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계 신동 택이와 왕세자 이영을 딛고 배우 박보검이 새로운 이름, 관식을 얻었다.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우직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순애보로 시청자의 마음을 다시 한번 뒤흔들고 있다. 지난 7일 시작한 ‘폭싹 속았수다’의 초반 돌풍의 배경에 든든하고 믿음직한 박보검의 관식이 있다.
박보검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처음으로 시대극에 도전했다. 데뷔 초 신인 때 2012년 KBS 2TV ‘각시탈’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당시는 비중이 적은 역할로 이야기 전체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를 배경으로 어린 나이에 가장이 돼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험한 일도 마다지 않았던 바닷사람으로 극을 이끈다. 1951년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과 그보다 한살 많은 관식이 평생을 두고 사랑하면서 험한 인생 역경을 함께 한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에서 박보검은 젊은 관식으로, 어린 애순의 아이유와 함께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고 있다.
아이유는 ‘폭싹 속았수다’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가장 먼저 애순과 금명 역으로 캐스팅이 이뤄진 배우다. 동시에 관식 역을 맡을 배우의 1순위로 박보검이 꼽혔다. 출연 제안을 받은 박보검은 망설임 없이 작품을 택했다. 극본을 쓴 임상춘 작가의 이전 드라마들을 챙겨본 ‘팬’인 데다, ‘나의 아저씨’와 ‘시그널’ ‘미생’을 통해 장르를 달리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따스한 드라마에 집중한 김원석 PD와의 작업에 갖는 기대가 그를 움직이게 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애순과 관식의 사계절이 사랑스럽게 느껴져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는 박보검은 “촬영을 다 끝내고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볼 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은 작품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대본에 마음을 빼앗긴 박보검은 그대로 관식에 녹아 들었다. 관식은 앞가림도 못하던 국민학교 시절부터 집에서 팔던 조기를 몰래 가져와 애순의 밥상에 올려주는 순애보를 지닌 소년. 부모를 잃은 애순이 생계를 위해 밭을 갈아 양배추를 키워 시장에 내다 팔 때에도 그 옆에 자리를 지키고 앉아 “양배추 달아요!”를 외치면서 대신 장사를 해준 우직한 남자다. 10대 때 아이를 갖고 부모의 온갖 구박을 견디면서 어린 딸을 키우는 가장일 때도 관식은 변함없이 우직하게 애순을 지킨다. 착하고 순박해 ‘팔불출 무쇠’로 불리지만, 관식이 지닌 무해한 힘은 박보검을 통해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관식이 힐링 그 자체다.

박보검은 이미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구르미 그린 달빛’의 성공에 힘입어 더 얻을 수도 없는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이지만 이번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30대에 접어든 ‘배우 박보검’의 새로운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사건 사고가 많고, 인물들의 감정이 늘 드라마틱 하게 요동치는 ‘폭싹 속았수다’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온갖 풍파를 넓은 두 어깨로 막아 내는 모습에서는 ‘달라진 박보검‘을 확인할 수 있다.
김원석 PD는 박보검에 관식 역을 맡긴 이유를 설명하면서 “착함”이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대본에 표현된 관식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가 바로 ‘착함’이라고 생각했다는 김 PD는 “관식을 표현하려면 연기력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배우 자체가 지닌 착한 마음이었다”며 “배우에게서 풍기는 착한 이미지가 곧 연기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기와 성품 두 가지 면에서 박보검의 최적의 배우였다는 설명이다.
박보검과 처음 호흡을 맞춘 아이유는 ‘폭싹 속았수다’ 이후에도 함께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아이유는 “어릴 때부터 관계를 이어온 애순과 관식처럼 촬영 현장에서도 비슷했다”며 “연기하면서 보검씨에게 계속 ‘어떻게 해볼까’ ‘어떤 버전의 연기가 나아?’ 계속 물어보면서 여러 아이디어를 편하게 나눴다”고 했다. 만족스러운 작업 과정에 박보검도 동의하면서 “애순과 관식이 아닌 또 다른 캐릭터로 만나면 좋을 것 같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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