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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타’ 권해효부터 이희준까지, 송중기와 함께 돋보이는 개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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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에서 국희 역을 맡은 송중기.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12월31일 개봉한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에서 주인공 국희를 연기한 송중기는 10대부터 30대까지 나이대를 묘사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1997년부터 2008년에 이르기까지 약 12년의 기나긴 세월을 자신의 얼굴 위에 얹어 다채롭게 표현해낸 것이다. 여기에 소년 국희의 성장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를 둘러싼 ‘배우들’이다. 권해효·이희준·조현철·박지환·김종수가 그 주인공들이다.

‘보고타'(제작 영화사 수박)는 1997년 IMF 금융위기로 한국을 떠나 머나먼 이국땅 콜롬비아로 아버지를 따라 이민 온 소년 국희가 낯선 환경에 동화되며 점차 욕망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영화 최초로 콜롬비아 현지로 넘어가 로케이션을 시도하며 주목 받은 ‘보고타’는 2009년 용산 참사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소수의견’의 연출자 김성제 감독의 신작이다. 

다층적으로 뒤엉킨 사회적 문제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풀어낸 김성제 감독은 ‘보고타’에서도 콜롬비아의 작은 공동체인 한인사회에 집중한다. 송중기를 비롯한 권해효·이희준·조현철·박지환·김종수는 개성 있는 캐릭터로 각자의 이해관계 안에서 얽히고설킨 관계성을 밀도 있게 풀어낸다. 

● ‘소년 국희의 시야를 넓힌’ 박병장 역 권해효 

‘소수의견’에 이어 연출자 김성제 감독과 ‘보고타’에서 다시 만난 권해효는 의류 밀수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콜롬비아 한인사회의 실세 박병장 역을 연기했다. 콜롬비아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현지인들은 그를 ‘라 쿠카라차'(스페인어로 바퀴벌레)라 부르며 비아냥댔을 만큼 맨몸뚱이로 살아남기 위해 뭐든 가리지 않고 달려든 독기가 여전히 잔뜩 배어있다.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에서 의류 밀수로 콜롬비아 한인사회의 실세가 된 박병장(권해효).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국희와는 월남전에 함께 참전했던 국희의 아버지 근태(김종수)가 현지에서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으며 국희와 처음 만났다. 박병장은 성실하고 남들과 다른 느낌의 국희에게 의류 밀수일을 맡기면서 그에게 새롭게 세상을 보는 눈을 트이게 한다. 

머릿속에 온통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만으로 가득찼던 국희는 박병장 밑에서 일을 도우면서 처음으로 콜롬비아에서 두 발을 딛고 돌아가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성제 감독은 “권해효의 장르적인 연기가 궁금했다”며 “모니터로 권해효의 얼굴을 바라보는게 즐거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 ‘국희의 숨겨진 욕망을 일으키는 불씨’ 수영 역 이희준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과 영화 ‘황야’·’핸섬가이즈’와 ‘보고타’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이희준은 ‘보고타’에서 박병장 밑에서 의류 밀수를 하며 국희와 얽히는 수영 역을 연기했다. 이희준은 수영의 빽빽한 콧수염과 구릿빛 피부, 능글거리는 태도로 콜롬비아 현지에 완벽 적응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에서 박병장(권해효) 밑에서 일을 하며 국희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는 수영. 이희준이 연기했다.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수영은 대우 자동차 주재원으로 콜롬비아에 넘어왔지만, IMF 금융위기로 회사가 도산되면서 박병장의 의류 밀수를 돕는다. 하지만 그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의류 사업 아이템인 패딩 사업을 꿈꾸며 국희에게 새로운 제안을 건넨다. 순진무구했던 국희가 부자들이 사는 8구역에 입성하길 고대하고 변모하는 것에 수영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희준은 “‘바위에 붙어있는 따개비들 같이 어떻게든 붙어야지만 살아 있을 수 있겠다’는 강박을 지닌 캐릭터”로 수영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또 송중기가 연기한 국희와 호흡을 많이 맞추는 만큼 “국희에게서 수영이라는 인물이 가지지 못한 멋진 지점들을 찾으려 노력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 ‘수영의 밑에서 국희를 자극하는’ 재웅 역 조현철 

드라마 ‘호텔 델루나’·’D.P.’ 등에서 개성 가득한 인상적인 연기와 지난해 장편 영화 ‘너와 나’로 데뷔해 주목받은 신인감독이기도 한 조현철도 ‘보고타’의 중심을 잡아준다. 그는 박병장과 대립하는 수영 밑에서 일을 돕는 재웅을 연기한다.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에서 수영의 밑에서 일하는 재웅 역 조현철.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순진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재웅은 야망이 그득그득하게 차있는 인물이다. 수영의 대학교 후배인 재웅은 그의 밑에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의 확장을 도우며, 국희를 자극한다.

어벙한 말투와 달리 가끔 예측하지 못한 돌발적인 행동도 하는 반항아적인 캐릭터다. 조현철은 특유의 단정한 맵시로 상대방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경계를 허무는 재웅 역과 절묘하게 맞붙으며, 극 중 국희가 중요한 선택을 내리는 것에 있어서 발화점을 만들어준다. 

● ‘인간적이라서 매력적인 박병장의 수하’ 작은 박사장 역 박지환 

“내 예전의 장이수가 아이야~”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장이수로 각인돼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지환은 ‘보고타’에서도 극이 지닌 진지한 분위기를 마냥 무겁지만은 않게 풀어낸다.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에서 박병장의 밑에서 일하는 수하 작은박사 장 역의 박지환. 사진제공=플러스엠

‘보고타’에서 박지환은 박병장의 조카인 작은 박사장 역을 맡았다. 잘하고자 하는 의욕은 넘치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성질은 급한데다 늘 어딘가 허술한 탓에 박병장에게 타박받기 일쑤다. 치고 올라오는 국희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수영이 못마땅해 기싸움을 벌인다.

박지환은 콜롬비아의 작은 공동체인 보고타 한인사회 속 사람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경계심이 많지만 쉽게 풀어지기도 하는 인간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 ‘국희의 무능력한 아버지’ 근태 역 김종수

“무능력한 아버지와 무기력한 어머니”로 인해서 국희는 콜롬비아 현지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가차 없이 뛰어들었다. 김종수는 ‘보고타’에서 국희의 아버지 근태 역으로 극의 무게를 더했다.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에서 국희가 콜롬비아로 오게 된 계기이자 무능력한 아버지 근태 역의 김종수. 사진제공=플러스엠

극 중 근태는 IMF 외환위기로 인해 사업이 어려워지자 콜롬비아로 이주를 한다. ‘미국으로 가는 톨게이트’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콜롬비아를 찾았지만, 첫날부터 강도를 만나 돈을 잃고 낯선 현지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간다.

영화 ‘1987’,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헌트’, ‘밀수’ 등에서 강렬하고 개성 강한 역할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온 김종수는 이번 작품에서도 활력을 불어 넣는다.

“(근태는)국희라는 인물이 변해가는 시발점”이라는 김종수의 표현처럼 국희와 함께 비교선상에 두고 보면 재미 있을 듯하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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