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일도 설레는 일도 반가운 일도 많았다. 반면 분노를 자아내거나 의혹을 키우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게 만든 일들도 이어졌다.
2024년 엔터테인먼트 전반을 뜨겁게 달군 10명의 인물을 통해 10대 이슈를 시간 순서로 살폈다. 매년 이맘때 늘 바라는 대로, 내년에는 올해보다 따뜻하게 웃을 일이 더 많길 바란다.
● 장재현…새로움 찾는 관객의 선택 ‘파묘’
장재현 감독은 올해 한국영화 흥행의 포문을 연 주인공이다. 2월22일 개봉한 ‘파묘’는 오컬트 장르로는 처음 1000만 관객을 동원, 최종 1191만4749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성공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 1위의 성적이다.
풍수사, 장의사, 무당들이 묘 이장을 하다가 미스터리한 존재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영화는 단순히 초자연적인 현상을 그린 장르의 쾌감을 넘어 오래전부터 외세에 짓밟힌 우리의 땅을 바르게 돌려놓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화제를 모았다. 장르와 소재의 외연 확장, 낯설고 새로운 이야기를 원하는 관객의 니즈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향후 한국영화의 방향을 고민하게 하는 작품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장재현 감독은 데뷔작인 2015년 ‘검은 사제들’부터 2019년 ‘사바하’를 거쳐 ‘파묘’까지 오직 오컬트 장르만 파고든 연출자로 고유한 위치에 섰다. ‘파묘’를 넘어 현재 뱀파이어 소재의 신작을 준비 중이다. 감독과 더불어 젊은 무당 화림을 연기한 김고은의 활약도 1000만 흥행을 이끌었다. 김고은은 10월 개봉한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다시 한번 매력과 역량을 과시하면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 도약했다.
● 변우석…모두를 ‘심쿵’하게 만든 ‘선재 신드롬’
2024년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단 한 사람만 뽑는다면 그 자리는 배우 변우석의 것이다. 3월부터 5월까지 방송한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신드롬의 주역이다. 죽음을 생각한 가수 류선재와 그의 첫사랑 임솔(김혜윤)이 시간을 뛰어넘어 사랑을 이뤄가는 판타지 드라마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OTT 플랫폼 라쿠텐 비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돼 북미와 영국 프랑스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 6주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2024 최고의 K드라마 10편’에서 1위에도 올랐다.
변우석은 10여년간 연기를 했지만 선재를 만나 톱스타로 도약했다. 금융, 패션, 뷰티, 식음료 등 20여개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고 기세를 몰아 2025년에는 아이유와 함께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에 출연한다.
변우석 신드롬은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에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16부작인 ‘선재 업고 튀어’의 제작비는 약 200억원. 올해 tvN 역대 최고 시청률(24.9%)을 기록한 ‘눈물의 여왕’의 총 제작비 560억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선재 업고 튀어’는 최근 끝없이 치솟는 한국 드라마 제작비 상승과 고액 출연료를 받는 몇몇 톱스타 캐스팅에 기댄 제작 환경에 ‘변화’를 알리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 한소희…그리고 류준열의 ‘재밌네’ 스캔들
배우 한소희와 류준열 그리고 혜리까지 뒤섞인 스타들의 연애사가 지난 3월 연예계를 뜨겁게 달궜다. 시작은 하와이 목격담으로 출발한 한소희와 류준열의 열애설. 한 고급 리조트의 수영장에서 함께 있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열애설이 제기되자, 한소희는 SNS를 통해 친구들과 ‘우정 여행’ 중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류준열과 7년 동안 교제했다가 결별한 혜리가 SNS에 “재밌네”라는 말을 남기면서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 결국 한소희와 류준열은 연인 관계가 맞다고 인정했지만, 이후로도 이들 3명을 둘러싸고 줄곧 ‘환승연애’ 등 구설이 이어졌다.
보통 열애설 등 스캔들에 휘말리면 스타들은 소속사를 통해 간단히 입장을 내거나 구체적인 언급은 최대한 피하는 방식을 택한다. 한소희는 달랐다. SNS와 블로그를 통해 가감없이 류준열과 혜리를 향한 의견과 생각을 풀어냈다. 한소희의 발언은 오히려 억측과 추측으로 확산했고, 결국 연인 사이를 인정한지 불과 2주 만에 류준열과 “결별했다”고 밝혔다. 한소희는 소속사 9아토엔터테인먼트는 “소통의 방법이 옳지 않았다. 죄송하다”며 “어떤 질타도 달게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요란한 스캔들로 인해 한소희와 류준열은 함께 출연을 검토하던 한재림 감독의 시리즈 ‘현혹’에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 한소희는 전종서와 호흡한 영화 ‘프로젝트 Y’로, 류준열은 연상호 감독의 영화 ‘계시록’으로 관객 곁으로 돌아온다.
● 민희진…뉴진스 놓고 하이브와 대립
5인조 뉴진스는 데뷔 2년 만에 K팝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급성장했다. 지난 5월 일본 도쿄돔에서 2회 연속 팬미팅을 열고 9만명을 동원한 저력도 과시했다. 하지만 급성장한 속도만큼 그룹을 둘러싼 위기도 빨리 찾아왔다. 지난 4월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를 설립한 모회사 하이브가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고 해임을 주도하면서 갈등과 위기가 시작됐다. 갈등은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으로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부터 시작해 소속된 아이들 그룹과 이들에게 막강한 지배력을 갖는 프로듀서의 관계 등 K팝 산업의 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독립을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민 대표는 지난 4월25일 무려 2시간20분동안 이뤄진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의 주장에 맞섰다. 갈등의 원인은 하이브 산하의 또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의 신인 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가 시작이었다는 주장이다. 갈등 속에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를 해임했고, 이후 뉴진스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과 내용증명을 통해 “민희진 대표의 복귀”를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뉴진스는 지난 11월29일부로 어도어와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어도어는 뉴진스와의 계약은 전속계약 체결에 따라 2029년까지 지속된다고 보고 멤버들을 상대로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 ‘뉴진스 맘’으로 통하는 민희진 전 대표의 편에 선 뉴진스와 어도어 및 하이브의 갈등은 2025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 김호중…조직적 은폐로 얼룩진 음주 뺑소니
음주 뺑소니로 공분을 산 가수 김호중은 팬덤의 뒤에 숨어 거짓말을 반복해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유명인의 사회적인 책임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김호중은 5월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가 반대 차선의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 사고 직후 김호중을 대신해 매니저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자수했고, 소속사의 대표 등 경영진인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칩을 제거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련의 일들이 드러나는 도중에도 김호중은 계획했던 콘서트 무대를 강행해 논란을 키웠다. 음주 운전 범죄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인 공분을 외면한 채 팬들의 뒤에 숨으려는 행동에 비난이 집중됐다.
심지어 김호중은 음주 운전을 숨기려고 사고 직후 술을 마시면서 이른바 ‘술타기’까지 시도했다. 실제로 검찰은 ‘술 타기’로 인해 김호중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음주 운전 혐의를 제외하고 구속했다. 수사에 혼선을 주는 김호중 같은 사례가 더는 나오지 못하도록 국회는 음주 운전을 하고도 측정을 방해하기 위한 술 타기를 막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김호중 방지법’으로도 불린다. 김호중은 최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2024년 엔터테인먼트 결산 ②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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