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 역을 연기한 황정민과 함께 실감 나는 악역으로 관객을 화나게 한 배우 박훈이 또 한 번 관객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24일 개봉한 영화 ‘하얼빈’에서다.
박훈은 이토 히로부미를 제거하기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과 독립군의 이야기를 그린 ‘하얼빈’에서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을 연기했다. 릴리 프랭키가 연기한 이토 히로부미와 달리 박훈이 연기한 모리 다쓰오는 허구의 인물이다.
모리 다쓰오는 신아산 전투에서 패해 전쟁 포로로 붙잡혔다가 풀려난 것에 대해 굴욕감을 느껴 안중근과 독립군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특히 고문 장면에서 모리 다쓰오가 보여주는 잔인하고 야비한 모습은 그 당시 독립운동을 하면서 겪었을 독립운동가들의 겪었을 고난과 역경을 짐작케 한다.
그런 이유로, 박훈은 철저하게 냉혈한의 모습으로 모리 다쓰오를 연기하며 인물에 감정을 이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이를 위해 “일본어로 잠꼬대를 할 정도”로 일본어 대사를 익히고, 삭발에 두피 문신까지 해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를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의 변신 덕분에 동료 배우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해외에서 촬영하는 동안 길거리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사실 박훈은 우민호 감독과 작업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우 감독의 전작 ‘남산의 부장들’에서 이병헌의 정보원 역할로 출연을 했지만, 통편집돼 얼굴을 비추지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하얼빈’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영화 작업 경험이 많지 않았던 박훈은 “우민호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서 ‘영화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를 알게 됐고, 이병헌 선배와 함께 연기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그 시간을 돌이켰다.
그의 말대로 매 작품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박훈은 최근 스크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훈은 지난해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에서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의 비서실장 문일평 역으로 지난 3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필름어워즈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서울의 봄’과 같은 해 12월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 올해 8월 ‘행복의 나라’ 그리고 ‘하얼빈’까지 성수기에 개봉하는 대작에 연달아 출연하며 ‘잘나가는 배우’임을 증명하고 있다.
박훈은 ‘하얼빈’ 출연에 대해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이기도 했고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어떠한 ‘조각’으로든 참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하얼빈’의 시나리오가 ‘힘겹게 한 발자국 걸어간다’로 시작한다”면서 “그 모든 일(하얼빈 의거)의 시작점이 작은 한 걸음이었다는 게 너무 멋있게 다가왔다”고 선택한 이유를 말했다.
‘하얼빈’은 박훈과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이동욱, 릴리 프랭키 등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2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영화는 26일까지 누적관객 148만명을 기록했다.
박훈은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 시즌2로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2023년 공개한 시즌 1에서는 주인공 건우(우도환)와 우진(이상이)을 돕는 사채업자 문광우 역으로 극에 활력을 선사한 바 있다. ‘사냥개들’ 시즌2는 현재 촬영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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