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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현실이 되고 현실이 영화가 되는…” 그럼에도 제작자들은 멈추지 않는다

맥스무비 조회수  

기념촬영하고 있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수상자들.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영화가 현실이 되고 현실이 영화가 되는 혼란스럽고 고통스럽고 힘든 시절입니다. 그 어려운 코로나도 잘 이겨내서 올해 152편의 한국영화를 만든 영화 제작자분들과 올해의 작품상 영광을 함께 하겠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을 기획하고 제작한 영화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뒤 밝힌 말이다. 지난해 11월22일 개봉해 이미 1300만명의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는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와 맞물려 다시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현실의 거울이자, 시대와 함께 간다는 사실이 ‘서울의 봄’으로 다시금 확인되고 있다.

17일 서울 마포구 인디스페이스에서 배우 김규리의 진행으로 열린 제11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시상식의 선택은 ‘서울의 봄’이었다. 작품상은 물론 김성수 감독이 감독상도 수상했다. 이번 시상식은 지난해 11월1일부터 올해 10월15일까지 개봉한 한국영화 152편을 후보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원들의 투표를 통한 예심을 치렀고, 이후 운영 위원들의 본심을 거쳐 16개의 부문에서 올해의 수상작(자)을 선정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은 “다소 복잡한 12월 연말이다. 지금으로부터 2주 전인 지난 12월3일 불법 계엄 시도가 있었고, 지금도 엄밀히 말하면 내전 상태라고 할 수 있다”며 “국민들의 자정 능력으로 안정돼서 이번 행사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 혼란 속에서 한국영화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도 강조했다. 이은 회장은 “영화계도 자정을 같이 하지 않았나 싶다”며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을 계기로 젊은 청년이들이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서울의 봄’을 기획하고 제작한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 작품상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님께 감사하며 살겠다”

작품상의 영광을 차지한 ‘서울의 봄’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운명을 바꾼 1979년 12월12일 군사 반란을 다루고 있다. 김성수 감독은 ‘서울의 봄’을 통해 전두환의 군부 독재 정권이 시작된 그날을 뒤돌아보면서 역사의 비극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서울의 봄’은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뜨겁게 주목받았다. 극중 전두환을 빗댄 인물 전두광(황정민)의 대사인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말이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그날 밤을 ‘서울의 밤’이나 ‘서울의 겨울’로 묘사하는 각종 패러디 영상들도 확산했다. 

작품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김원국 대표는 일련의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영화가 현실이 되고 현실이 영화가 되는 혼란스럽고 고통스럽고 힘든 시절”이라며 “그 어려운 코로나도 잘 이겨내서 152편의 영화를 만든 제작자분들과 작품상의 영광을 함께 하겠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어 “작품을 아주 멋지게 만들어주신 김성수 감독님께 죽을 때까지 감사하며 살 것 같다”며 “이전에 작품상을 처음 받았을 때는 ‘내가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지금은 모든 스태프들이 함께 고생해서 주는 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서울의 봄’의 김성수 감독.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 김성수 감독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정의로운지…”

감독상을 수상한 김성수 감독은 영화 제작자들이 주는 상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더 깊은 감사를 표했다. “감독은 숙명적으로 제작자의 선택을 받아야만 일을 할 수 있다. 제작자분들이 주는 상이라서 정말 기분이 좋다”고 밝힌 뒤 “늘 가장 감사한 분들은 ‘서울의 봄’을 봐주신 관객들이다. 이 영화를 준비할 때만 해도, 불안감과 걱정이 너무 많았다. 개봉을 하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돌이켰다.

김성수 감독은 ‘서울의 봄’을 선택한 젊은 관객들을 향한 고마움과 놀라움을 거듭 밝혔다. “한 편으로는 왜 이렇게 영화를 많이 볼까, 젊은 사람들이 왜 극장을 찾아준 것인지 의문도 있었다”며 “얼마 전 12월3일에 정신나간 대통령이 어처구니없는 쿠데타를 벌이고 탄핵을 통과시키기 위해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정의로운지,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감독으로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이전과 다른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걸고 어떤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며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관객들을 만날 때에 스토리텔러로서도 흥분을 가지고 있다. 좋은 감독이 되도록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의 봄’은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촬영상(이모개), 조명상(이성환), 음악상(이재진) 등 5관왕을 차지했다. 이모개, 이성환 감독은 ‘서울의 봄’ 뿐 아니라 ‘파묘’에도 참여해 이들 영화로도 공동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드라마 촬영 일정으로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모개 촬영감독은 “2년 전 영화 ‘헌트’로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을 받았는데 상을 받고 영화들이 흥행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이 상을 받길 희망한다”는 재치있는 소감으로 웃음을 안겼다.

