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영화가 날아오를 수 있을까. 전체적으로 제작 편수가 줄면서 극장 개봉 라인업도 축소됐지만 더욱 단단한 경쟁력으로 출사표를 던진 작품들이 눈에 띈다. 극장 개봉 영화뿐 아니라 넷플릭스가 투자한 한국영화들도 다채로운 소재로 대중을 겨냥한다.
올해 극장 개봉 및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공개 예정인 한국영화 가운데 새로운 시도로 경쟁력을 갖춘 10편을 엄선했다. 영화 제목의 가나다순으로 10편을 소개한다.
● ‘악마가 이사왔다’…900만 ‘엑시트’ 파트너들의 재회
주연 : 임윤아·안보현 / 감독 : 이상근 / 제작·배급 : 외유내강·CJ ENM / 개봉 시기 : 조율 중
시놉시스 :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가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를 감시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영혼 탈탈 털릴 기상천외한 경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
2019년 여름, 유독 가스가 퍼진 도심에서 벗어나려는 두 청춘의 탈주극으로 942만명을 동원한 ‘엑시트’ 흥행을 합작한 배우와 감독, 제작사가 다시 뭉쳐 내놓은 신작이다. 이상근 감독은 ‘엑시트’에 이어 이번에도 주인공 길구를 ‘청년 백수’로 설정해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를 내놓는다. 다만 이번에는 판타지의 설정으로 상상력을 확장했다. ‘엑시트’로 탁월한 코미디 연기력을 증명한 임윤아가 악마로 깨어나는 비밀스러운 주인공을 소화한다. 류승완 감독이 이끄는 제작사 외유내강과의 시너지도 기대를 높이는 배경이다.
● ‘야당’…베테랑 제작진이 뭉친 웰메이드 기대감
주연 : 강하늘·유해진·박해준 / 감독 : 황병국 / 제작·배급 : 하이브미디어코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개봉 : 2월
시놉시스 : 대한민국 마약판과 수사 기관 사이를 오가며 마약 세계를 뒤흔드는 내부자 야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일명 ‘마약판 내부자들’로 흥미를 자극하는 작품. 마약 범죄를 다룬 영화들은 계속됐지만 ‘야당’은 마약 세계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비밀리에 제공하는 내부자에 시선을 둔 이야기로 차별화한다. 제목인 야당은 마약 범죄를 경찰에 은밀하게 제공하는 존재를 뜻하는 은어. 강하늘이 마약 범죄를 흘리는 내부자 이강수, 유해진이 밑바닥 출신의 야심 찬 검사 구관희로 맞붙는다. 박해준은 한 번 잡은 범인은 절대 놓치지 않는 집념의 마약 수사대 팀장 오상재를 연기한다. ‘서울의 봄’부터 ‘하얼빈’, ‘내부자들’을 통해 관객과 신뢰를 쌓은 영화사가 2025년 야침차게 내놓는 신작이다.
● ‘어쩔수가없다’…박찬욱이라는 존재감
주연 : 이병헌·손예진·박희순 외 / 감독 : 박찬욱 / 제작·배급 : 모호필름·CJ ENM / 개봉 시기 : 조율 중
시놉시스 : 모든 걸 이뤘다고 생각하는 순간 덜컥 해고되는 회사원 유만수(이병헌)가 아내(손예진)와 두 자녀를 보호하고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기 위해 그만의 ‘전쟁’을 시작하는 이야기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고 이병헌부터 손예진의 주연 등 외적인 조건에서는 2025년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다. 이병헌이 ‘공동경비구역 JSA’와 ‘쓰리 몬스터’ 이후 박 감독과 재회한 가운데 결혼과 출산으로 한동안 연기 활동을 중단한 손예진의 복귀작으로도 관심을 더한다. 이들 외에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유연석 차승원까지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올해 5월 칸 국제영화제 등 굴지의 해외 영화제 초청 여부가 예상된다. CJ ENM이 올해 투자배급을 맡은 단 두 편의 영화 가운데 한편이다.
