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과 출연진이 완전히 다르지만 제목이 같은 4편의 드라마와 영화가 올해 나란히 공개된다. 작품의 기획 단계에서 제목이 똑같은 작품이 있으면 서로 조정하기도 하지만 올해 출격하는 4편은 처음 선택 그대로 제목을 밀고 나가 눈길을 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 그리고 SBS 드라마 ‘사마귀’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마귀’까지 2025년 ‘제목만 같은’ 작품들이 동시에 출격한다. 이를 통해 김혜수와 김남길의 대결, 고현정과 임시완의 연기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가장 먼저 공개하는 작품은 오는 15일 디즈니+에서 시작하는 김혜수 주연의 ‘트리거'(극본 김기량)이다. 검찰과 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추적하는 방송사 탐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진의 이야기다. 일단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지독한 탐사보도팀의 역동적인 모습을 김혜수, 정성일, 주종혁이 연기한다. 제목인 트리거는 총의 방아쇠나 어떤 사건을 유발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뜻한다.
김혜수는 팀을 이끌면서 진실을 쫓는 오소룡 팀장 역으로 강력 사건을 끝까지 추적하는 집요한 탐사보도 PD를 연기한다. 특히 김혜수는 촬영하다가 오른쪽 허벅지 근육이 파열됐을 정도로 작품에 열정을 쏟았다. 유선동 PD는 “활기차고 스피디하고 웃음도 있고, 눈물까지 흘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공개될 또 다른 ‘트리거'(극본·연출 권오승)는 김남길과 김영광이 주연한다. 총의 방아쇠를 의미하는 트리거라는 사전적 정의에 더 가까운 작품으로, 총기 청정국인 대한민국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배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총기 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각자의 이유로 총을 든 두 남자의 대결을 그린다. 총기 소지가 법적으로 금지된 대한민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연쇄 총기 사건 소재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김혜수의 ‘트리거’가 현실 기반의 범죄에 집중해 이를 파헤친다면 김남길의 ‘트리거’는 상상력을 더한 가상의 설정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총기 액션과 추격전 등 스케일과 화려한 영상미을 예고하고 있다. 김남길이 연쇄 총기 사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도 역으로 고난도 총기 액션을 소화한다. 김영광은 무기 브로커 세계의 핵심 인물인 문백 역으로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을 연기한다.
소재와 장르, 주연 배우들이 다르지만 제목이 같은 드라마의 동시 공개가 혹시 시청자를 헷갈리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유선동 PD는 “장르도 다르고 분위기도 많이 다른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에서 공개하는 시리즈들인 만큼 “한국 드라마로 두 편 모두 잘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두 편의 ‘사마귀’도 올해 공개한다.
7월4일 방송하는 ‘사마귀'(극본 이영종)는 배우 고현정이 연새살인마를 연기한다는 사실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20년 전 5명의 남자를 잔혹하게 살해해 사마귀라는 별명을 갖게 된 여성 연쇄살인마 정이신과 그의 경찰 아들 차수열(장동윤)이 과거 사마귀의 범행을 모방해 일어나는 새로운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협력하는 이야기다. 프랑스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지난해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의 두 번째 드라마다.
‘사마귀’는 연쇄살인마 엄마와 경찰 아들의 공조 수사라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인다. 고현정은 잔혹한 살인마이자 누군가의 엄마인 정이신을 통해 ‘독한’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장동윤은 평생 증오한 엄마와 힘을 합쳐야 하는 경찰 아들의 딜레마를 표현한다.
영화 ‘사마귀’도 있다. 2023년 공개된 전도연·설경구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과 살인청부업계 세계를 공유하는 스핀오프(파생작) 작품이다. ‘길복순’의 변성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신인 이태성 감독이 연출했다. ‘길복순’이 싱글맘과 킬러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길복순(전도연)의 이야기라면 ‘사마귀’는 긴 휴가 후 돌아온 A급 킬러 사마귀(임시완)와 그의 훈련생 동기이자 라이벌 재이(박규영) 그리고 은퇴한 킬러 독고(조우진)가 1인자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대결을 그린다.
임시완이 연기한 킬러 사마귀는 ‘길복순’에서 짧게 언급됐다. 킬러 조직을 이끄는 차민규(설경구)가 길복순에게 “휴가를 갔다”고 언급해 궁금증을 자극한 캐릭터다. 이태성 감독은 “‘길복순’에 사마귀가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충분히 후속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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