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 이어 ‘조명가게’의 극본을 쓴 강풀 작가는 ‘웹툰 시조새’라고 불린다. 무려 20여년간 우직하게 웹툰 작가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8월 공개된 ‘무빙’을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 집필에 나섰다. ‘무빙’과 ‘조명가게’ 모두 그가 직접 그리고 쓴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강 작가는 그간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나누는 사랑이나 특별한 비밀을 간직한 이들이 함께 불의에 맞서고,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을 위로하는 등 ‘사람’에 대한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였다. 특히 자신의 웹툰 속 주인공이 다른 웹툰에 나오는 등의 연결성을 통해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대중들은 이를 ‘강풀 유니버스’라고 정의한다.
이 과정에서 강 작가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자극하며 사람 간의 관계와 그 인물에 집중하는 이야기 전개를 펼쳐왔다. 최근 가진 ‘조명가게’ 종영 인터뷰에서 강풀은 자신에 대해 “기본적으로 사람들한테 관심이 많다”며 “‘사람은 착하다’고 믿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저에게 맞는 편”이라고 말했다.
총 8부작으로 모든 이야기가 공개된 ‘조명가게’는 2011년 강풀 작가가 연재한 웹툰이 원작이다. 버스 사고로 생과 사의 경계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초반에는 호러 장르로 보여주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휴먼 드라마로 풀어냈다. 웹툰을 연재할 때 “인물들이 덜 보였다”는 아쉬움 때문에 강풀 작가는 ‘무빙’의 대성공 이후 곧바로 ‘조명가게’에 대한 극본 작업에 들어갔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신이 창조한 인물에 대해 가지는 애정이 드라마 ‘조명가게’ 탄생의 계기가 된 것이다.
강풀 작가가 인물을 창조할 때 더욱 공을 들이는 이유가 또 있다.
강 작가 작품에 등장한 인물들은 대체로 그의 주변 인물들 실명이다. 자신이 아는 이름에서 출발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애틋함도 커질 수밖에 없다. “허락받고 쓴다”고 말한 강 작가는 “글을 쓸 때 ‘그’나 ‘그녀’라고 지칭하고 쓰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름이 주어지면 형상화가 된다. 만화를 열편 넘게 하다 보니까 주변 사람들 이름을 다 가져다 써버렸다”고 웃었다.
“제가 20년을 만화가로 오래 살았는데, 그림을 못 그리잖아요. 하하. 이야기도 별로면 안 되지 않나 싶더라고요. 스토리를 많이 팠어요. (작업하면서)느끼는 게 뭐냐면 결국 이야기는 등장인물이 이끌어간다는 거예요. 이야기의 핵심은 사건이나 소재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죠. 그걸 직접 정의한 건 아니에요. 체득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강 작가는 “독자 기준에서 봤을 때 등장인물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면 재미가 없다”면서 누구나 “설정도 만들고, 사건도 채우며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인물이 안 보이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재밌지가 않다”며 작품을 창조할 때 ‘인물’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를 부연했다.
만화가로서 ‘롱런’의 비결도 공개했다. 본인을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정의한 강 작가는 “때려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때마다 직업으로 다가갔다. 하기 싫다고 일을 안 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자신만의 철칙을 밝혔다.
그는 “물리적으로 작업시간을 철저히 시킨다. 아침에 작업실에 출근해 4페이지 이상은 무조건 쓴다”면서도 가끔씩은 “노래 가사를 쓴다”고 웃었다. 그렇지만 “쓰다 보면 제가 재미없는데 남들한테 재미있으라고 내보내는 건 사기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재미있을 때까지 쓰자’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늘 지켜지지는 않지만, 놓치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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