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캐스팅 발표 때부터 잡음에 시달렸던 할리우드 영화 ‘백설공주’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이 작품은 원작동화가 묘사한 공주의 외모와 다른 모습과 이미지의 라틴계 배우 레이철 지글러가 백설공주를 맡는다는 사실만으로 오랜 시간 비판에 직면해왔다. 선입견을 깨는 시도라는 의견도 존재했지만, ‘하얀 피부’를 가진 공주라는 원작의 주요 설정을 전복시킨 탓이다.
이는 디즈니에 대한 반발심으로까지 이어졌다. 영화에 대한 일반의 반감은 곳곳에서 읽힌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제작진의 곤혹스런 입장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최근 미국 영화전문 매체 버라이어티가 내놓은 보도는 현지의 분위기가 어떤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매체는 오는 15일(이하 현지시간) ‘백설공주’ 프리미어 상영회가 LA에서 개최되지만 “대대적인 레드카펫 행사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라이어티는 “엘 캐피탄 극장에서 사전 파티와 영화 상영이 진행되고, 주연 배우인 레이철 지글러와 갤 가돗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평소처럼 수십여 미디어가 초청돼 출연진과 제작진을 인터뷰하는 자리는 마련되지 않는다”고 했다. 엘 캐피탄 극장은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의 명소로 꼽히는 곳으로, 디즈니가 운영하고 있다. 디즈니 영화 행사에 자주 이용되는 곳으로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스타와 카메라의 플래시로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에서 대규모 레드카펫이 펼쳐지지 않으면서 취재는 일부 사진작가와 디즈니 제작진에게만 허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는 레이철 지글러와 갤 가돗의 모습은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측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버라이어티는 “(북미에서)21일 개봉을 앞두고 영화가 여러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행사 축소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취재진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는 속사정도 엿보인다. 백설공주를 연기한 레이철 지글러를 입단속시키려는 디즈니의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 지글러는 여러 번의 말실수로 입방아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앞서 지글러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두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라든가 “백설공주 연기를 위해 피부를 표백하지 않겠다”는 등 일부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자들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사과하기도 했다.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알라딘’ ‘인어공주’ 등 디즈니는 꾸준히 2D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인 라이브 액션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백설공주’는 1937년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을 실사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디즈니는 ‘백설공주’의 원제인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가 드러내듯, 하얀 피부를 가진 원작 캐릭터의 설정을 깨고 백설공주 역을 라틴계 배우 레이철 지글러에게 맡겼다. 갤 가돗이 백설공주를 시기하는 여왕 역을 맡았다.
마크 웹 감독의 손에 의해 새롭게 탄생하는 ‘백설공주’는 백설공주가 악한 여왕에게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선한 마음과 용기로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영화이다. 여왕이 준 독사과를 먹고 왕자의 키스로 깨어나는 원작을 비튼 내용으로 현재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백설공주를 주체적이고 강인한 캐릭터로 바꿨다. 다만 디즈니의 과감한 시도는 수십년에 걸쳐 백설공주의 고유한 정체성을 사랑했던 팬들에게는 낯설게 다가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작위적인 설정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백설공주’는 북미보다 이틀 빠른 19일 국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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