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극적인 폭로와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선정적인 이슈를 만들거나 혐오를 조장하며 고액의 후원금을 받는 인터넷 방송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영화 ‘스트리밍’이 인기와 돈, 화제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벌이는 개인 인터넷 방송의 민낯을 들춘다.
영화의 배경은 스트리밍 플랫폼인 ‘왜그’. 여기서 개인 방송을 하는 이들은 ‘왜거’로 불린다. 채널을 시청하는 관찰자들은 방송이 재미있으면 인정 버튼을 눌러 호응하거나 후원을 보낼 수 있다. 플랫폼은 주간 순위 1위에 오른 스트리머는 수수료 없이 모든 수익을 독차지할 수 있게 한다. 무한 경쟁의 구조에서 왜거들은 선을 넘거나 극단적인 방송을 하는 등 1등을 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스스로를 ‘범죄사냥꾼’이라고 칭한 우상(강하늘)은 구독자 수 1위의 범죄 채널을 가진 개인 방송인 스트리머다. 냉철한 분석력과 치밀한 연구, 예리함으로 미제 범죄 사건을 프로파일링 하는 그는 오직 자신만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자만심 가득한 인물이다. 고급 양복과 시계 등 잘 차려입고 방송 시청자들에게 사건을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진행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강하늘은 우상의 자신만만하지만 때로는 불량스럽고 지질한 면모를 다채롭게 그렸다. 강하늘의 ‘원맨쇼’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영화에서 그의 분량과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 스트리머와 범죄자의 기형적인 공생 관계
우상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미궁의 ‘옷자락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우상은 마치 미국 연방수사국(FBI)처럼 사건을 재연하기 위해 또 다른 스트리머인 마틸다(하서윤)와 합동 방송을 한다. 하지만 이후 마틸다가 누군가에게 납치된 정황이 발견되면서 우상은 편집과 조작 없이 생생한 실시간 라이브로 범인을 추적한다.
자신의 채널에 연쇄살인범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상의 추격은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렇게 우상은 단서를 쫓으며 연쇄살인범의 실체에 다가선다. 그 과정서 영화는 스트리머가 끊임없이 관심을 갈구하게 만드는 개인 방송 플랫폼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트리머와 왜곡된 관계를 쌓아가는 범죄자, 그런 범죄자를 계속해서 자극하는 스트리머의 기형적인 공생 관계를 이어간다. ‘스트리밍’이 단지 영화를 위해 창작된 허구의 이야기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스트리밍’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쇄살인범 추적 과정을 ‘라이브’로 담아내며 여타 작품들과 차별화를 꾀하려 한다. 스크린을 모니터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화면으로 채우는 ‘스크린라이프’ 기법을 통해 영화 전체를 실시간 방송으로 구성해 날 것의 현장감을 시도한다. 그렇지만 완성도에서 한계도 명확하다. 도발과 자극으로 점철된 인터넷 개인 방송의 세계를 그리는 영화인 만큼 날선 고성과 거친 욕설, 폭력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난무하지만 새롭지 않은 구태의연한 전개로 긴박감과 긴장감이 떨어진다.
또한 우상을 둘러싼 상황을 통해 인터넷 방송이 만든 피해를 이야기하면서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지만, 서서가 허술해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우상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그의 그릇된 가치관에서 비롯된 소동극에 초점이 맞춰진다. 살육이 난무한 현장을 그저 소비 거리로만 삼는 단순하고 느슨한 설정 역시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미지수다.

감독·각본 : 조장호 / 출연 : 강하늘, 하서윤, 하현수, 강하경 외 / 제작 : 베리굿스튜디오 / 제공·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일: 3월21일 / 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 / 러닝타임: 92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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