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2월22일 개봉한 장재현 감독의 ‘파묘’는 국내에서 12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 모았다. 그와 함께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에서도 흥행 파워를 과시했다. 2월28일 현지 개봉한 ‘파묘’는 많은 화제 속에 200만여 관객을 동원했다.
“2019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2020년 오스카 작품상을 비롯해 각종 국제영화제를 휩쓸었던 ‘기생충’이 인도네시아에서 60만명 넘는 관객을 불러들이기 전까지 대부분의 한국영화들은 잘해야 20만, 아주 선전하면 30만명 정도 관객이 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영화진흥위원회 인도네시아 배동선 통신원 ‘한국영화 ‘파묘’의 인도네시아 흥행 현황 및 배경’ 보고서)는 점에서 현지 관심을 엿보게 한다.
#2. ‘헬로우 고스트’, ‘7번방의 기적’, ‘태양의 후예’….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됐거나 다시 만들어질 한국영화와 드라마이다. 이 가운데 2013년 국내 개봉해 1000만 관객을 훌쩍 넘긴 ‘7번방의 기적’의 리메이크작은 2022년 현지에서 58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에 힘입어 투자배급사 NEW의 글로벌 판권 유통사 콘텐츠판다는 속편인 ‘7번방의 두 번째 선물’을 오는 25일 현지 개봉한다. 애니메이션 등도 개발 중이다.
사실 한국영화 ‘여고괴담’을 비롯해 ‘엽기적인 그녀’, ‘과속스캔들’ 등이 현지에서 이미 리메이크됐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흐름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펼쳐보이고 있다.
직접 제작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 CJ E&M은 2016년 ‘내 마음의 복제’를 시작으로 현지 합작에 나서고 있다. ‘사탄 슬레이브’와 ‘차도차도’ 등 작품이 CJ E&M과 현지 제작사사 손잡고 만든 작품이다.
#3.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인도네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인도네시아 영화의 르네상스’를 통해 장단편영화 12편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리즈 등 모두 13편을 상영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도 인도네시아 교육문화연구기술부 산하 자카르타 필름 위크 및 인도네시아 프로듀서 조합과 손잡고 인도네시아 장르 영화를 소개했다. 이 가운데 ‘레스파티’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엔에이가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영화가 인도네시아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제작 및 판권 수출 현업에서 인도네시아를 향한 러브콜을 잇따라 보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영화시장의 성장이 이를 이끌고 있다.
지난 6월 영화진흥위원회는 ‘2023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결산’ 분석 자료에서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2022년 로컬-수입영화를 통틀어 1억명가량 관객이 들면서 완전히 부활했다”고 밝혔다.
배동선 통신원도 ‘한국영화 ‘파묘’의 인도네시아 흥행 현황 및 배경’ 보고서에서 ‘PwC 인도네시아가 인도네시아대 경제학부 및 넷플릭스와 함께 한 연구’를 인용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성장율은 연간 평균 6.13%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썼다.
이런 가운데 현지 시장점유율 60%에 달하는 상영관 1위인 시네플러스 21(시네마 XXI)가 한국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하면서 기회가 더욱 넓어졌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3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결산’ 자료가 “1987년 문을 연 후 36년간 단 한 편의 한국영화도 수입하거나 상영한 적 없었던 시네마 XXI이 2023년 6월 ‘귀공자’를 스크린에 건 것은 문자 그대로 전대미문의 사건”이라 가리킬 만큼 한국영화는 그동안 현지 관객에게 선보일 상영관을 확보하는 데 제약을 받았다. “언어적·정서적 장벽”(배동선 통신원) 때문이었음은 물론이다.
이후 시네마 XXI은 ‘더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그리고 올해 ‘파묘’ 등 최근 한국영화를 상영했다.
이처럼 변화한 환경 아래서 동남아시아 배급사 퍼플 플랜은 인도네시아 배급사 피트 픽처스와 손잡고 연간 6, 7편의 다양한 한국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2022년 영화 ‘화란’, ‘공조2: 인터내셔널’, ‘인생은 아름다워’, ‘헤어질 결심’과 지난해 ‘잠’,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등이다.
디즈니+ 등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성장도 한국영화의 주요 플랫폼이다. ‘2023년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는 “OTT가 매달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들, 첫 방영을 앞두었거나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TV드라마는 물론 쿠팡플레이, ENA, 티빙 등 한국 OTT 플랫폼들 오리지널 콘텐츠들의 시놉시스, 출연진, 회차 등을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교섭’, ‘동감’, ‘비상선언’, ‘길복순’, ‘발레리나’, ‘독전2’ 등 한국영화가 현지 OTT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를 만났다.
최근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자협회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이동하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경험과 인도네시아의 시장성이 만나는 접점을 찾고 있다. 한국 콘텐츠는 충분히 정서적 울림으로 공감을 안길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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