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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SWOT 분석] 광기의 강하늘 VS 영화보다 지독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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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인으로 변신한 강하늘(오른쪽).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자극적인 내용과 근거 없는 주장으로 논란을 만들고 혐오를 조장하며 고액의 후원금을 받는 등 인터넷 방송이 사회적 문제로 거론돼온 가운데 배우 강하늘이 그 세계의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인기와 돈, 화제를 좇아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개인방송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로 변신해 보여주기에만 치중한 허세 가득한 면모부터 광기 어린 얼굴까지 색다른 면모를 선보인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스트리밍'(감독 조장호·제작 베리굿스튜디오)은 스트리밍 플랫폼 ‘왜그’에서 구독자수 1위의 범죄물 채널을 운영하는 스트리머 우상(강하늘)이 여성을 살해한 후 피해자의 옷자락을 잘라가는 미궁의 ‘옷자락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상은 우연히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고 편집과 조작 없이 생생한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범인을 추적한다.

뚜렷한 흥행작이 없는 3월 극장가에 시의적절한 소재 그리고 강하늘이라는 ‘호감 배우’를 전면에 내세워 야심찬 출사표를 던진 ‘스트리밍’을 SWOT 분석으로 살펴본다.

● 강점 (Strength)…시의적절한 소재

2021년 촬영을 마치고 4년 만에 극장에 걸리게 된 작품이지만, 최근 선정적인 유튜브 채널과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이슈나 사건을 다루며 주제를 가리지 않고 빠르게 짜깁기 영상을 만들어 유통하는 일명 ‘사이버 렉카’ 등 1인 미디어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논란을 몰고오는 상황에서 ‘스트리밍’은 현실을 직시한 소재로 경종을 울린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왜그’에서 주간 순위 1위에 오른 스트리머는 플랫폼과 수수료를 나누지 않고 모든 수익을 독차지할 수 있다. 무한경쟁의 구조에서 선을 넘거나 극단적인 내용으로 어떻게든 조회수를 올리려는 스트리머들의 모습은 어느덧 우리 사회의 익숙한 풍경이 됐다.

영화는 미제의 범죄를 ‘프로파일링’한다는 명목 아래 사건 현장 사진을 공개하고, 살인자를 도발하는 우상의 모습을 통해 개인방송 플랫폼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트리머와 범죄자가 왜곡된 관계를 맺고, 서로를 자극하며 기형적인 공생관계를 이어간다는 설정은 의미심장하다. 자극의 대가는 더 큰 자극뿐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무분별한 경쟁 속에서 도덕적 한계를 잃은 개인방송의 현실을 조명한다. 극단적인 콘텐츠가 만든 위험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파국은 단순히 영화적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스트리밍'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약점 (Weakness)…단순하고 느슨한 설정

우상이 라이브 방송으로 쫓는 건 범인이자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자극적인 콘텐츠이다. 이 자극은 우상으로 하여금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만든다. 도발과 자극으로 점철된 인터넷 개인방송의 세계를 그리는 영화인 만큼 고성과 거친 욕설, 폭력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난무하지만 구태의연한 전개로 긴박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 사건의 단서들이 쉽게 주어지는 탓에 긴장감 또한 떨어진다. 우상의 1인칭 시점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그의 그릇된 가치관에서 비롯된 소동극으로 읽힌다.

이로 인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읽히지 않는다. 자극적인 세계를 다루지만 이를 지탱하는 설정이 단순하고 느슨해 영화가 의도한 사회적 비판의 날카로움이 옅어진다.

‘스트리밍’은 스크린을 모니터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화면으로 채우는 ‘스크린라이프’ 기법을 통해 영화 전체의 이야기를 마치 실시간 방송을 보는 듯한 형식으로 날 것의 현장감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시도한다. 영화의 소재를 살린 전달 방식이지만 이미 존 조 주연의 ‘서치'(2018년) 등을 통해 익숙해졌기에 신선한 느낌은 다소 부족하다. 영화는 현실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려는 시도에도 전형적인 전개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한계를 보인다.

● 기회 (Opportunity)…강하늘의 광기 어린 원맨쇼

‘스트리밍’은 그야말로 강하늘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활약과 존재감이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경찰공무원 시험에 번번이 낙방했지만, 자신만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자기애와 자만심이 가득한 우상 캐릭터를 통해 강하늘은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고급 양복과 시계, 귀걸이, 문신 등 외적인 요소에 집착하며, 올백 헤어스타일로 시시때때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부담스러운 제스처로 음흉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강하늘은 인터넷 방송의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는 우상의 자신만만하면서도 불량스럽고 때로는 지질하고 유약한 모습을 자유롭게 오가며 극의 흐름을 주도한다.

특히 10분가량 이어지는 원테이크 장면을 생생하게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확장했다. 연예계의 ‘미담 자판기’로 불리며 건실하고 바른 청년의 이미지로 사랑받고 있는 강하늘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은 ‘스트리밍’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이다. 강하늘은 “연기가 아니라 생중계처럼, 진짜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스트리머처럼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 위기(Threat)…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은 ‘스트리밍’의 위기 요소로 지목될 만하다. 최근 한 연예인의 죽음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억측과 루머, 무차별적인 폭로와 공격이 사이버 렉카 등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영화 속 설정은 오히려 현실의 충격적인 풍경을 따라잡지 못하는 듯하다. ‘스트리밍’이 개인방송의 민낯을 고발하지만, 현실은 이미 영화보다 더 극단적이고 무자비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시대적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강도나 깊이 면에서 오히려 한발 늦은 듯한 아쉬움을 남긴다.

연출자 조장호 감독은 ‘스트리밍’을 통해 인터넷 방송의 현실을 되돌아보길 바랐다. 그는 “개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접하면서 개인들의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며 영향을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을 영화에 반영했다”면서 “영화를 보고 나서 개인 스트리밍 방송에 대해 관객들이 객관적인 시선과 필터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트리밍’.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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