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다움’을 찾아가는 가수 홍이삭의 여정이 새싹을 움 틔우는 봄의 기운처럼 싱그러움을 머금고 관객의 감성을 푸르른빛으로 적셨다. 감미로운 기타 선율 위로 흐르는 홍이삭의 서정적인 보컬은 객석을 숨죽이게 했고, 돌연 내지르는 거친 보컬로 전혀 다른 매력을 드러낼 땐 객석에서 환호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홍이삭이 3년 만에 단독 콘서트 ‘더 러버스'(THE LOVERS)로 팬들의 마음을 노래로 사로잡았다. 그 사이 JT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싱어게인3’의 우승을 거머쥐면서 달라진 인기와 실력을 증명하듯,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홍이삭은 5000여명의 관객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CJ문화재단의 뮤지션 지원 사업 튠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이번 무대에서 홍이삭은 다채로운 선곡과 풍성한 감성으로 130분 동안 쉼없이 노래하면서 관객과 깊게 교감했다.
총 23곡을 선보인 홍이삭의 이번 공연은 “가장 나다운 음악이 무엇인지 찾으면서 걸어온 길”이라는 그의 말처럼 2015년 첫 번째 앨범 ‘시간이 지나도’를 내놓은 이후 음악과 함께 해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여정으로 꽉 채워졌다. 홍이삭은 “3년 전 단독 콘서트 이후 많은 일들이 있었다”면서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가 된 ‘싱어게인3’를 언급했다. 홍이삭은 2023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방송한 ‘싱어게인3’에서 걸출한 실력자들과 겨뤄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고 팬덤도 형성됐지만, 사실 그의 음악 여정은 이미 10년 전 시작됐다.
이번 무대에서 홍이삭은 자작곡 ‘내 기억속의 소년’과 데뷔곡 ‘봄아’를 부르면서 공연의 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 2월 발매한 미니앨범 ‘더 러버스 노트'(The Lovers Note)의 수록곡 ‘애월'(aewol)로 공연장의 열기를 지폈다. 단정한 셔츠와 운동화를 신고, 기타를 맨 채 무대에 올라 다정하게 관객에 말을 건네면서 쉼 없이 노래한 홍이삭은 ‘숲’을 비롯해 드라마 OST로 삽입된 ‘알 것도 같아’ ‘키스 미 키스 미'(Kiss me Kiss me)를 비롯해 ‘싱어게인3’에서 불러 화제를 모은 곡 ‘기다림’의 무대를 펼쳤다. 온전히 혼자 이끌어가는 무대였지만 공연 내내 객석을 숨 죽이게 했고, 온통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밀도 높은 완성도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홍이삭은 팬들과 가깝게 만나는 자리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어디서도 들려주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과거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유학하던 시간을 돌이키면서 “조금은 수동적인 성격인데 노래를 만들고 부를 때는 나의 일기를 노래로 만든다고 생각한다”면서 음악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특히 최근에 내놓은 앨범 ‘더 러버스 노트’에 대해 “저의 마음에 왜 사랑이 없을까 생각해본다”며 “아마도 수동적인 성향 때문인 것도 같은데 이러면 안 되겠구나, 능동적으로 더 움직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더 러버스 노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꼭 홍이삭의 설명이 있지 않더라도 이번 공연은 ‘속마음을 쓴 일기’를 엿보는 듯, 가슴 두근거리는 순간들을 관객에 선물했다. 새 미니 앨범의 타이틀곡인 ‘나는 너만 사랑할게’를 비롯해 ‘지금은 아무것도 몰라도’,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영화 ‘다시 만날 날들’의 OST ‘잠자리 지우개’와 신곡 ‘어른 아이’까지 홍이삭의 음악 여정이 고스란히 관객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싱어게인3’를 계기로 인기를 더한 홍이삭의 달라진 인지도는 이번 공연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3일 동안 객석을 꽉 채운 5000여명의 관객은 대부분 여성 팬들로 이뤄졌다. 홍이삭의 감미로운 노래를 들을 땐 숨죽여 서로 공감을 나누다가도,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낼 땐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호응했다. 앙코르 곡 ‘시간이 지나도’와 ‘너와 함께’를 부를 때는 열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홍이삭이 무대를 마치고 모습을 감춘 뒤로도 객석에서 터지는 박수는 한동안 계속됐다.
홍이삭은 “공연을 할수록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면서 함께 무대를 꾸민 밴드들을 한 명씩 소개했다. 객석을 등지고 관객과 단체 사진을 찍은 뒤에는 “따뜻한 봄날에 여러분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인사했다.
홍이삭은 단독 콘서트 이후로도 다양한 무대에서 팬들과 만난다. 4월12일과 13일 이틀간 인천 상상플랫폼에서 열리는 뮤직페스티벌 ‘해브 어 나이스 데이 11′(Have A Nice Day 11)에 오른 뒤 같은 달 26일과 27일 난지 한강공원에서 진행되는 ‘2025 러브썸'(LOVESOME) 페스티벌에도 참여한다. 이어 6월28일 동탄복합문화센터야외공연장에서 동료 가수 짙은, 김제형과 함께 ‘반석산 피크닉’ 공연을 연다. 바야흐로 홍이삭의 시간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