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저 아저씨가 밥 먹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했지만 소박한 밥심의 힘은 강했다.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 주연의 일본 TV도쿄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가 ‘더 무비’라는 제목을 달고 장편영화로 탄생했다. 평범한 직장인이 근처 밥집을 찾아 혼자 밥을 먹는 내용인 ‘고독한 미식가’는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가 음식을 음미하면서 독백으로 맛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면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동명의 만화가 원작인 ‘고독한 미식가’는 수입잡화상을 운영하는 고로가 일을 끝낸 뒤 만족스러운 한 끼를 위해 ‘필사적으로’ 식당을 찾은 뒤 혼자 식사하는 내용의 간단한 콘셉트의 드라마이지만 2012년 첫 방송 이후 10개의 시즌으로 제작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팬덤을 형성하면서 고로는 ‘혼밥러'(혼자 밥 먹는 사람)의 대명사가 됐고, 모든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배가 고프다”(하라가 헷타·腹が減った)라는 대사도 유행어가 됐다.
고로는 배가 고파지면 초조해진다. 빨리 근처 식당을 찾은 뒤 그곳에서 맛있고 깔끔하게 한 끼를 해결한다. 고로는 음식 앞에서 늘 진지하고, 맛을 음미하면서 행복하게 배를 채운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이 시리즈를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마츠시게 유타카가 고로 역은 물론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했다. 개봉에 앞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섹션에 초청돼 선보인 바 있다.
회당 30분가량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고독한 미식가’는 영화화되면서 고로의 모험으로 스케일을 확장했다. 고로는 ‘궁극의 국물’을 찾기 위해 일본을 떠나 프랑스 파리와 한국의 거제도 등을 넘나든다. 영화에서 고로는 옛 친구의 딸 치아키의 연락을 받고 파리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죽기 전 어린 시절 먹었던 국물을 꼭 다시 맛보고 싶다는 치아키 할아버지의 황당하지만 간곡한 부탁을 받고 들어주기로 한다. 국물의 정체를 찾아 일본의 외딴섬으로 향하던 고로는 폭풍을 만나 한국으로 떠밀려온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국물의 비밀에 다가선다.
마츠시게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시리즈를 영화로 옮긴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일본의 방송 제작 시스템에 대해 “별로 좋은 환경은 아니다. 인재가 다른 업계로 유출되고,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면서 “일본 드라마에 자극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화 제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영화화를 결정한 후 2008년 영화 ‘도쿄!’로 인연을 맺은 봉준호 감독에게 편지를 써 연출을 맡아주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서 연출은 어렵지만 영화가 꼭 완성되기를 기다리겠다”고 밝힌 봉 감독의 답장을 받고 마츠시게는 “다른 감독이 하는 것보다 ‘내가 해보자’고 결심했다”며 직접 연출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영화에서 한국은 중요한 배경이다. 국물을 찾는 고로의 여정에서 경상남도 거제도가 중요한 지역으로 등장하고 배우 유재명도 출연한다. 마츠시게는 “시나리오 작성 때부터 푸드 코디네이터와 함께 바다마을 돌아보며 한국의 여러 음식을 시도한” 끝에 찾은 닭보쌈과 황태해장국, 고등어구이를 영화에서 소개한다. 유재명은 한국에 표류한 고로가 일본으로 돌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한국 출입국 심사관 역이다. 황태해장국을 먹는 고로를 바라보면서 극심한 배고픔을 느끼는 상황을 유쾌하게 그린다. 영화 ‘소리도 없이’에 나오는 유재명의 모습에 시선을 뺏긴 마츠시게는 “이 배우 말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고 출연을 제안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마츠시게는 한국 관객을 대상으로 작품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와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직장인들’ 그리고 웹예능 ‘꼰대희’ ‘성시경의 만날텐데’ ‘살롱드립2’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영화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개봉을 앞두고 내한해 취재진 및 관객들도 만난다.
개봉 일주일을 앞둔 12일 오후 7시 현재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예매율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로 2.2%를 기록하고 있다. 예매관객 수 4592명이다. 예매율 상위권은 ‘미키 17’이나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 등 이미 개봉했거나 개봉을 바로 앞둔 작품들이란 점에서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예매율 상승 가능성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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