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빈은 연기의 신이다.”
지난 19일 1회와 2화를 공개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극본 김선희)와 주연 박은빈의 연기를 감상한 한 시청자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마련된 오픈톡에 남긴 감상평이다. 아역 배우 시절부터 주로 모범적이고 싱그러운 캐릭터를 맡아왔던 박은빈의 연기 변신에 주목하는 시선이다. 특히 박은빈에게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준 2022년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천재 변호사 우영우의 우당탕탕 성장기를 인간적이고 사랑스럽게 그렸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낯선 얼굴로 신선함을 안긴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하이퍼나이프’는 박은빈이 연기하는 사이코패스 천재 신경외과 의사 정세옥과 스승인 최덕희(설경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메디컬 장르이지만, 의학드라마의 대표격으로 인정받는 ‘하얀거탑’이나 ‘뉴하트’ ‘낭만닥터 김사부’ 등 이전 작품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기존 작품들은 병원 내부를 조명하는 메디컬 장르 특성상 함께 일하는 동료 및 환자와 엮어가는 에피소드를 주목하는 경향이 짙었다. 반면, ‘하이퍼나이프’는 메디컬과 스릴러 장르의 조합으로 사제지간이던 정세옥과 최덕희가 오랜만에 다시 만나 어떤 사건이 펼쳐지는지 주목하게 한다. 연출자 김정현 감독은 “잔혹동화 같다. 뇌에 미친 자들, 둘만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 그 관계가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드라마는 의사 면허 없이 불법적으로 수술하는, 일명 ‘섀도 닥터'(유령의사) 정세옥의 상황을 비춘다. 조직 보스의 긴급수술을 진행하는 정세옥은 어려운 수술도 막힘없이 여유롭게 척척해내는 신이 내린 손이다. 무슨 연유에서 이런 수술을 하는 것인지는 연신대병원 신경외과 권위자 최덕희가 등장하면서 실마리가 풀린다. 과거 최덕희는 뇌 수술에 대한 강한 집착과 광기를 보이는 애제자 정세옥을 수술방에서 쫓아냈고, 이에 울분에 휩싸인 정세옥은 최덕희의 목을 조르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면서 의사 면허를 박탈당한 채 섀도 닥터로 살아가고 있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박은빈의 피폐한 몰골과 광기 서린 눈빛이다.
자신이 연신대병원 의사였다는 사실을 눈치 챈 간호사 미란(장선)으로부 협박을 당하지만 그는 이에 응하지 않은 채 극단의 행위에 나선다. 이때 드러내는 통쾌하다는 듯 악에 받친 표정은 박은빈이 연기하는 정세옥의 캐릭터를 확연히 드러낸다. ‘스토브리그’와 ‘연모’, ‘무인도의 디바’ 등에서 보여줬던 순수하고 당차며 엉뚱한 캐릭터의 잔상은 온데간데없다. 아직 초반이지만 사이코패스 천재 의사라는 새로운 옷을 입은 박은빈의 연기에 소름이 돋는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박은빈은 “이런 반사회성을 가진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장르를 ‘피카레스크’라고 한다. 단순 빌런(악당)으로 기능한다기보단 캐릭터성을 동력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전개 방식이다. 비록 시청자들이 이해하긴 어려우실지라도 끝에 가면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라고 설득됐으면 하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응원과 이해는 바라지 않지만, 세옥이 세상의 기로에서 선악을 마주하는 포인트와 감정의 변화를 같이 체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하이퍼나이프’를 이끄는 또 다른 동력 역시 그가 설경구와 엮어가는 사제지간의 애증 관계다. 시청자들은 이를 박은빈과 설경구의 ‘연기배틀’이라 부른다.
사실 메디컬 장르에서 사제지간은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실력이 부족하거나 천재성을 가진 제자가 스승과 맞부딪치면서 점차 성장해가는 과정은 메디컬 장르의 재미 요소이기도 하다. ‘하이퍼나이프’ 역시 극 중 박은빈과 설경구의 치열한 충돌이 앞으로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박은빈은 “두 천재의사가 자기만이 정답이라 생각하며 서로에게 어떻게 상흔을 남기고 어떤 결말을 맞을지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총 8부작인 ‘하이퍼나이프’는 매주 수요일 두 편씩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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