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감독들과 두루 작업한 배우 마크 러팔로가 “신기했다”고 거듭 밝히면서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스토리보드의 일부를 공개했다. 봉 감독은 매번 꼼꼼하게 스토리보드를 그려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신작 ‘미키 17’의 스토리보드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마크 러팔로는 최근 SNS에 ‘미키 17’ 촬영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공개했다. 우주의 얼음 행성을 개척하는 독재자 마셜 역을 맡은 그는 외계 생명체 크리퍼를 없애고 행성을 차지하려고 발버둥 치는 인물이다. 마블 히어로 시리즈 ‘헐크’로도 친숙한 그가 처음 악역을 맡아 연기 변신에 나선 가운데 “스토리보드로 영화를 촬영하기는 ‘미키 17’이 처음”이라고 밝히면서 그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스토리보드는 마셜이 크리퍼들에 맞서는 장면이다. 극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마셜의 광기가 극에 달한 상황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극중 상황과 비교해 사전에 세밀하게 작성된 스토리보드를 확인할 수 있다.
마크 러팔로는 ‘미키 17’ 개봉을 앞두고 지난달 내한해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스토리보드를 활용한 영화 작업에 놀라움을 표했다. “지금까지 스토리보드로 작업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 그는 “봉준호 감독의 스토리보드를 보니까 감독이 직접 그림까지 다 그리고 힌트도 많았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은 촬영 당시 배우들에게 스토리보드를 최대한 보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훔쳐봤다”는 마크 러팔로는 “캐릭터의 특징을 그림으로 그려줘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느끼게 했다”고 만족해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꼼꼼하게 설계된 공간에서 일하는 건 처음이었다”고도 말했다.
한편 ‘미키 17’은 지난달 28일 한국 개봉에 이어 7일(현지시간) 북미에서 개봉했다. 북미를 포함해 전 세계 영화 성적을 집계하는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미키 17’은 7일부터 9일까지 개봉 첫 주말에 북미 3807개 상영관에서 공개돼 1910만 달러(약 277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는 같은 기간 3420만 달러(약 494억원)를 벌어들여 전 세계 흥행 수익 5330만 달러(약 772억원)를 기록했다.
‘미키 17’의 제작비는 할리우드 영화들 가운데 중급 블록버스터에 해당하는 1억1800만 달러(약 1700억원)로 알려졌다. 미국 영화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미키 17’은 개봉을 준비하면서 글로벌 프로모션 등 홍보 비용으로 약 8000만 달러(약 1160억원)를 추가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봉준호 감독의 첫 할리우드 연출작인 ‘미키 17’이 과연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키 17’은 2054년을 배경으로 우주 행성 개척에 참여해 위험한 일을 도맡는 소모품 미키(로버트 패틴슨)의 모험을 그린 SF 영화다. 미키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으면 다시 태어나는 일종의 복제인간. 17번째 미키가 죽은 줄 알고 18번째 미키가 만들어지면서 벌어지는 혼란, 이를 통해 새로운 행성의 질서를 다시 정립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9일까지 국내 누적 209만8571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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