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전 세계가 기다렸다’는 말이 호들갑이 아님을 증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오징어 게임2)가 지난달 26일 공개된 가운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공개 4일 만에 전 세계에서 4억876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면서 첫 주 기준 넷플릭스 역대 최고 오프닝을 달성했다. 이뿐만 아니다. 총 시청 시간을 작품 분량(7시간10분)으로 나눈 조회 수에서도 6800만회를 기록해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 역대 7위에 단숨에 올랐다. 비영어권 역대 1위는 2021년 9월 공개한 ‘오징어 게임1′(2억6520만회)이다.
이번 ‘오징어 게임2’는 전편에서 최종 우승자가 돼 456억원의 상금을 거머쥔 성기훈(이정재)이 게임의 설계자인 프론트맨(이병헌)을 찾아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게임 속으로 뛰어드는 복수의 여정을 다룬다. 여기에 목숨이 걸린 잔혹한 생존 게임과 저마다의 절박한 사연으로 게임장에 발을 들인 인물들의 이야기도 있다.
공개 직후 평가는 엇갈렸다. 새로운 캐릭터와 공기놀이, 팽이돌리기, 국민동요 ‘둥글게 둥글게’를 배경음악으로 한 짝짓기 게임 등 전편과 차별화되는 매력을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시선이 있지만, 한편으론 올해 공개 예정인 ‘오징어 게임3’을 염두에 둔 불분명한 결말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오징어 게임2’의 첫 주 성적인 나온 다음 날인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동혁 감독은 “많은 기대가 형성된 만큼 충족되는 부분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합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시즌1을 통해 치아를 7~8개 잃었는데 시즌2, 3을 쓰고 촬영하면서 수명이 7~8년 줄어든 것 같다”고 치열했던 현장을 돌이켰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설계한 감독의 생각과 의도를 최대한 반영해하기 위해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오징어 게임2’의 설계에 대해
▲ ‘오징어 게임2’가 공개된 후 나오는 다양한 반응을 어떻게 보고 있나.
“시즌1은 듣도 보도 못한 작품이었다. 충격과 신선함 때문에 좋은 반응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시즌2는 너무 유명해졌다. 기대가 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떤 이는 게임 강화, 또 어떤 이는 자본주의 비판 등 여러 면에서 기대가 형성된 만큼 충족되는 부분도 안 되는 부분도 있다고 봤다. 결말이 안 지어져서 불만이 많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시즌1만큼 신선도나 압도되는 반응도 안 나올 거라고 봤다. 지금은 받을 만큼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 시즌2가 시즌3을 위한 ‘브릿지’ 역할을 하는데, 이야기를 쪼갠 이유가 궁금하다.
“시즌2와 시즌3은 하나의 이야기다. 한 시즌으로 기획하고 썼다. 작품을 끝낼 생각으로 쓰다 보니까 길어졌다. 요즘 트렌드가 하나의 시리즈에 10여편을 선보이는 추세는 아니지 않나. 넷플릭스가 쪼개서 공개하자고 제안을 했고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시즌2는 기훈이라는, 선의를 가지고 있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 자신은 상상할 수 없는 시스템에 도전하고 그 무모한 도전이 좌절되는 이야기다. 밖에서 펼친 용병 작전이 실패한다. 게임장 안에서 투표를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바뀌지 않는다. 혁명으로 싸움으로 결과를 얻으려고 한다. 돈키호테가 풍차에 달려드는 무모한 시도인데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시즌2를 끝내고자 했다. 시즌3에서는 좌절, 실패, 죄책감으로 가득한 기훈이 어떤 식으로 가는지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딱지맨’ 공유에 대한 반응이 좋다. ‘코리안 조커’라고 극찬 받고 있는데, 1회를 왜 게임 참가자들을 모으는 딱지맨의 이야기로 시작했나.