음악상의 이재진 음악감독은 “좋은 작품에 작은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저와 제 음악을 믿어준 김성수 감독님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파일럿’의 조정석.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 제작자들이 선택한 주연상 조정석·김고은

주연상은 지난 7월 개봉해 여름 극장가에서 최고 흥행 성적을 거둔 코미디 영화 ‘파일럿’의 조정석과 지난 2월 개봉해 오컬트 열풍을 일으킨 ‘파묘’의 김고은이 받았다. 조정석은 여장을 하고 항공사에 취직한 파일럿이 겪는 해프닝을 능청스러운 연기로 표현해 471만 관객 동원을 이끌었다. 김고은은 젊은 무당을 매력적으로 그려 1191만명을 사로잡았다.  

조정석은 “얼마 전 다른 시상식에서는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다”며 “저는 괜찮은데 아쉬움을 토로했던 우리 ‘파일럿’ 팀에 이번 상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인사했다. 이어 “한국영화 그리고 우리 대중문화 예술의 발전을 위해 힘쓰시는 제작가분들이 많이 계셔서 한편으로는 뿌듯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제작자분들을 만나는 것은 큰 축복인 것 같다. 열심히 해서 한국영화에 기여하고 쓰임새가 많은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촬영 일정으로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김고은은 영상을 통해 “올 한 해 ‘파묘’로 큰 사랑을 받아 감개무량하다”며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했다. 추운 겨울이지만 모두 따뜻한 마음을 보낼 수 있는 겨울이 되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영화 '파묘'로 각본상을 수상한 장재현 감독. 사진제공=쇼박스
‘파묘’로 각본상을 수상한 장재현 감독. 사진제공=쇼박스

각본상은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수상했다. 2015년 영화 ‘검은 사제들’로 데뷔한 장재현 감독은 2019년 ‘사바하’에 이어 올해 ‘파묘’를 연출하며 한국영화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오컬트 장르를 지속적으로 개척했다. ‘파묘’에서는 식민지 지배를 당한 우리 역사의 아픔을 조명했다. 

해외 일정으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장재현 감독은 제작사를 통해 “부족한 것이 많은 시나리오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의 노력 덕분에 큰 상을 받게 돼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각본상 외에도 ‘파묘’는 촬영상, 조명상과 미술상(서성경), 음향상(김병인)까지 총 6관왕을 차지했다. 서성경 미술감독은 ‘파묘’는 물론 ‘원더랜드’의 미술을 맡아 상을 수상했다. 서 감독은 “두 작품 모두 애정을 담았고 동시에 수상하는 영광에 마음이 너무 풍족하다”며 “흥미로운 영화, 가슴 따뜻한 영화 만들어주신 장재현 감독님과 김태용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영화 ‘리볼버’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지창욱.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 ‘리볼버’ 지창욱과 ‘시민덕희’ 염혜란 

조연상은 영화 ‘리볼버’과 ‘시민덕희’의 라미란이 차지했다.

지난 8월7일 개봉한 ‘리볼버’는 뜻하지 않은 비리에 엮인 경찰 수영(전도연)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복역했다가 출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창욱은 수영에게 보상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기 않는 인물 앤디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이날 시상식에서 지창욱은 시상자가 “멋진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많이 부끄럽다”며 “사실 연기상을 받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리나케 달려오는 저를 보면서 기분이 좋구나 싶었다. ‘리볼버’를 촬영하면서 굉장히 행복했다”고 돌이켰다. 영화가 행복한 기억으로 남은 데는 “오승욱 감독님을 비롯해 ‘리볼버’ 스태프 분들 덕분”이라며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 잘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지창욱은 또 ‘리볼버’의 제작자이자, 또 다른 주연 드라마인 ‘강남 B 사이드’, ‘최악의 악’의 제작자를 지목하면서 “영화사 사나이픽처스의 한재덕 대표님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거듭 표했다. 

