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송구하네요. 이런 자리, 이런 행사를 갖는다는 것도 왠지 사과드리고 싶고, 송구한 마음입니다. 연기자들이 하는 모든 일이 관객, 시청자분들을 위한 몸짓인데 너무나 큰 슬픈 일이 벌어져서 마음이 아픕니다.”
배우 한석규가 5일 방송된 ‘2024 MBC 연기대상’에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시상식은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개최됐으나 바로 전날인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생방송 대신 녹화방송으로 대체됐다.
한석규는 ‘밤에 피는 꽃’ 이하늬를 비롯해 ‘원더풀 월드’ 김남주 ‘수사반장 1958’ 이제훈 ‘지금 거신 전화는’ 유연석 등을 제치고 대상을 품었다. 2011년 SBS ‘뿌리 깊은 나무’와 2016년 SBS ‘낭만닥터 김사부’로 대상을 받은 한석규의 세 번째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한석규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통해 1995년 ‘호텔’ 이후 29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관심을 모았다.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선 한석규는 거듭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을 드러냈다. 울컥하다가 수상소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무대에서 내려와 먹먹함을 더했다.
한석규는 “연기자라는 직업은 어떻게 하면 진실되게, 진솔하게 제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면서 “지금 이런 큰일을 겪는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 말씀드리고 싶다”고 애도의 뜻을 드러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하고 싶었던 이유로 “가족의 소중함을 말씀드리고 싶었다”던 한석규는 “어쩌면 평생의, 제가 하는 일의 큰 주제가 가족이었다는 걸 얼마 전부터 되새겨 보고 있다. 이 작품은 가족의 소중함을 전달하고 싶어서 했다. 그런 주제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가족을 잃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석규는 “깊은 위로 말씀드린다. 왠지 송구하고 사과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죄송하다. 큰 슬픔 이겨내시고, 죄송하다”고 말한 뒤 황급하게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딸 하빈(채원빈)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지면서도 진실을 쫓는 장태수 역을 통해 한석규는 딸을 믿고 싶지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아빠의 딜레마를 섬세하게 펼쳐냈다. 하빈 역을 통해 극의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채운 채원빈은 신인상에 호명됐다. 채원빈은 한석규를 향해 “마음 깊이 존경한다.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밤에 피는 꽃’으로 유력한 대상 후보로 꼽혔던 이하늬는 최우수 연기상 미니시리즈 여자 부문을, ‘수사반장 1958’과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각각 활약한 이제훈과 유연석이 최우수 연기상 미니시리즈 남자 부문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별세한 김수미에게는 특별감사패가 수여됐다. 1970년 MBC 공채 3기 탤런트로 데뷔한 고인은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송한 MBC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를 통해 ‘국민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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