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이고 용감하다. 조금 다른 외모로 편견의 시선을 받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위기의 순간마다 리더십을 발휘해 사람들을 구한다. 물러서지 않는 용기를 지닌 인물,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가장 빛나는 캐릭터로 꼽히는 조현주를 연기한 배우 박성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오징어 게임2)가 지난 26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돼 93개국에서 동시에 시청 순위 1위(29일 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오르는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힘입어 새롭게 합류한 캐릭터들에 대한 평가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시즌1부터 출연한 이정재와 이병헌 위하준을 제외하고도 임시완과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양동근 등 쟁쟁한 배우들이 시즌2에 대거 참여해 개성 강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별들의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 그 중에서 단연 주목받는 인물은 박성훈이다. 그를 향한 반응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국내서는 ‘연기 잘하는 박성훈’이 이번에도 ‘일’을 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오징어 게임2’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돈’에 얽힌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다. 사연 없는 인물이 없지만 그중 단연 주목받는 인물은 성전환에 필요한 수술비를 마련하고자 위험한 게임에 참여한 트랜스젠더 조현주다. 처음엔 그저 이야기를 채우는 다양한 캐릭터 가운데 성소수자의 지분을 책임지는 설정으로 보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가장 입체적인 인물로 변화한다. 특히 참가자들의 반란이 시작되면서 그의 전직이 특전사 중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극적인 총격전에서 통솔력을 발휘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당한 게임을 막으려는 편에 서 있는 캐릭터 자체가 지닌 긍정적인 힘도 박성훈을 만나 빛을 발한다. 데뷔 초 출연한 영화 ‘곤지암’부터 최근 히트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까지 매번 역할에 녹아드는 활약을 보인 박성훈의 연기력이 ‘오징어 게임2’를 만나 폭발했다는 반응도 눈에 띈다.
배우와 영화나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인지 엿볼 수 있는 척도인 ‘패러디’도 활발히 이뤄진다. 병정들에 맞서 총격전을 벌이는 극중 조현주의 모습을 묶어 ‘특전사 현주 사격 모음’이라는 제목의 영상들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이에 더해 박성훈의 대표작인 ‘더 글로리’의 캐릭터 전재준을 빗대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전재준’ ‘예솔이 주식 사주려고 오징에 게임 시작한 재준이 삼촌’ 등의 유쾌한 반응도 이어진다.
해외 팬들은 박성훈을 ‘퀸’ ‘디바’ ‘언니’로 칭하면서 호평을 내놓는다. 프랑스의 한 시청자는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시즌2 최고의 캐릭터는 박성훈”이라며 “캐릭터 그 자체가 된 것 같은 실력있는 배우”라고 평했다. 한 미국 시청자는 엑스에서 “박성훈 덕분에 (오징어 게임2’가) 골든글로브를 받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박성훈을 조현주 역에 캐스팅한 결정은 ‘오징어 게임2’의 배우 선택에서 최고의 결정으로 평가받는다. 트랜스젠더를 표현해야 하는 데다, 전직은 특전사 중사였다는 사실이 지닌 입체적인 설정은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뜻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더욱이 조현주의 설정은 실제로 육군 하사로 복무하던 도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 전역을 당했던 고 변희수 하사를 떠오르게 한다는 반응도 이어진다. 안타까움을 남긴 고인과 비슷한 상황이 조현주를 통해 표현된다는 해석도 따른다.
박성훈은 “여러 참가자들과 다르게 이타적이고 용맹하고 리더십을 갖춘 정의로운 인물”로 조현주를 받아들이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박성훈의 설명처럼 조현주는 돈을 따기 위해 게임에 참여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살육을 목격하고 게임에서 벗어나고자 가장 앞장서는 인물이다. 양파 껍질 벗겨지듯 서서히 정의로운 본성을 드러내는 조현주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1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알리(아누팜 트리파티)를 통해 우리 사회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연장선에서 성소수자인 트랜스젠더 조현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시즌2에 나오는 많은 인물 가운데 현주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캐릭터”라며 “아비규환의 세상에서 인간성을 지켜가는 가장 핍박받고 소외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훈은 이야기가 연결되는 ‘오징어 게임’ 시즌3에서도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순식간에 벌어지는 살육의 현장에서 살아남아 후일을 기약했다. 진짜 이름보다 더 익숙하게 불리는 ‘전재준’을 딛고 박성훈이 새로운 이름 ‘조현주’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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