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서운 추위도 어느새 잦아들고 따스한 봄볕이 조금씩 내리쬐는 주말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 편의 영화가 있다. 5일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와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이다. 한쪽은 정치 스릴러, 또 다른 쪽은 청춘 로맨스 장르로 전혀 달라 보이지만 새롭게 관계를 규정하고 정의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콘클라베’는 지난 3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는 교황의 예기치 못한 죽음으로 인해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은밀한 세계의 음모와 치열한 다툼을 그린다. 선거를 총괄하는 단장 로렌스(레이프 파인스)를 중심으로 막강한 힘을 지니게 되는 교황의 자리를 두고 벨리니(스탠리 투치), 트랑블레(존 리스고), 아녜스(이사벨라 로셀리니)의 암투가 펼쳐진다. 2022년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아카데미상에서 촬영상과 미술상·음악상·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쓴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신작이자, 영국 소설가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제목의 뜻은 교황을 뽑는 전 세계 추기경들의 모임을 의미하는 라틴어다.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임하게 되면 16일에서 19일 사이에 바티칸시국 교황청의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새 교황을 선출하게 된다. 연기 경력 40년을 웃도는 베테랑 배우들이 영화의 깊이 있는 무게를 지탱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와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친숙한 레이프 파인스를 비롯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스탠리 투치, 미국의 배우 겸 성우로 ‘슈렉’과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존 리스고, 게다가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의 딸로 유명한 이사벨라 로셀리니도 합류했다.

●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새롭게 우정을 정의하다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은 같은 중학교에서 다닌 두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이별한 뒤 10년 만에 재회하는 과정을 담았다. 고향으로 돌아온 타카기(나가노 메이)는 모교에서 체육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옛 친구 니시카타(타카하시 후미야) 앞에 미술 교육 실습생으로 나타난다. 새롭게 관계를 시작하는 이들의 풋풋하고 설레는 감정을 나눈다.
영화는 야마모토 소이치로가 2013년부터 10년간 연재한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누적 발행 부수가 1200만부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고 2018년부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도 제작돼 방송했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도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를 연출한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이 이번 영화도 연출했다.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은 성인이 돼 재회한 두 주인공의 10대 시절의 풋풋한 이야기도 있다. 매일 짓궂은 장난을 치는 타카기는 츠키시마 루이, 그런 타카기에게 당하기만 하는 니시카타는 쿠로카와 소야가 연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에서 활약한 배우다.
10년 뒤의 타카기를 연기한 나가노 메이는 영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를 시작으로 ‘모성’ ‘안녕하세요, 어머니’로 2022년부터 3년 연속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실력자다. 어른이 된 니시카타 역의 타카하시 후미야는 ‘말하고 싶은 비밀’에서 첫사랑의 풋풋함을 그리면서 사랑받았고 그 매력을 이번 영화로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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