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우리 놀이’가 전 세계를 강타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시즌의 크나큰 성공 이후 3년 만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오징어 게임2)가 지난 26일 베일을 벗고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감당할 수 없는 빚 등을 이유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참가한 서바이벌 게임을 다뤘다. 특히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등 어린 시절 한 번 즈음 해봤을 법한 단순한 놀이를 생존이 걸린 잔혹한 ‘데스 게임’으로 설정해 강렬함을 더했다.
작품의 인기와 함께 쉽고 단순한 규칙을 지닌 한국의 다양한 ‘골목놀이’들은 ‘K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번져 사랑받았다.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 SNS 등을 통해 달고나 뽑기에 도전하는 외국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극중 지하철 승강장 내 딱지치기를 패러디한 영상들도 쏟아졌다. 특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탈락자를 판독하는 거대한 ‘영희’ 인형은 ‘오징어 게임’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2’ 공개를 앞두고 영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마케팅을 펼쳐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에 따라 일찌감치 ‘오징어 게임2’에 새롭게 등장할 게임에 관심이 쏠렸다.
‘오징어 게임2’는 전편의 우승자로 456억원의 상금을 거머쥔 성기훈(이정재)이 잔혹한 게임을 멈추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그린다. 그는 가장 먼저 자신과 딱지치기를 한 뒤 게임 참가를 권유하는 ‘딱지맨'(공유)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가 등장한다. 성기훈의 돈을 받고 딱지맨을 찾아 헤매던 김 대표(김법래)와 최 이사(전석호)가 목숨을 건 하나 빼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숨 막히는 긴장감을 안긴다.
목숨이 걸린 본 게임장에서는 전편과 동일하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시작한다. 목이 180도로 돌아간 채, 부릅뜬 눈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영희의 모습은 여전히 살벌하고 무시무시하다.
두 번째 경기는 ‘5인 6각’ 운동장 돌기로, ‘힘차게 씩씩하게 굳세게’라는 급훈이 적힌 학교를 배경으로 다섯 명의 참가자들이 팀을 이뤄 다리를 묶고 함께 움직이면서 진행하는 게임이다. 딱지치기를 시작으로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 돌리기, 제기차기를 한 명씩 맡는데, 성공해야지만 다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동료와의 단합심과 함께 개별적인 능력 또한 중요하다.
게임을 지켜보는 이들은 이때만큼은 열정적으로 참가자들을 응원한다.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실패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다섯 명이 사망하는데, 아기자기한 하늘색 구름과 무지개 색깔이 배경이 돼 비극을 더욱 짙게 한다.
‘짝짓기 게임’도 등장한다. 참가자들이 회전목마가 놓여 있는 커다란 원형 공간에 서 있으면 동요 ‘둥글게 둥글게’가 나오면서 원형판이 돌아간다. 이후 호명된 숫자대로 뭉치면 생존하고 짝을 제대로 못 맞추거나 낙오되면 죽음을 맞는다. 혼돈의 상황 속에서 함께 팀을 이룬 동료를 배신하기도 하는데, 나만 살고자 하는 적나라한 이기심이 드러난다.
‘오징어 게임2’에서는 게임의 규칙 또한 달라졌다. 전편에서는 게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OX’ 투표가 단 한 번 나왔다면, 이번에는 매 게임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이 게임을 계속할지 안 할지,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참가자들의 초록색 트레이닝복 오른쪽에 ‘O’ ‘X’ 찍찍이가 붙어 있는 이유다. 게임이 멈추면 적립된 돈을 참가자들이 나눠 갖게 되는데, 더 많은 돈을 원하는 이들과 이제 그만 게임을 하고 싶은 이들이 두 편으로 쪼개져 충돌한다.
황동혁 감독은 지난해 12월 ‘오징어 게임2’ 촬영 세트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처럼 새로운 규칙을 삽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요즘 편가르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적인 갈등도 있고, 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세대, 성별, 지역, 계층 등 편을 가르고 선을 긋고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되면 틀리다고 말하고, 공격하고 갈등한다”면서 “그것에 대한 풍자적인 요소로 O와 X를 통해 ‘서로 간의 구별’을 시즌2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로 녹여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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