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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81%]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유치해서 더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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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한 장면. 사진제공=주식회사 위지윅 스튜디오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찬란하고 아련해진다. 시절(時節)이란 단어 뒤편에선 무엇 하나 명확하지 않고, 어설프고 서툴러도 무서울 것 없던 얼굴의 윤곽만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그럴렇게 찌는 듯한 여름의 열기로 선풍기가 털털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던 교실의 희미한 풍경 속으로 되돌아간다. 

가진동과 천옌시가 주연한 2011년 동명의 대만영화를 리메이크해 21일 개봉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어쩌면 찌질하고 유치한 이야기로 가득한 일기장을 다른 방식으로 펼쳐보인다. 1994년 대만 장화시에서 2002년 대한민국 춘천으로 시공간을 이동시킨 이야기는 누군가를 열렬하게 좋아했던 보편적인 추억을 상기시킨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우리의 꿈이었고 청춘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꿈을 꾸고 있고 절대 깨지 않을 거다”면서. 

동춘천고교 2학년생 구진우(진영)는 공부와는 담을 쌓은 채 반항기는 한껏 부풀어 올라있다. 꿈은 당연히 없다. 오죽했으면 교과서에 “나에겐 꿈이 없었다. 나에겐 꿈이 없을 것이다”는 말을 써놓았을까.

그런 그의 시선에 반장 오선아(다현)가 들어오며 일상이 넘실거리기 시작한다. 그렇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감정에 한층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아 곤란에 빠진 선아에게 무심히 자신의 교과서를 넘겨준 뒤 벌을 받지만 대신 선아가 한 걸음씩 자신에게 다가옴을 느낀다. 

도대체 수학 문제의 복잡한 공식을 왜 풀어야 하고, 영어 지문을 외워야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지만, 진우는 선아가 빌려준 참고서의 글씨가 너무 예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공부를 시작한다. “내가 무시하는 건, 노력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이라는 선아의 일침에 손바닥과 한 세트였던 농구공 대신 책을 펼친다. 

영화는 답이 정해져 있는 수학 문제와 달리 해설지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인생의 문제를 선택해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간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인생의 질문은 시험 범위 바깥에 있는 배움의 영역이어서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에 놓인 청춘이 해답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미처 눈치채지 못한 감정으로 서로 자존심을 건드려 주먹다짐을 하는 청춘은 함께였기에 무서울 것 없었던 추억을 쌓아가간다.

“기억나는 건 우리가 벌을 서던 복도는 정말 더웠고, 그날의 선아는 정말 예뻤다”!

하지만 공통의 꿈을 나눴던 친구들의 시절은, 학교를 졸업하고 현실을 향해 달려가며 선택의 길 위에서 서로 변화해간다.

영화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답을 내리지 못한 채 고민하는 청춘의 모습을 한껏 투영해내지만 보편적인 소재 만큼 서사적 낯익음을 노출하고 만다.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아이돌은 이 같은 보편적인 서사에 그나마 외적인 매력을 더해준다. 2011년 그룹 B1A4로 데뷔한 진영과 2015년 트와이스로 팬들을 만난 다현은 그 시절 우리가 함께 열광하고 좋아했던 대상이다.  

진영은 누군가에게 장난을 칠 생각에 눈빛을 반짝이던 구진우가 서툴지만 좋아하는 대상에게 진심을 꺼내 보이려는 순간을 단계적으로 그려낸다. 무심해 보이지만 세심하게 오선아를 배려하며 그에게 다가서는 모습은 순수함에 가슴이 시큰해지게 한다. 그는 서서히 스며든 학창 시절의 사랑을 보정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묘사한다. 

이번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다현은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과 꾸밈없는 미소로, 졸업 앨범 속 ‘그때 그 아이’를 떠올리게 하는 첫사랑의 이미지를 구현해냈다. “난 나보다 멍청한 남자는 안 좋아해”라면서도 구진우에게 자꾸만 시선이 쏠리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바보같이 어리숙하고 거침없는 행동에 삐져나온 웃음을 입을 가리고 참아내는 모습에선 싱그러움이 묻어난다. 

그렇다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단순히 두 사람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다. 주변 친구들과 그려가는 에피소드가 또 다른 재미의 포인트이다. 사랑과 우정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는 청춘의 표상을 고스란히 담아낸 덕분이다. 시도 때도 없이 중요 부위가 존재감을 드러내 ‘발기남’으로 불리는 변태완(이민구), 항상 먹을 것을 구비하고 있는 ‘뚱보’ 오동현(김요한), 능글거리는 이야기꾼 한병주(이승준), 강력한 라이벌이자 훈훈한 외모로 뭐든 빠지지 않고 잘하는 안성빈(손정혁), 오선아의 친구 윤지수(김민주) 등이 보내는 학창 시절 이야기는 두고두고 꺼내볼 만하다. 

연출자 조영명 감독은 비가 내리는 버스 정류장 장면을 원작에서 인용한다. 원작은 두 남녀 주인공이 버스 정류장에서 싸운 채 갈등을 빚었던 공간이었던 버스 정류장은 대신 한층 깊은 정서를 드러내며 대만영화는 또 다른 감성을 안긴다.

감독: 조영명 / 출연 : 진영, 다현 외 / 원작 : 2011년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과 구파도 작가의 동명 소설/ 배급 : 위지윅스튜디오, CJ CGV / 개봉일: 2월21일/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2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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