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지훈과 추영우가 주연한 ‘중증외상센터’가 심각한 외상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들을 살리는 의사들의 활약을 히어로물처럼 그려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휴머니즘에 집중한 의학 드라마들과 달리 ‘메디컬 활극’을 표방한 시도가 대중의 눈높이에 적중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지난 24일 공개한 ‘중증외상센터'(극본 최태강)가 설 연휴 안방에서 강력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가 집계하는 ‘오늘 대한민국 톱 10 시리즈’ 1위를 넘어 글로벌 집계 차트에서도 넷플릭스의 ‘가장 많이 본 TV 쇼’ 부문 5위(27일 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올랐다. ‘오징어 게임2’처럼 글로벌 히트작의 후속편의 후광효과에 힘입어 출발한 드라마가 아닌 데도 공개 직후부터 뜨거운 반응이 집중된다.
발 빠르게 8부작 전편을 챙겨 본 시청자들은 ‘통쾌한 의학 드라마’라는 데 만족을 표한다. 오직 환자를 살린다는 단 하나의 목적에만 몰두하면서 자신을 공격하는 주변 모든 것들에 통쾌하게 맞서는 주인공 백강혁의 카리스마가 보는 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비현실적인 상황과 설정이 반복되고, 대부분의 캐릭터가 판타지처럼 과장돼 있지만 바로 그런 부분이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메디컬 활극’의 재미를 선사한다는 평가다.
‘중증외상센터’는 주인공 백강혁으로 활약하는 주지훈과 연출을 맡은 이도윤 감독의 시너지로 완성됐다. 주지훈은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 가장 먼저 출연을 확정하면서 제작이 속도를 붙게 한 주역이고, 이도윤 감독은 그런 주지훈의 추천으로 연출을 맡아 역량을 증명하고 있다.
● 주지훈은 왜 이도윤 감독을 추천했을까
이들의 인연은 11년 전으로 올라간다. 2014년 개봉한 영화 ‘좋은 친구들’의 주연 배우와 감독으로 만나 작품을 함께 했다. 2007년 단편 ‘이웃’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하고 ‘마음이2’의 조감독으로 활동한 이도윤 감독은 ‘좋은 친구들’을 통해 장편 영화에 데뷔했다. 주지훈 역시 이전까지 ‘나는 왕이로소이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등 로맨스와 코미디 등 다소 가벼운 소재의 편안한 이야기로 관객과 만나다가 ‘좋은 친구들’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좋은 친구들’은 이전까지 부드러운 이미지를 지닌 주지훈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우정과 의리로 뭉친 세 친구가 거액이 사라진 강도화재사건에 얽힌 이후 서로를 의심하면서 파국을 맞는 이야기다. 서서히 무너지는 세 친구의 관계를 위태로운 시선으로 그린 영화에서 주지훈은 지성, 이광수와 호흡을 맞춰 호평받았다. 이후 주지훈은 ‘아수라’와 ‘신과함께’ 시리즈 등을 만나 연기 변신을 거듭했고 이제는 대작 영화를 책임지는 주연 배우로도 자리매김했다.
이도윤 감독 역시 ‘좋은 친구들’을 통해 감각 있는 신인 감독의 등장을 알렸다. 이후 몇몇 작품의 기획과 연출을 준비했지만 여러 여건 상 이뤄지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주지훈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함께 할 작품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 ‘중증외상센터’에서 재회했다.
주지훈은 이 감독을 ‘최적의 연출자’라고 판단해 제작진에 추천했다.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으로 먼저 공개된 원작을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판타지의 이야기를 허무맹랑하지 않게 그릴 수 있는’ 연출자라고 판단에서다.
주지훈은 ‘중증외상센터’ 공개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판타지의 색채가 짙은 웹툰 원작을 옮기는 만큼 이야기가 어느 정도 땅에 붙어 있어야 했다”며 “판타지가 허무맹랑하지 않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했는데 이전의 작업을 떠올렸다. 이도윤 감독님이 글을 영화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경험했기에 이번 작품과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도윤 감독과 주지훈은 함께 회의를 거듭하면서 ‘활극’ 스타일의 의학 드라마를 만들었다. 주지훈의 설명처럼 ‘허무맹랑한 설정’으로 캐릭터는 물론 이들이 처한 상황이 잔뜩 과장됐지만, 바로 그 부분에서 차별화를 시도해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 이도윤 감독은 “메디컬 드라마라기보다 액션과 스릴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의가 진단한 처방전 같은 작품이자 답답하고 지루한 증상을 모두 날리는 드라마”라고도 강조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