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은빈과 설경구가 주연한 의학 드라마 ‘하이퍼나이프’가 시청자를 찾아온다. 주지훈과 추영우의 ‘중증외상센터’로 형성된 의학 드라마의 인기를 이어받을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
오는 3월19일 공개하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극본 김선희)는 애증으로 엮인 스승과 제자의 살벌한 경쟁을 다룬 작품이다. 과거 촉망받는 의사였던 정세옥(박은빈)이 자신을 잔인하게 내친 스승 최덕희(설경구)와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굉장히 충격적일 수도 있다”는 설경구의 말처럼 두 사람은 기존 의학 드라마에서 보인 의사들의 관계에서 벗어나 피 튀기는 대결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인다.
세옥은 뇌와 사랑에 빠져 수술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한때 천재 의사로 불렸으나 세계 최고의 신경외과 의사 덕희에 의해 의사 면허가 박탈당한 뒤 불법 수술장의 ‘섀도 닥터’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과거 두 사람의 관계는 달랐다. 세옥은 덕희를 존경하고 신뢰했다. 덕희에게도 세옥은 가장 아끼던 제자였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어떤 사건’을 계기로 덕희는 세옥을 수술실에서 쫓아낸다. 그렇게 세옥과 덕희가 6년 만에 재회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박은빈과 설경구가 각각 스승에 대한 들끓는 분노를 지닌 세옥과 그런 세옥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덕희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낼지 관심이 쏠린다. 김정현 PD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두 배우의 얼굴과 연기를 볼 수 있다”고 예고하면서 “배우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기가 됐다. 연기를 보면 깜짝 놀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한 설경구와 박은빈이 의사 역할에 처음 도전한 사실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에서 박은빈은 수술 장면을 모두 직접 연기했다고 밝혔다. 가늘고 얇은 손가락 때문에 대역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은빈은 “제가 연기한 수술 장면이 드라마에 그대로 나가도 되나 걱정했다”면서도 “자문을 맡은 교수님께서 수련생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늘 자신의 역할에 온전히 녹아드는 박은빈의 연기가 고난도 수술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증이 증폭된다.
동시에 박은빈은 정체를 숨기고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섀도 닥터인 세옥의 광기와 집착도 표현한다. 때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발악하는 모습도 보인다. “캐릭터 설정이나 구성이 신기했다”는 박은빈은 “여러모로 복잡다단한 세옥의 내면과 외면을 잘 표현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고 밝혔다.
‘하이프나이프’가 기존 의학 드라마와 차별화하는 부분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한 데 있다. 상대를 의지하고 격려하며 힘을 북돋아 주는 관계가 아닌 분노하고 격렬하게 대립하는 기묘한 스승과 제자를 그릴 예정이다. 이에 설경구는 “흥미로운 사제지간의 재미가 이 작품의 큰 포인트이지 않을까 한다”고 짚었다. 8부작 구성을 통해 속도감 있는 전개를 취한다.

● ‘중증외상센터’ 인기 이을까
‘하이퍼나이프’는 지난달 24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를 잇는 의학 드라마이기도 하다. ‘중증외상센터’는 천재적인 수술 실력의 중증외상 수술의 전문가 백강혁(주지훈)을 중심으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활약을 그렸다.
특히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백강혁은 시청자들에게 유쾌하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주인공 백강혁의 ‘신들린’ 능력과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드는 시원시원한 전개에 힘입어 공개와 동시에 대한민국 시리즈 1위,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1위(넷플릭스 자체 집계)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같은 의학 드라마의 장르로 묶이지만 ‘중증외상센터’와 ‘하이퍼나이프’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중증외상센터’가 웹소설과 웹툰이 원작인 정체성을 살려 판타지 같은 인물을 앞세운 ‘메디컬 활극’을 표방하는 동시에 현실 의료 시스템을 꼬집었다면, ‘하이퍼나이프’는 의학 드라마에 범죄 스릴러 장르를 뒤섞은 묵직한 장르물의 성격이 강하다.
이와 함께 세옥과 덕희가 서로를 증오하면서도 연대하는, 복잡한 관계를 통해 특별한 시너지를 예고한다. 박은빈은 “설경구 선배와 촬영하는 동안 다양한 감정들을 겪었다. 시청자들도 새로운 감각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정현 PD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관계의 이야기이지만, 인위적으로 감정을 떠올리지 않게 하려고 했다. 생소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지점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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