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묶은 다섯명의 참가자들이 결의를 다진다. “전 우리 팀 믿습니다”고 말하면서 강렬한 믿음의 눈빛을 나누기도 한다. 그 뒤로 이끈 밴드 무한궤도의 노래 ‘그대에게’가 흘러나온다. 고 신해철이 작사, 작곡한 이 곡은 1988년 공개됐지만 지금도 사랑받으면서 특히 학교 축제나 운동회 등에서 응원가로 쓰이는 그야말로 ‘K응원가’ 중 하나다.
‘그대에게’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삽입돼 화제다. ‘오징어 게임2’의 4, 5회인 ‘여섯 개의 다리 편’과 ‘한 판 더’에는 5명의 참가자들이 팀을 이뤄 다리를 묶고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5인 6각’ 게임이 나온다. 이들은 딱지치기를 시작으로 순서대로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 돌리기에 도전한다.
‘그대에게’는 마지막으로 게임을 하는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을 비롯해 프론트맨(이병헌) 강대호(강하늘) 박정배(이서환) 김준희(조유리)가 미션을 수행할 때 등장했다. 생사가 걸린 게임에서 탈락자들이 잔인하게 죽으면서 피웅덩이까지 고이는 극한의 상황에서 흘러나오는 희망찬 분위기의 ‘그대에게’는 묘한 이질감을 안긴다. 노래의 일부만 상용하지 않고 전곡을 배치한 과감한 선택도 돋보인다.
이병헌은 “진짜 이 음악을 쓸 줄 몰랐다. 현장에서 편집을 할 때 감독님이 장난처럼 ‘그대에게’는 어떻겠냐고 해서 출연자들과 스태프들이 한참 웃었다”며 “‘그대에게’는 응원가로 잘 알려져 있지 않나. 피바다 속에서 아주 희망찬 응원가를 듣게 되는 게 아이러니한 상황을 잘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로 이 음악을 선택했다”고 놀라워했다.
극본을 쓰고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그대에게’를 사용하게 된 배경으로 “자신감과 배짱”을 꼽았다.
황 감독은 지난 2일 맥스무비와의 인터뷰에서 “시즌1이 잘 되고 좋아해 주니까 자신감이 생겼다”며 “어떤 노래인지 궁금하면 사람들이 알아보려고 할 텐데 ”그대에게’는 우리나라에서 응원할 때 쓰는 노래다’ 그런 자신감과 배짱으로 선곡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감독은 “현주(박성훈)팀이 게임에 성공하자 다 같이 응원을 하는데 대본을 쓸 때부터 여기서 다 일어서서 ‘그대에게’를 불러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면서도 “그렇게 하면 좀 웃길 것 같아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훈팀이 마지막으로 게임에 나서는데 그땐 응원하는 사람이 없다. 그 장면에서 응원가로 ‘그대에게’를 깔면 되겠다 싶어 넣었다”고도 덧붙였다.
‘5인 6각’ 게임에 무려 5개의 게임을 한 번에 녹인 이유도 공개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오징어 게임’의 시그니처이고, 영희도 활약을 해야 해서 꼭 넣어야 했다. 두 번째부터는 바꾸려고 했는데 원래 딱찌치기와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 돌리기, 제기차기가 각각의 개별 게임으로 후보에 있었다. 그런데 하나씩 구성하니 이야기가 너무 단순했다. 팀 게임으로 이들을 묶으면 더 재미있고 민속놀이도 알릴 수 있겠다고 생각해 결정했다.”
이제 ‘K게임 전문가’로도 통하는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2’에 넣은 여러 게임들은 이미 글로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기놀이’를 시작으로 동요 ‘둥글게 둥글게’ 노래에 맞춰 춤을 추다가 호명한 숫자에 맞춰 짝을 짓는 게임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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