● ‘얼굴’…연상호 감독의 2억원의 실험
주연 : 박정민·신현빈·권해효 / 감독 : 연상호 / 제작·배급 : 와우포인트·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개봉 시기 : 조율 중
시놉시스 : 살아있는 기적이라고 불리는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의 아들 임동환(박정민)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신현빈)의 백골 시신 발견되자 그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
‘얼굴’은 ‘부산행’부터 최근 ‘지옥’ ‘기생수: 더 그레이’ 시리즈를 넘나드는 연상호 감독이 ‘단 2억원’을 들여 만든 영화다. 영화와 드라마 전반에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극장과 OTT 플랫폼에서 꾸준히 대작을 공개해왔던 감독이 유명 배우들과 손잡고 도전한 ‘저예산 시도’로 주목받는다. 핵심 스태프 20여명이 모여 3주동안 빠르게 촬영을 진행했다. 제작 규모를 떠나 실험적인 도전에 나선 감독과 배우들이 뜻을 모은 의미있는 협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받는 상황.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다면 기성 감독들의 비슷한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박정민은 아버지 임동규와 아들 임동환까지 1인2역을 소화한다.
● ‘이 별에 필요한’ : 김태리·홍경의 로맨스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 : 김태리·홍경 / 감독 : 한지원 / 제작·스트리밍 : 클라이맥스스튜디오·넷플릭스 / 공개 시기 : 조율 중
시놉시스 : 우주인 난영(김태리)과 뮤지션 제이(홍경)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에서 ‘롱디’ 로맨스를 이뤄가는 이야기
10대 소녀들의 사랑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 ‘그 여름’으로 주목받은 한지원 감독이 이번에는 우주와 지구를 잇는 두 남녀의 섬세한 사랑을 그린다. 김태리와 홍경은 영화에 필요한 실사 장면들을 직접 연기하고 목소리 녹음을 먼저 진행했다. 이후 두 배우의 동작과 표정, 대사 등을 토대로 애니메이션 작업이 이뤄졌다. 애니메이션이 제작을 마무리하고 목소리 더빙을 하는 방식과 출발부터 다르다. 난영과 제이가 온전히 김태리와 홍경을 통해 탄생한 셈이다. 김태리는 엄마의 흔적을 찾고자 화성에 가고 싶은 우주인 난영으로, 홍경은 턴테이블을 매개로 난영과 만난 사랑을 키우는 제이로 호흡을 맞춘다. ‘흥행 불패’의 아이콘 김태리의 애니메이션 첫 도전에 궁금증이 향한다.
● ‘전지적 독자시점’…여름 빅시즌 공략
주연 : 이민호·안효섭 / 감독 : 김병우 / 제작·배급 : 리얼라이즈픽쳐스·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시기 : 여름
시놉시스 : 10년 동안 연재된 한 소설의 내용과 똑같이 현실의 세상이 멸망하자, 유일하게 소설의 결말을 아는 독자(안효섭)와 소설 속 주인공인 유중혁(이민호)이 함께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
동명의 인기 웹소설이 원작이다. 인기 IP(지적재산권)을 기반으로 영화화를 시도하는 작품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두 명의 스타 이민호와 안효섭이 주연을 맡았다. 작품에 거는 자신감은 일찌감치 여름 개봉을 확정한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제작은 동명의 웹툰을 영화로 옮긴 ‘신과함께’로 쌍천만 흥행을 기록한 영화사가 했다. 그 노하우가 이번 작품에 고스란히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호가 죽어도 끊임없이 다시 살아나는 능력을 가진 유중혁으로, 안효섭이 아무도 읽지 않는 연재소설을 유일하게 완독해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상하는 김독자로 호흡한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와 ‘PMC 더 벙커’를 잇는 김병우 감독의 3번째 극장 개봉 연출작이다.
