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아이유는 1인2역에 도전하고 있다. 1951년에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과 그의 딸인 금명 역이다.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한 아이유가 1인2역을 소화하기는 처음이다.
지난 7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한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연출 김원석)의 1막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제주도를 배경으로 애순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14일 공개하는 2막에서는 두 아의 엄마가 된 애순이 살아가는 1970년대와 애순의 딸 금명이 살아가는 1990년대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애순도, 금명도 모두 아이유가 연기한다.
한명의 배우가 엄마와 딸을 동시에 연기한 건 아이유가 처음이 아니다. 영화 ‘클래식’의 손예진과 ‘인어공주’의 전도연이 먼저다. 이들은 각각의 영화에서 시간 차이를 두고 운명으로 얽힌 엄마와 딸을 나란히 연기했다.

● ‘클래식’ 손예진, 상자를 열어 마주한 엄마의 젊은 시절
곽재용 감독의 2003년 영화 ‘클래식’은 손예진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결정적인 작품이다. 극 중 엄마 주희의 어린 시절과 딸 지혜로 1인 2역을 소화했다. 영화는 엄마의 편지와 일기장을 통해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과 아픔을 따라가면서 2000년대를 살아가는 대학생 지혜와 1960년대 여고생 주희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준다.
손예진은 각기 성장의 시기에 사랑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엄마와 딸의 닮은 모습으로 첫사랑에 빠진 순수한 모습을 보인다. ‘엄마는 딸을 닮았다’는 말처럼 주희와 지혜를 동시에 연기한 손예진은 관객을 영화에 그대로 빠져들게 했다. 특히 같은 상황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으로 표현된 소나기 장면은 ‘클래식’의 잊혀지지 않는 잔상으로 많은 관객의 가슴에 남았다.
좋아하는 마음에도 상황 때문에 눈물 흘리며 멀어져야 하는 주희의 절절함과 달리 우산이 없던 지혜가 상민(조인성)의 외투에 기대 달려가는 장면은 그룹 자전거 탄 풍경의 노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에 얹혀져 풋풋한 설렘의 감성을 뿜어낸 명장면으로 꼽힌다.

● ‘인어공주’ 전도연, 억척스러웠던 엄마의 과거로 시간 여행
박흥식 감독의 2004년 영화 ‘인어공주’의 전도연 역시 엄마 연순의 젊은 날과 딸 나영으로 1인 2역을 맡았다. ‘인어공주’는 우연한 시간여행으로 엄마의 맑고 싱그럽던 시절을 지켜보게 되는 딸의 이야기다.
목욕탕 세신사로 일하는 엄마 연순(고두심)과 생활력 없이 착하기만 한 아빠 진국(김봉근)을 보며 나영(잔도연)은 늘 벗어나고 싶다. 뉴질랜드 연수를 떠나려고 기다렸지만, 갑자기 아빠는 “쉬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가버린다. 어쩔 수 없이 아빠를 찾아 부모님의 고향인 섬마을로 내려간 나영은 영문도 모르게 20년 전 과거로 돌아가 20살의 엄마 연순(전도연)과 아빠 진국(박해일)을 만나게 된다. 비슷한 나이대의 엄마와 딸이 한 프레임에 담긴 모습을 전도연은 이질감 없이 표현한다.
”엄마를 똑 닮았다”는 말이 지긋지긋하던 나영은 자신과 똑닮은 얼굴의 엄마 연순의 과거 얼굴을 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낀다. 해녀로 일하는 소녀가장이지만 씩씩한 연순의 반짝이는 눈빛과 생기 가득한 미소를 보면서 나영은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로서 그의 삶을 마주한다. 집배원 진국 앞에서 몸이 배배 꼬이고 호감을 표현하지 못하는 서툰 엄마 연순을 보면서 나영은 젊은 날의 부모의 연애를 도와준다. 여전히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는 전도연의 싱그러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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