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2에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 도입되고 낯선 얼굴들이 합류했지만, 단연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1번 참가자 오영일로 불린 배우 이병헌이다. 시즌1에서 게임의 진행자인 프론트맨으로 짧게 등장한 이병헌은 시즌2에서는 살벌하고 치열한 게임 속으로 직접 들어가 묘한 이질감과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지난달 26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극본·연출 황동혁)에서 이병헌은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한다. 시즌1에서 1번 참가자 오일남(오영수)이 게임의 주최자임을 숨기고 성기훈(이정재)과 살을 부딪히며 매 라운드를 넘긴 것처럼, 시즌2에서 이병헌은 1번 참가자 오영일로 정체를 바꾸고 게임에 녹아든다. 오영일의 정체는 게임을 주도하는 프론트맨이자, 형사 황준호(위하준)가 찾는 실종된 형 황인호이다. 과거 게임에 참여해 최종 우승한 인물이라는 사실 외에 모든 게 베일에 쌓여 있다. 줄곧 검은색 가면을 쓰고 등장한 프론트맨이 맨얼굴을 드러내고 게임에 직접 참가하는 설정, 이를 극적으로 표현한 이병헌의 활약으로 이번 ‘오징어 게임2’는 시즌1의 인기를 뛰어넘고 있다.
이병헌의 ‘오징어 게임’ 출연은 지난 2017년 영화 ‘남한산성’을 함께 한 황동혁 감독과의 신뢰 속에 이뤄졌다.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이병헌은 명분보다 실익을 추구하는 당대 정치가 최명길을 연기했다. 영화 작업 당시 황 감독은 “이병헌과 영화를 할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다”고 밝히면서 깊은 믿음을 보였다. 그 만남은 이병헌의 ‘오징어 게임1’ 특별출연으로 이어졌고, 이번 시즌2에서는 역할과 책임을 늘려 이정재와 더불어 투톱 주연으로 나서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이병헌은 ‘오징어 게임2’에서 프론트맨과 황인호, 오영일이라는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한다. 미국 영화 매체 데드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이병헌은 “굉장히 도전적이었지만 동시에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고 밝혔다. 또한 황동혁 감독에 대해서는 “순간적인 판단력이 정말 대단한 연출자”라고도 말했다.
정체를 숨기고 여러 게임에 참여하는 오영일의 진가가 빛을 발하는 장면은 팽이 돌리기 게임이다. 단순히 ‘성기훈의 영웅놀이’를 지켜보는 것을 넘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임하면서 쫄깃쫄깃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번번이 팽이를 감는 실을 놓치고, 심지어 반대편으로 팽이를 날리는 의도적인 실수로 제한 시간에 점차 가까워게 만든다. 이에 영일은 자책하면서 스스로 따귀를 세게 내리치기도 한다. 모든 과정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특히 자신의 뺨을 때리는 장면에 대해 이병헌은 “웬만하면 NG 없이 가자는 감독의 주문을 받고 실제로 세게 따귀를 때렸다”며 “3번 정도 촬영했다”고 돌이켰다.
이 같은 이병헌의 활약에 미국의 주간지 댈러스 옵저버는 “이병헌은 점점 더 악랄해지는 프론트맨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낸다”고 평했고, 아일랜드 출신 영화평론가 피어스 콘란은 SNS에 “새로운 배우들과 돌아온 배우들 모두 빛을 발하지만 특히 이병헌은 훨씬 확장된 역할을 통해 탁월한 연기를 선보인다”고 호평했다.
● ‘오징어 게임’의 주제 선명하게 드러내는 이병헌
게임에 참여하는 오영일의 모습은 그가 어떻게 과거 게임에 참가해 최종 우승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회전목마가 놓인 원형판에서 동요 ‘둥글게 둥글게’의 멜로디에 맞춰 움직이다가 제시된 숫자로 짝을 짓는 ‘짝짓기 게임’에서 이병헌은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한다. 빠른 결단력으로 상황을 제어하고, 맹수의 이빨을 드러내면서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로 존재한다.
오영일의 대사들은 ‘오징어 게임2’의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게임을 멈추고 싶은 X표의 집단이 게임을 계속하려는 O표의 집단에 맞서기로 결정하자, 성기훈을 향해 “대의를 위해서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 하느냐”고 묻는 대사가 대표적이다. 반박할 수 없는 영일의 질문에 성기훈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오는 6월27일 공개가 유력한 ‘오징어 게임’ 시즌3에서도 이병헌의 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 황동혁 감독은 시리즈의 피날레인 시즌3에서 더욱 달라진 성기훈의 모습을 예고했다. 그와 대척점에 있는 오영일 즉 프론트맨의 비밀도 마침내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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