‘시민덕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염혜란.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여우조연상의 염혜란은 지난 1월24일 개봉한 ‘시민덕희’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인 동료 덕희(라미란)을 돕는 봉림 역으로 활약했다.

수상 무대에 오른 염혜란은 “‘시민덕희’는 평범한 시민덕희가 보이스피싱을 당하면서 직접 범인을 잡는다”며 “물론 저의 연기는 너무 아쉽지만 한 가지 보람이 있다면 실제 주인공인 김성자씨가 뒤늦게 보상을 받았다. 영화가 얼마나 세상을 바꿀까라는 고민을 할 때, 조금이나마 제가 힘이 될 수 있어서 한편으로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영화를 발굴하고 고민하는 제작가협회가 주는 상이라 뜻깊다”며 “앞으로 좋은 영화에 참여하고 힘이 되고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신인배우상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의 노상현이 수상했다. 지난 10월1일 개봉한 ‘대도시의 사랑법’은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난 두 친구가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그 시기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노상현은 “‘대도시의 사랑법’은 작년 여름에 찍었는데 굉장히 재밌게 촬영했다. 정말 연기를 안 해도 될만큼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장을 이언희 감독님이 만들어주셨다”며 “함께 호흡한 (김)고은 씨와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고 잊지 않고 인사했다. 이어 신인상의 의미를 짚으면서 “인생에 한 번뿐인 특별한 상이다. 이렇게 귀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뭔가 인정받은 것 같고 보상받는 것 같아서 큰 위로가 된다. 앞으로도 노력해서 좋은 배우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노상현.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신인감독상은 영화 ‘장손’의 오정민, ‘정순’의 정지혜 감독이 공동 수상했다. 지난 9월11일 개봉한 ‘장손’은 3대로 이어져온 두부공장의 장손 성진(강승호)가 고향에 내려가면서 가족들을 둘러싼 문제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정순’은 작은 식품공장에서 일하는 정순이 동료인 영수와 가까워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4월17일 개봉했다.

오정민 감독은 “평소에 영화를 완성하는 것만으로도 바랄 것이 없었는데, 막상 상을 받으니 기분이 좋다”며 “관객을 만나는 경험이 정말 황홀했다. ‘장손’은 제가 찍고 싶은 영화였다면 앞으로는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를 찍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정지혜 감독은 “아직 감독이라는 호칭도 어색하고 민망하다. 4년 전, 이맘때쯤에 사무실이 없어서 저희 스태프들이 제 원룸에 책상을 가져와서 영화의 프리프로덕션을 시작했다. 쌀쌀한 날씨와 코로나로 열약한 환경이었다”고 돌이키면서 “참여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특히 우리 영화는 제목처럼 ‘정순’으로 시작해서 ‘정순’으로 끝난다. 그런 정순을 아름답게 연기해 주신 김금순 배우님께 특별히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첫 장편영화를 만들면서 너무 행복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시상식은 맥스무비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user/no1maxmovie)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유튜브 라이브로 공개됐다. 두 채널을 통해 생생한 시상식의 현장을 다시 볼 수 있다.  

‘장손’의 오정민 감독(왼쪽)과 ‘정순’의 정지혜 감독.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 제11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수상자(작) ]

작품상  ‘서울의 봄’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

감독상  ‘서울의 봄’ 김성수

각본상  ‘파묘’ 장재현 

남우주연상 ‘파일럿’ 조정석 

여우주연상 ‘파묘’ 김고은 

특별상 하하필름스 대표·PGK 운영위원 이하영 

남우조연상 ‘리볼버’ 지창욱 

여우조연상 ‘시민덕희’ 염혜란 

신인감독상 ‘장손’ 오정민, ‘정순’ 정지혜

신인배우상 ‘대도시의 사랑법’ 노상현 

촬영상  ‘서울의 봄’·’파묘’ 이모개 

조명상  ‘서울의 봄’·’파묘’ 이성환 

미술상  ‘파묘’·’원더랜드’ 서성경

편집상  ‘길위에 김대중’ 김선민·조유경

음악상  ‘서울의 봄’ 이재진 

음향상  ‘파묘’ 김병인 

기술상  ‘베테랑2’ 유상섭·장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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