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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물 대상화 ‘원경’ 노출 후폭풍…’투 트랙 전략’ 무리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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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에서 원경왕후를 연기하는 배우 차주영. 사진제공=tvN·티빙

드라마 ‘원경’이 배우들의 노출을 둘러싼 구설에 휘말렸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티빙과 케이블채널 tvN에서 순차적으로 방송하는 ‘원경’은 각기 다른 시청 등급으로 이야기를 표현의 수위를 달리하는 투 트랙 전략을 시도했지만 작품 자체로 평가받기 보다 초반부터 등장한 배우들의 노출 등에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몇몇 배우의 가슴 노출 장면을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해 극적인 효과를 준 사실이 공개되면서 사전 협의에 대한 의문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6일 티빙과 tvN에서 공개한 ‘원경'(극본 이영미·연출 김상호)은 이들 플랫폼을 운영하는 CJ ENM이 시청 등급을 달리한 두 가지 버전으로 선보이고 있다. 유료 결제 구독 플랫폼인 티빙에서는 19세 이상 관람가 시청 등급으로, tvN에서는 15세 관람가에 맞췄다. 이에 따라 티빙 공개 버전에서는 배우들의 가슴 노출 등 표현의 수위를 높였다. 채널용 드라마와 차별화해 신규 구독자 유입을 노리는 티빙의 전략이다.

하지만 지난 14일까지 총 4회가 방송한 ‘원경’은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배우들의 노출로만 연일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배우들의 노출 연기를 대역 배우들이 맡았고, 컴퓨터그래픽(CG)으로 노출을 극대화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일부에서는 제작진이 대본에는 구체적으로 표기되지 않은 베드신 장면을 실제 촬영하면서 표현의 수위를 높였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 기획 단계부터 시청 등급 다르게…배우들도 동의 

‘원경’은 조선시대 건국 초기 태종 이방원이 왕위에 등극할 수 있도록 도운 막후의 실력자 원경 왕후의 이야기다. 타이틀롤 원경 역은 배우 차주영이 맡아, 이방원 역의 이현욱과 호흡을 맞춘다. 역사의 인물을 주인공들로 내세웠지만, 원경과 이방원의 수위 높은 짙은 베드신과 파격적인 노출을 전면에 배치해 ’19금 사극’을 표방한다. 역사적인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드라마들은 계속 제작되지만 이번 ‘원경’은 실존 인물의 상황과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이들이 어떻게 조선을 건국했고 이후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보다 수위 높은 표현으로 ‘대상화’하면서 화제몰이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원경'에서 채령을 연기한 이이담. 사진제공=tvN
‘원경’에서 채령을 연기한 이이담. 사진제공=tvN·티빙

‘원경’은 1, 2회부터 원경과 후궁 채령(이이담)의 파격적인 노출과 정사 장면을 내보냈다. 특히 1회가 시작하고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원경과 이방원의 베드신을 그렸다. 이후 원경의 최측근인 채령과 밤을 보내는 이방원의 모습도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카메라는 목욕을 마친 채령의 뒷모습을 적나라하게 담기도 했다. 

4회까지 공개된 ‘원경’은 작품의 내용보다 주로 배우들의 노출에 시선이 맞춰지고 있다. 특히 일부 배우의 노출 장면은 대역과 CG(컴퓨터그래픽)로 표현된 상황, 그 과정에서 제작진이 배우들에게 노출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이견이 벌어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제작사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티빙과 tvN 버전의 시청 등급을 달리하고, 배우들의 노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제작을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원경’을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은 “기획부터 티빙 버전과 tvN 버전의 시청 등급이 다르게 제작된다는 점을 공개했고, 배우들도 동의했다”며 “노출 장면이 있다는 사실도 (배우들에게) 오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촬영을 마치고 공개를 앞둔 최종 편집 단계에서 배우들의 노출 수위에 대해 제작사와 배우들 사이에서 이견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캐릭터와 장면의 특징에 따라 각각 배우별로 진행된 부분이 있다”며 “제작이 이루어지는 단계별로 소속사 및 각 배우별로 협의를 거쳤다”고 재차 강조했다. 드라마 초반에 노출 연기를 소화한 차주영과 이이담이 소속된 고스트 스튜디오 역시 제작사의 설명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최근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제작사의 설명에도 ‘원경’을 향한 날선 시선이 계속되는 이유는 노출 장면이 작품에 필요했는지로 귀결된다. 티빙 버전과 달리 배우들의 노출 장면이 포함되지 않은 tvN 방송 버전은 이야기의 흐름은 물론 캐릭터를 드러내는 데도 걸림돌이 없다. 작품이나 캐릭터와 어우러지는 노출이 아닌, 티빙 구독을 유독하기 위한 상업적인 장치로 배우들의 노출 장면을 포함시킨 제작진의 시도가 결국 시청자를 설득시키지 못한 셈이다.

● 역사의 인물의 대상화…자극적인 묘사 

‘원경’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조선의 제3대 국왕인 태종 이방원보다 그의 아내인 원경왕후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이다. 그동안 이방원의 이야기는 수 차례 드라마로 다뤄졌지만 원경왕후가 타이틀롤인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작진은 실제 역사에서 남편을 왕의 자리에 올리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아들 충녕을 세종대왕으로 키운 원경왕후의 이야기를 이방원이 아닌 원경의 관점으로 풀어낸다고 밝혔다. 

이방원에 가려져 있는 주체적인 여성을 내세우면서 출발한 ‘원경’이지만 역사를 재해석하는 시도보다 오히려 역사 속 실존인물을 그저 대상화했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마치 훔쳐보듯한 시선을 취하면서 여배우들의 몸을 소비하는 촬영 구도와 신체 노출에서 어떠한 개연성도 찾을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이는 조선의 왕후이자 세종대왕을 키운 역사의 인물을 앞장 세우고 온통 자극적인 코드로만 화제몰이를 하는 시도를 그저 창작의 자유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도 이어진다. 

이방원을 그리는 방식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왕위에 오른 이방원은 원경에 대한 자격지심과 질투심에 빠진 인물로만 묘사된다.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그가 벌인 일들을 외면받은 채 그저 원경을 짓누르려고 혈안이 된 모습이다. 군주가 아닌 열등감에 사로잡힌 캐릭터에 머물러 있다. 

특히 원경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이방원이 채령과 합궁을 하는 모습 역시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역사에서 이방원과 원경은 후궁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갈등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드라마 제작진은 이런 부분을 다루려고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방원을 원경에 대한 뒤틀린 감정을 가진 폭군 캐릭터로만 묘사해 설득력이 잃었다.

‘원경’을 둘러싼 상황은 지난해 8월 공개한 전종서 주연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우씨왕후’를 떠올리게 한다. 고구려 고국천왕의 왕후였던 우씨왕후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의도와 다르게 ‘우씨왕후’는 주인공의 서사보다 적나라한 노출과 높은 수위의 정사신에 초점이 맞춰졌다. 결국 ‘우씨왕후’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휘발됐다. 독립적인 여성을 내세운 사극이 그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19금의 수위와 노출 등 베드신을 적극 활용하는 한계에 머문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노출이 일으킨 화제보다 더 중요한 서사의 개연성에서 시청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경’은 앞으로 8회 분량의 이야기를 남겨 두고 있다. 버전을 달리한 티빙과 tvN의 투 트랙 전략이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지 관심이 집중된다.  

드라마 ‘원경’의 한 장면. 사진제공=tvN·티빙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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