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1% 학생들이 다니는 채화여고에 전학 온 3학년생 우슬기(정수빈). 이전 학교에서 전교 1등이었다는 그는 보육원에서 자라났다. 아이들은 그런 그를 멀리한다. 하지만 채화여고 전교 1등으로 모든 것을 갖춰 아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유제이(이혜리)만은 다르다. 우슬기에게 친밀감을 드러내는 유제이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둘 사이에는 어딘가 불편함이 감돈다.
유제이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우슬기에게 다가와 호의를 베풀다가도 같잖다는 식으로 내려다보는 이중성을 드러낸다.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주듯 수시로 바꾸는 태도의 실체는 대체 무엇일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여고생의 이처럼 미묘한 관계가 16부작 시리즈 ‘선의의 경쟁’을 이끄는 동력이다. 이들이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은 꼭꼭 숨겨진 결핍의 실체를 파고들며 치열한 입시 경쟁 속 학교 안팎의 현실을 투사한다. ‘선의의 경쟁’이라는 제목은 우슬기와 유제이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아이들이 쓴 가면을 비트는 셈이다.
사실 우슬기는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풀기 위해 전학을 왔다. 10년 만에 아버지의 부고를 들은 뒤였다. 아버지는 채화여고 교사이자 수능 출제위원이었다. 아버지의 흔적을 쫓던 우슬기는 자신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J메디컬센터 원장 유태준(김태훈)의 딸이 바로 유제이이며, 그가 이미 자신의 과거를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사실을 눈치챈다.
하지만 유제이에게도 아픔은 있다. 가부장의 환경 아래서 고분고분한 딸로 자라온 그는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어머니는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갔고, 수능을 망친 언니는 실종된 상태다. 우슬기에게 접근한 것도 친구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 아버지를 추락시키기 위함이다.
결국 두 사람은 협력의 손을 잡는다. 각기 아버지의 추악함을 발견하고야 마는 두 사람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그만큼 ‘족쇄’여서, 작품은 아버지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려는 딸들의 ‘해방 서사’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반복 재생되는 물의 이미지도 마찬가지. 아버지가 구축해놓은 단단한 추악함의 성에 갇힌 채 버겁게 숨을 내쉬어야만 하는 상황을 상징한다.
끝내 그 물 밖으로 나아가려는 두 사람의 공조와 협력은 서로에게 구원의 손길이 되어줄까. 두 사람과 그 주변 아이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는 어른들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가 똑 닮아 있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다만, ‘선의의 경쟁’이 풀어내는 이야기의 흐름은 다소 파편적이고 산발적이기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기엔 버겁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존재감은 빛난다. 이전의 낯익은 서글서글한 표정 대신 서늘함을 장착한 이혜리의 얼굴은 낯설지만 반갑다. 눈 밑 다크서클과 제 나이 같지 않은 피폐함을 드러내는 정수빈 역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연출 : 김태희 / 극본 : 김태희, 민예지 / 원작 : 네이버웹툰 ‘선의의 경쟁'(글 송채윤·그림 심재영) / 출연: 정수빈, 이혜리, 오우리, 강혜원, 김태훈 외 / 장르: 학원, 미스터리, 스릴러 / 공개일: 2025년2월10일 / 관람등급: 19세 이상 시청가 / 회차 : 16부작 / 공개 : U+모바일tv, 웨이브, 티빙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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