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작을 새롭게 갈아치웠다. 할리우드의 ‘왕년의 스타’ 데미 무어를 오랜 시간 대표한 영화는 1990년 개봉한 ‘사랑과 영혼’이었다. 이제 데미 무어는 자신의 삶과 비슷한 인물 엘리자베스 스파클로 열연한 영화 ‘서브스턴스’를 이름 앞에 당당하게 내놓게 됐다. 내년에 열리는 미국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이자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코랄리 파르쟈 감독이 연출한 ‘서브스턴스’가 조용한 질주를 펼치고 있다. 3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브스턴스’는 30일까지 누적 15만198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11일 개봉해 20일 만에 달성한 성과다. 올해 개봉한 독립·예술영화 10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서브스턴스’의 이 같은 성적이 놀라운 이유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자 신체가 뒤틀리고 기괴하게 변형, 훼손된 모습으로 공포를 안기는 ‘바디 호러’ 장르이기 때문이다. 수위 높은 노출과 폭력성, 공포와 혐오감을 주는 표현으로 선뜻 선택하기 망설여지는 진입장벽을 가졌지만 관객의 발길을 영화관으로 이끌고 있다.
극중 데미 무어는 과거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였으나 현재는 에어로빅 TV쇼를 진행하는 ‘한물간’ 여배우 엘리자베스 스파클을 연기한다.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TV쇼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날 한 번의 투약으로 젊음을 되돌려준다는 문제의 약물 서브스턴스에 손에 댄다. 그렇게 엘리자베스에게서 아름다운 분신 수(마거릿 퀄리)가 탄생하지만 두 자아 사이에 균열이 일어나며 다툼을 벌인다.
머리가 다 빠지고, 몸이 뒤틀리고, 살이 늘어진,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극단적인 모습의 데미 무어는 과감하면서도 압도적인 열연으로 배우로서의 전성기를 새롭게 열고 있다. 신체 변형뿐만 아니라 젊고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욕망에 집착하는 엘리자베스의 복잡한 속내까지 매끄럽게 그려낸 연기력도 돋보였다.
이에 내년 1월6일(한국시간) 열리는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데미 무어는 ‘에밀리아 페레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챌린저스’ 젠데이아 ‘위키드’ 신시아 에리보 ‘아노라’ 매키 매디슨 등과 경쟁한다.
데미 무어 역시 이번 역할이 쉽지만은 않았음을 털어놓았다. “엘리자베스 역을 맡은 것은 제 커리어에서 가장 도전적인 일이었다“고 밝힌 그는 “저를 안락 지대에서 벗어나도록 밑어붙였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은 없다”고 말했다. 31일 할리우드 시상식 예측 사이트인 골든더비닷컴은 데미 무어가 내년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유력 후보 ‘톱5’에 진입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서브스턴스’의 인기에 힘입어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전작이자 ‘서브스턴스’의 모티브가 된 ‘리얼리티+’의 극장 상영도 확정했다. 1월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CGV아트하우스 15개관에서 만날 수 있다. ‘리얼리티+’는 자신의 외형을 꿈꾸던 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리얼리티+’라는 칩을 뇌에 삽입해 외모적 만족감을 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코랄리 파르쟈 감독이 2014년 선보인 단편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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