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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2‧3’ 찍으며 떠올린 단어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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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리즈에서 성기훈을 연기한 이정재. 사진제공=넷플릭스

“성기훈을 가장 낮은 곳까지 떨어뜨리고 짓밟는 이야기입니다.”

배우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이렇게 정의했다. 지난달 26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오징어 게임2’는 목숨을 건 피의 게임에서 우승해 456억원의 상금을 손에 쥔 성기훈(이정재)이 게임을 중단시키기 위해 다시 그 속으로 뛰어들어가 관리자인 프론트맨(이병헌)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정재는 성기훈을 전편과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으로 표현했다. 게임에 참가해 희생된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목격했던 만큼 돈이 목적이었던 첫 번째 게임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황동혁 감독 또한 시즌2와 시즌1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성기훈의 정체성 변화”를 꼽았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이정재를 만났다. 지난 2022년 연출작인 영화 ‘헌트’ 이후 햇수로 3년 만에 여러 명의 취재진과 만나는 인터뷰 자리에 나선 탓인지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오징어 게임2’가 공개와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얻는 기쁨을 드러냄과 동시에 눈에 띄게 달라진 성기훈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들을 성심성의껏 풀어냈다.

● 이정재 “성기훈, 시즌3에서 또 변한다”

게임을 멈추는 것. 시즌2에서 기훈의 목적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뜻대로 되는 것은 없다. 돈이 필요해서 게임장에 들어온 이들은 기훈의 말을 쉽게 듣지 않는다. 그 과정서 무모한 시도를 하는 기훈을 두고 “답답하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정재는 “노력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실패하니까 당연히 ‘바보 같다’거나 ‘오지랖 피운다’ 등의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기훈은 단 한 명이라도 살리겠다는 목적으로 게임장으로 들어가요. 어떤 상황이 벌어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경각심과 공포심을 알리는 리더 역할을 하지만, 좋은 쪽은 아니었던 거죠. 당연히 답답했을 것 같아요. 시즌2는 최대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훈을 만드는 게 연출자의 의도였어요. 가장 낮은 곳까지 짓밟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성기훈은 456억원의 상금을 얻었지만 이를 “함부로 쓸 수 없는 사람들의 목숨값”으로 여긴다. 그리고 게임을 멈추겠다는 일념 하에 또다시 ‘피의 게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시즌2와 시즌3을 동시에 촬영하면서 이정재는 ‘양심’이라는 단어를 많이 떠올렸다.

그는 “촬영할수록 남에게는 보이지 않는 기훈의 양심이 행동으로 이어진 것 같았다”며 “양심을 감추고, 상황을 피하거나 도망가는 일들이 많은데 기훈은 그렇지 않다. 이런 인물이 우리 사회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을 작가의 의도로 읽었다”고 말했다.

기훈은 정체를 모르지만 전작의 오일남(오영수)처럼 프론트맨도 오영일이라는 이름으로 001번 번호표를 달고 게임에 참가한다. 전편의 사례가 있는데도 ‘오영일을 왜 의심하지 못하는지’ 묻자 이정재는 “게임에서 우승했다고 기훈이가 갑자기 영특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정체를 숨긴 프론트맨은 교묘하게 기훈의 의지를 꺾고 기훈의 행동을 그저 ‘영웅놀이’로 만들기도 한다. 이정재는 극 말미 프론트맨의 “영웅놀이는 재밌었나”라는 대사가 중요했다고 짚으며 “기훈의 좌절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직접적인 대사”라며 시즌3에서 기훈이 “또 변한다. 바닥까지 내려간 기훈이 상황을 추슬러서 나머지 게임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가 주요 볼거리 중 하나”라고 예고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실감한 기훈은 좌절로 인해 또 다른 국면에 직면한다.

