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을 인생에 빗댄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16일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콘텐츠 시청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폭싹 속았수다’는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에 올랐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가 펼치는 이야기가 시선을 모으면서 ‘매우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는 의미의 제주 방언 ‘폭싹 속았수다’를 해외에서 어떻게 번역됐는지에 대한 호기심도 이어진다. 시리즈는 제주를 주된 배경 삼아 1960년대부터 2025년 현재 시점까지 애순(김태연·아이유·문소리)과 관식(이천무·박보검·박해준)의 사랑과 삶을 그리고 있다. 제목은 가난하고 고달팠지만 한 시대를 꿋꿋하게 살아온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제목을 어떻게 번역해 소개하는지, 그 의미가 제대로 해외 시청자에게 전달되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우선 영어 제목.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로, ‘인생이 당신에게 귤을 줄 때’라는 뜻을 담고 있다. 미국의 작가이자 철학자 앨버트 허버드가 남긴 ‘살다가 레몬이 생기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을 바탕으로 이를 재해석한 표현으로 보인다. 고되고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헤쳐 나가라는 의미이다.
앨버트 허버드의 말 가운데 ‘레몬’을 극중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시리즈 속 상황에 맞게 ‘귤’로 바꾼 센스가 돋보인다. 애순을 연기한 아이유는 영어 제목을 설명하며 “인생이 얼마나 떫은 귤을 건네든 그걸로 귤청을 만들어내는 드라마”라면서 “차분하게 인생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페인어권 제목은 ‘Si la vida te da mandarinas…’이다. ‘만약 삶이 네게 귤을 준다면’으로 번역했다. 프랑스는 ‘인생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의 ‘La vie portera ses fruits’로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 ‘ยิ้มไว้เมื่อส้มไม่หวาน’으로 ‘귤이 달지 않은 날에도 웃자’는 뜻을 담아 ‘폭싹 속았수다’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내려 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뜻의 ‘고진감래(苦盡甘來)’를 활용한 ‘苦盡柑來遇見你’으로 번역된 대만 제목도 눈길을 끈다. ‘고생 끝에 너를 만나다’는 맥락을 담고 있다. ‘달 감'(甘)의 모양과 비슷한 ‘귤 감'(柑)으로 변형해 활용했다.
일본에서는 ‘수고했다’는 한국어 제목의 속뜻을 살려 ‘おつかれさま’로 번역했다. 이는 ‘수고’라는 뜻으로, ‘수고했습니다'(おつかれさま’는 ‘おつかれさまで)의 보통형(반말) 표현이다.
이처럼 해외 시청자들에게 극의 분위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번역에 신경 쓴 것이 돋보인다.
앞서 2022년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Extraordinary Attorney Woo’라는 영어 제목을 내세우기도 했다. ‘놀라운 우 변호사’라는 의미로, ‘이상한’의 ‘weird’나 ‘strange’라는 우리말을 직역한 단어 대신 ‘비범함’을 뜻하는 ‘extraordinary’로 재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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