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백 년 된 집에 머문 적이 있었다. 그때 돌벽들을 바라보며 내가 앉아 있는 바로 그 자리를 지나간 수많은 삶을 떠올렸다.” 영화 ‘히어’의 연출자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프로덕션 노트를 통해 밝힌 연출의 변이다.
‘히어’는 주인공인 리처드(톰 행크스)와 마가렛(로빈 라이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지구상에 생명이 탄생한 순간부터 존재했던 공간인 ‘여기'(한 주택의 거실) 머물다 간 이들의 삶을 포착한다. 세계적 권위의 만화 축제인 앙굴렘 국제 만화 축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리처드 맥과이어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의 독창적인 표현 방식이다. 특정 공간을 하나의 카메라 앵글로만 보여준다. 동시에 화면 분할과 ‘팝업창’처럼 화면 안에 끊임없이 생성되는 여러 개의 작은 화면을 활용해 같은 공간을 다른 시간대와 동시에 화면에 펼쳐내 보여준다.
그래서 ‘히어’는 인과 관계로 이어지는 사건을 다루는 보통의 극 영화와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 대의 카메라만 돌아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것 같기도 하고, 별개의 움직이는 이미지를 붙여놓은 것처럼 흐름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해당 공간을 비추는 카메라가 담아내는 삶의 희로애락 순간은, 쌓이고 쌓여서 묘하게도 드라마를 완성해낸다. 이를 통해 ‘히어’는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일상 속의 소중한 순간을 되짚게 한다. 다만 독창적인 표현법에도 104분의 러닝타임 내내 같은 구도로 영화를 지켜봐야 하는 데에는 꽤 인내심을 요구한다.
‘히어’는 1995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한 ‘포레스트 검프’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다시 만나 주목을 받는다. 저메키스 감독이 연출하고 에릭 로스 각본가가 집필했다. 또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와 제니를 각각 연기한 톰 행크스와 로빈 라이트가 이번 작품에서 10대 시절에 만나 가정을 일구고 함께 황혼기를 맞는 부부의 모습을 연기한다. 디에이징 기술을 이용해 톰 행크스의 젊은 시절을 구현해낸 점이 흥미롭다.
연출 : 로버트 저메키스 / 출연 :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 / 장르 : 드라마 / 수입 : 스튜디오오르카 / 배급 : 메가박스중앙 / 공개일: 2월19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 / 러닝타임 : 104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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