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개봉을 못하고 있었을 때가 생각나요. 영화가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는데 우리 영화로 인해서 소방관분들이 얼마나 애쓰시는지 조금이나마 알려드릴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영화 ‘소방관’의 주연배우 주원이 작품의 흥행을 기뻐하며 한 말이다. 지난 달 4일 개봉한 ‘소방관’은 서부소방서에 첫 발령받은 신입 소방관의 성장이야기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화재 진압과 생명 구조를 위해 분투하는 소방관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2001년 일어난 홍제동 화재 참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연말 극장가에서 383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연말 특수를 노린 작품 중 유일하게 흥행을 거뒀다.
주원은 이번 영화를 통해 한편의 작품을 거뜬하게 이끄는 주연으로 다시금 인정받았고, 흥행까지 책임지는 영향력도 증명했다.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이번 설 명절을 맞는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4일, 전화로 만난 주원은 “지인 중에 소방관이 있는데 이 영화가 개봉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며 “무사히 개봉한 데 이어 흥행까지 거둬서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 개봉 못할까봐 걱정 커…감독의 힘 확인
주원이 이렇게 말한 데에는, 근래 ‘소방관’만큼 우여곡절을 겪은 영화가 없어서다. 2020년 촬영을 끝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 때문에 한 차례 개봉을 미뤘고, 이어서 불거진 주연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물의로 또 한 차례 개봉을 미뤘다. 어렵게 개봉한 뒤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서 그 불똥이 작품에 튀었다. 연출자인 곽경택 감독의 동생이 탄핵소추안을 부결시킨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라서다.
많은 난관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주원은 “배우의 입장에서는 개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답답했다”고 돌아봤다.
“화재를 다루는 작품이어서 촬영 자체는 힘들었지만 ‘소방관’은 현장에서 좋았던 기억밖에 없어요. 힘든 장면을 찍을 때에도 컷 소리가 나면 다 같이 웃었어요. 그래서 촬영하는 동안에도 영화가 잘 되기를 빌었고, 그래서 개봉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했어요.”
그러면서 곽 감독에 대해 “곽경택 감독님과 처음 작업을 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왜 감독님 오랫동안 사랑받는지 알 수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감독님은 소통능력과 공감능력이 뛰어난 분이에요. 배우가 연기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많은 배려를 해주셨어요. 체력적인 것은 기본이고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가 다른 일로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하려고 매순간 애쓰셨죠. 그 덕분에 배우와 스태프도 가깝게 지냈던 것 같아요. 많이 배웠어요.”
● 부담감 견디고 ‘이 짐 짊어져야 겠다’ 결심
‘소방관’이 기대 이상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주연배우 주원의 공이 컸다. 신입 소방관 역할로 사회 초년생이 겪는 불안과 실패에 대한 좌절, 이를 극복하고 생명을 구하는 어엿한 소방관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내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자숙 중인 곽도원을 대신해 그의 몫까지 작품을 알리려고 앞장섰다.
“개봉이 결정됐을 때 (혼자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됐지만 피하지 말고 ‘이 짐을 짊어져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소방관’이 소방관의 투철한 직업정신과 숭고한 희생정신을 담고 있는 작품인 만큼 ‘주연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뒤로 빠져있을 수 없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른 사람의 몫까지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런 주원의 결심과 정성이 통했는지 ‘소방관’은 악재들 딛고 손익분기점 250만명(순제작비 70억원)을 훌쩍 넘기고 400만명에 가까운 흥행 성적을 거뒀다. 그는 ‘소방관’이 큰 사랑을 받은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건이고 당시 사건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가슴 아픈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으니까 이 이야기에 공감해준 것 같다”고 밝혔다.
“저 역시 ‘소방관’을 찍기 전과 후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듯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 우리가 평소에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는 구나’라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무대인사를 하면서 어린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을 만났어요. 우리 영화를 모든 세대의 관객이 좋아해준다는 점도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 ‘소방관’ 덕분에 자신감 얻어…도전 욕심
주원은 이 작품으로 스크린에서도 흥행작을 보유하게 됐다. 데뷔작인 ‘제빵왕 김탁구'(2010)부터 ‘각시탈'(2012) ‘굿닥터'(2013) ‘용팔이'(2015) 등 안방극장에서 다수의 작품을 흥행시켰으나 스크린에서는 아직 그 정도의 폭발력을 지닌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소방관’이 그런 아쉬움을 단박에 해소시켜줬다.
“그래서 ‘소방관’이 저한테는 정말 특별해요. 사실 드라마와 비교해서 영화로는 흥행한 작품이 없어서 배우로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런 순간에 많은 사랑을 받아서 자신감도 생기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큰 힘을 받은 것 같아요.”
끝으로 주원에게 설 계획과 새해 소망을 물었다.
“명절에는 늘 촬영 아니면 가족과 함께 보냈어요. 이번 설에는 가족과 함께 설을 지낼 것 같아요. 새해에는 지금까지 제가 보여드렸던 모습보다는 ‘주원에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를 보여드릴 수 있는 조금 더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고 싶어요. 다행히 ‘소방관’으로 지난해를 잘 마무리한 덕분에 새해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새해엔 좋은 일만 가득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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