“황동혁 감독님의 장점은 하나의 장면 안에서도 여러 반전을 넣는다는 점이에요. 전체 시즌을 놓고 봤을 때 큰 굴곡으로 인한 캐릭터와 이야기의 변화도 잘 그려내시죠. 시즌3이 나오면 완결성 때문에 (기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외에)조금 더 다른 의견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성기훈 역의 이정재. 게임을 멈추기 위해 제 발로 게임장에 들어선 인물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최근 이정재를 둘러싼 여러 이슈에 대해 

이정재는 최근 자신을 둘러싼 이슈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제작사들을 인수하고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등의 배우 이외의 분야로 영역을 넓히면서 불거진 이슈들이다. 이날 인터뷰는 ‘오징어 게임2’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지만 이정재의 최근 행보로 인해 이슈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정재는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아티스트스튜디오(구 래몽레인)의 최대주주가 됐으나 경영 방향을 두고 갈등을 겪었고,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아티스트유나이티드(구 와이더플래닛)의 부당거래 의혹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지난 2023년 11월 고등학교 동창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한 갈빗집에서 만난 사실도 새삼 화제가 됐다. ‘오징어 게임2’에서 회당 출연료가 100만 달러(14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주목받기도 했다.

먼저 이정재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등을 제작한 래몽래인을 인수하게 된 배경으로 “회사(아티스트컴퍼니)를 운영하면서 제작사를 인수하는 과정도 생겼다”며 “저희가 판단했을 때 영화와 드라마 시장이 크게 위축돼 있다. 예전 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자본도 필요해 회사를 매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계약서대로 이행하지 않는 상대방의 문제제기로 안 좋은 뉴스가 나오기도 했는데 억울한 일이었다. 다행히 법원의 판결을 받아서 정상적으로 회복했다”고 밝혔다.

이정재는 영화와 드라마 제작사 등을 보유한 아티스트유나이티드의 최대 주주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송강호 주연의 영화 ‘1승’의 공동 배급 등을 맡으면서 공격적으로 콘텐츠 시장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정재는 최대 주주일 뿐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빠른 시일 안에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고 합니다. 제가 무슨 경영을 알겠어요.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지만, 그들도 저의 도움이 필요해요. 아이디어를 내서 영화나 드라마를 기획, 제작해야지 경영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연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고 당연히 지금까지 꾸준히 해왔던 연기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한동훈 전 대표와의 ‘갈비 회동’에 대해서는 “친분을 드러내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동창이고 밥 한 먹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정하게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식당에서 겉절이를 줘서 감사한 마음에 김치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그날 사진은 제 휴대전화로 찍었는데 온라인에 공개됐길래 어떻게 된 건가 싶었다”며 “알고 보니 한동훈씨 팬도 옆에서 저희를 찍고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렸고 그게 기사화됐다”고 말했다. 어떠한 의도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되면서 국내서도 일거수일투족 주목받는다. 출연료가 화제가 된 상황도 마찬가지.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본다면 ‘고액’이지만 ‘오징어 게임’ 시즌1이 역대 넷플릭스 최고 시청 기록을 달성한 만큼 그 성과에 따른 출연료 책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정재 역시 자신의 출연료에 여러 말들이 나오는 상황을 알고 있다면서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넷플릭스와의 관계였다”고 털어놨다.

이정재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2’는 한국 콘텐츠가 아닌 글로벌 프로젝트로 분류되면서 넷플릭스와의 출연료 협상은 국내 소속사가 아닌 미국의 에이전시가 진행했다. “에이전시에게 다른 건 다 괜찮지만 넷플릭스와의 관계만 유연하게 가면 좋겠다는 당부 하나만 했다”는 이정재는 “(고액 출연료로)이정재 사례라는 것이 생겨서 향후 다른 배우들이 저 때문에 계약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면 안 된다는 의미였어요. 관계를 중요시 여겼고, 좋은 쪽으로 계약을 진행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만 전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2’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최근 이슈에 대한 질문도 피하지 않은 이정재는 “기회가 되면 말씀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오해 없이 설명하면서 잘 해나가야겠다. 더 많이 고민하고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이정재. 사진제공=넷플릭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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