 금괴를 찾으려고 고등학교에 잠입한 국정원 요원의 활약을 첩보 액션과 코미디, 로맨스를 접목해 그리면서 주목받는다. 무엇보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서강준이 한층 깊어진 모습으로 드라마를 든든하게 이끌고 있다. ‘협상의 기술’은 극의 무대인 거대 대기업을 ‘가치 있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뭉친 인수 합병 전문가들이 벌이는 치열한 전쟁을 현실적이면서도 탄탄한 스토리로 풀어내고 있다. ‘모범택시’ 시리즈의 성공을 이끈 이제훈의 연기 변신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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