● ‘좀비딸’…신흥 흥행배우 조정석의 귀환
주연 : 조정석·이정은·조여정 외 / 감독 : 필감성 / 제작·배급 : 스튜디오N·NEW / 개봉 시기 : 조율 중
시놉시스 :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좀비 길들이기
웹툰 ‘좀비가 되어 버린 딸’이 원작. 지난해 여름 ‘파일럿’에서 맹활약해 474만 관객에 성공한 조정석이 선택한 작품이다. 좀비가 된 딸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아빠 정환으로 새로운 활약을 예고하는 조정석은 전매특허 코미디부터 인간미 짙은 부성애까지 아우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함께 활약한 이정은과 조여정도 이번 영화에서 재회한다. 이정은은 흥이 넘치는 어촌의 할머니 밤순으로, 조여정은 어촌 마을에 부임한 선생님이자 정환의 첫사랑 연화 역이다. ‘외계+인’ 시리즈에서 김태리의 아역으로 활약한 최유리가 좀비로 변한 딸 수아로 출연한다.
● ‘침범’…영화제가 먼저 주목한 기대작
주연 : 곽선영·권유리·이설 외 / 감독 : 김여정·이정찬 / 제작·배급 : 스튜디오산타클로스 / 개봉 시기 : 상반기
시놉시스 : 딸 소현의 기이한 행동으로 평범한 일상이 파괴된 영은(곽선영)과 그로부터 20년 뒤 고독사 현장 처리 일을 하는 민(권유리)과 해영(이설)에게 닥친 균열과 공포를 다른 미스터리 스릴러
시간을 넘나들면서 쌓이는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힘 있게 펼쳐지는 작품.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배우 곽선영과 권유리 이설 그리고 아역 기소유가 나란히 주연을 맡아 3명의 여성이 한 명의 아이를 둘러싸고 겪는 일들 그린다. 평범한 삶을 뒤흔드는 정체를 마주한 주인공들의 균열을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로 완성했다. 다양한 연기 도전을 거듭하는 배우들이 한 편의 영화에서 만난 사실로도 관심을 더한다.
● ’84 제곱미터’…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현실 스릴러
주연 : 강하늘·염혜란 / 감독 : 김태준 / 제작·스트리밍 : 영화사 미지·넷플릭스 / 공개 시기 : 조율 중
시놉시스 :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30대 직장인 우성(강하늘)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소음에 시달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2023년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넷플릭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제작사와 감독이 의기투합해 선보이는 새로운 현실 스릴러다. 일명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34평 아파트를 장만한 직장인을 중심으로 층간소음과 아파트 입주민 대표, 윗층 이웃 등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 속 인물들이 뒤엉킨 이야기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만남으로도 주목받는다. 강하늘이 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영끌족 우성으로, 염혜란이 아파트를 지키려는 입주민 대표로, 서현우가 우성의 윗층 주민 진호로 만난다. 김태준 감독은 “아파트라는 획일화된 공간을 다채롭게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 ‘폭설’…집요한 감독과 배우들의 만남
주연 : 김윤석·구교환 / 감독 : 박선우·홍의정 / 제작·배급 : 루이스픽쳐스·쇼박스 / 개봉 시기 : 조율 중
시놉시스 : 평생 헌신한 기차역에서 갑자기 해고돼 마지막 날을 맞는 역장 갑수(김윤석)가 아직 오지 않는 젊은 후임자를 기다리는 가운데 전복된 교도소 버스에서 수십 명의 죄수가 탈출했다는 속보가 들리고, 그 때 한 청년(구교환)이 역으로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폭설로 뒤덮인 외딴 기차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21년 영화 ‘모가디슈’에서 만났던 김윤석과 구교환이 재회해 기묘한 상황에서 맞붙는다. 후임자를 기다리는 나이든 역장과 죄수들의 탈출 속보 이후 나타난 미스터리한 청년 사이에 형성된 긴강을 내세운 심리 스릴러다. ‘소리도 없이’로 주목받은 홍의정 감독과 신인 박선우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그동안 ‘해무’부터 ‘소리도 없이’와 ‘잠’까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춘 신인 감독의 작품을 꾸준히 발굴해 성과를 낸 선구안을 지닌 영화사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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