“성기훈이 추적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딱지맨이다. 시즌1에 (공유가)특별출연했지만 딱지맨에 대한 호감이 높아서 그가 왜 그런 인물이 됐는지 단서를 주고 싶었다. 시즌2와 시즌3을 하나의 이야기로 생각하다 보니까 1회 전체의 분량을 그에게 할애했다. 프론트맨이라면 가장 신뢰할 만한 인물, 믿을 수 있는 친구를 세상에 내보낼 거라고 생각했다. 철두철미하게 이 일에 미쳐 있는 친구 말이다. 서울에는 공유가 있지만 각 지역마다 다른 딱지맨이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스핀오프 작품을 한다면 그런 이야기를 해보면 재밌지 않을까 한다. 사투리 쓰는 딱지맨도 생각해 봤다. 하하.”
▲ 시즌1보다 훨씬 많은 캐릭터를 만든 이유는?
“시즌1은 단선적인 이야기다. 기훈과 상우(박해수) 새벽(정호연) 알리(아누팜) 쪽과 덕수(허성태) 미녀(김주령) 같은 악당 캐릭터의 대립을 그렸다. 시즌2 이후에는 그물망이 복잡한 더 넓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프론트맨이 기훈을 좌절시키려 하고, 성소수자인 현주(박성훈)로 대표되는 그룹이 있고, 타노스(최승현)로 대표되는 MZ세대 캐릭터가 있다. 그룹들을 확장해 소사회를 구성했다. 그러다 보니까 많은 인물들이 필요했다. 시즌2는 집중되는 메인 그룹이 없고 분산됐는데 시즌3으로 가면 그룹들이 좁아진다.”
▲ 시즌1에는 알리가 있다면, 시즌2에는 현주가 있다. 성소수자 캐릭터를 내세운 이유는?
“‘흑막’이었지만 시즌1에는 오일남(오영수)이라는 노인과 알리라는 이주노동자가 있었다. 성소수자는 여전히 소외받는 계층이다. 코로나가 터졌을 때 이태원의 성소수자 클럽이 온상으로 몰리면서 융단폭격을 맞았다고 들었다. 현주를 통해 그들을 궁지로 내몰고 안 좋은 시선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현주가 소외받고 비난받는 인물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는 정의롭고 따뜻한 사람으로 그린 이유다.”
● 매번 등장하는 투표 설정에 대해
▲ 게임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OX’ 투표를 매 게임이 끝난 뒤에 한다. 투표 제도를 적극 도입한 이유가 궁금하다.
“전 세계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점차 살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지 않나. 세상을 이렇게 힘들 게 만든 건 누구인가. 제도 등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왔다. 그들이(권력자들) 모든 탓을 국민에게 돌릴 수 있는 건 선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선거제도에는 허점이 많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는 권력자가 제왕적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수결의 결정이 꼭 맞는지 묻고 싶었다.”
“사회가 힘들어질수록 분노와 불평, 분노는 위로 향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고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고 욕을 한다. 남자는 여자, 여자는 남자. 윗세대는 아래 세대, 아래 세대는 윗세대에게 말이다. 약자들끼리 서로 욕하고 있다. 그걸 OX로 갈라져 싸우는 사람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요즘 사회는 ‘모두가 잘 살자’보다 각자도생이 됐는데, 돈키호테 같은 기훈을 통해 ‘우리가 싸워야 하는 대상은 위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 투표를 내세우면서 시즌2의 메시지도 달라졌다.
“시즌1이 자본주의 경쟁에 대한 이야기라면 시즌2는 ‘망가진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투표를 통해 바꿀 수 있나? 혁명이라도 해야 하나? 결국 기훈은 실패한다. 시즌3는 좌절하고 죄책감과 원망에 사로잡힌 기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기훈은 자기 자신과 인간에 대한 믿음 사이에서 고뇌한다.”
▲ 마지막에 주최 측을 향해 반란을 일으키는 기훈을 답답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이런 의견에는 어떤 생각인가.
“마지막 반란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하고 좌절하는 기훈을 그리려는 의도였다. 저도 안다. 기훈을 비호감이나 바보같이 보는 분들도 있는데, 세상에는 점점 기훈 같은 사람이 없어지고 있다. 자기 이익을 지키고 피해 보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대의를 위하는 기훈의 애처로운 반란을 생각해서 그 장면을 넣었다. 비주얼로는 핑크 미로 계단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만들고 싶었다.”
● 논란의 캐스팅, 최승현에 대해
▲ ‘약’을 하는 전직 래퍼 타노스에 대한 호불호 반응이 거세다.
“시즌1에도 미녀나 덕수 등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캐릭터가 나온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는데, 과장된 유머에 익숙한 문화권이라서 그런 것 같다. 시즌2에도 그런 캐릭터가 필요했다. 기훈이 심각해진 만큼 시청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캐릭터가 부족해서 타노스를 만들었다. 만들면서도 한국에서는 싫어할 것 같았다.(웃음) 타노스를 연기한 최승현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프리스타일로 랩하는 장면을 볼 때 저 역시도 ‘이게 맞나’ 싶었다. 그럼에도 그 캐릭터가 시종일관 그런 스타일을 밀어붙였을 때 나오는 힘이 있을 거라고 봤다.”
“엠넷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많이 봤는데 이상한 스왜그를 가진 친구들이 많더라. 그런 캐릭터를 합쳐서 만든 게 타노스다. 약을 하는 캐릭터인 만큼 에너지가 ‘저 세상’에 있는 친구다. 이런 캐릭터가 있는 게 ‘오징어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 최승현은 2016년 대마초 흡입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그런 최승현에게 타노스 역할을 맡긴 이유는?
“처음부터 최승현을 생각하고 쓴 캐릭터는 아니다. 가상화폐 투자, 마약 등 MZ 세대에 퍼져 있는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오디션도 봤는데 이 역할을 맡길만한 배우를 찾지 못했다. 캐스팅 리스트에 최승현도 있었다. 대마초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고, 본인과 비슷한 캐릭터라서 당연히 안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오디션 제안을 했다. 리딩 때 여태까지 본 사람 중 제일 잘 어울릴 거라는 가능성을 봤다. 다만 이렇게까지 용서를 못 받은 상태인 줄 몰랐다. 하하! 캐스팅 발표 후 집중 비난이 쏟아져 (나도)충격을 받았다. 이 정도까지인지 몰랐다. 하차도 고민했지만 같이 준비해온 과정이 있고, 진땀 흘리면서 연기를 하는 모습을 떠올렸을 때 감독으로서 내치는 결정을 하기 힘들었다. 본인도 피해를 준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하더라.”
“함께 욕먹고 결과를 보여드리고 다시 한번 판단을 받아보자는 마음이었다. 활동을 해야 한다면 어쨌든 매를 맞아야 하지 않겠나. 제가 홍보담당자는 아니지만 본인도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과하고 해명할 일 있으면 제대로 깊은 얘기를 하고 싶어 할 것 같다. 다만 제가 봤을 때 이렇게 많은 취재진 앞에서 말하는 건 감당 못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언젠가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오징어 게임2’ 이후에 대해
▲ ‘오징어 게임3’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인간의 바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나빠지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충격이 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셨으면 좋겠다.”
▲ 게임의 주최 측에 반기를 들고 끝난 만큼 시즌3에서 게임이 계속될 수 있는지 궁금한데, 게임은 계속되나.
“쿠키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철수가 나온다. 철수가 등장하는 게임이 나온다. ‘오징어 게임’이지 않나. 당연히 게임을 한다.”
▲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에 질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은 어떤 심정인가.
“만드는 거 자체가 너무 어렵다. 혼자 썼고, 촬영 회차도 200회가 넘었다. 시즌3 후반 작업을 하면서 홍보를 하고 있는데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쉴 틈이 없었다. 지쳐 있는 게 사실이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저한테도, 넷플릭스에게도,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작품인 만큼 최선을 다해야 된다. 시즌3이 공개되는 올해까지 뭔가 계속해야 될 것 같은데 건강관리를 잘해서 끝까지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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