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예쁘고 건강한 또 다른 ‘나’를 향한 인간의 욕망을 파고드는 영화 ‘서브스턴스’가 관객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이 처음 공개돼 각본상을 수상한 직후부터 이른바 ‘미친 영화’로 입소문이 퍼졌고, 지난 11일 국내 개봉 이후 자자했던 소문을 스크린에서 확인한 관객들 사이에서 ‘피바다 하드코어’라는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나르시시스즘에 빠진 인간의 광기가 어디까지 치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얼얼한 충격을 선사하는 ‘서브스턴스’를 향한 관심은 스코어에서도 확인된다. 독립·예술영화로 개봉해 평균 300여개의 스크린에서 상영 중인 영화는 16일까지 누적관객 6만1729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모았다. 개봉일부터 개봉 2주째에 접어든 16일까지 줄곧 독립·예술영화 부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작품을 본 관객들을 충격적인 이야기와 설정, 혼신의 힘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들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당분간 꾸준한 관객 동원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마거릿 퀄리의 도발, 데미 무머와 팽팽한 대결
‘서브스턴스’는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유명 스타였지만 지금은 대중의 기억에서 잊힌 채 TV 에어로빅 쇼를 진행하는 엘리자베스가 서브스턴스라는 이름의 약물을 권유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단 한 번의 투약으로 몰라보게 젊고 아름다운 ‘또 다른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유혹에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를 몸에 주사한다. 그렇게 탄생하는 인물이 완벽한 외모와 젊음을 지닌 수이다. 젊음을 되찾아 괴거의 인기를 다시 누리고 싶은 엘리자베스의 욕망과 젊은 자아 수의 욕망이 부딪히면서 약물의 투약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깨지고, 이내 서로를 잠식하는 둘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에서 엘리자베스를 연기한 배우 데미 무어가 모든 걸 내던진 듯한 모습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인기 스타였지만 지금은 활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데미 무어의 실제 상황과 극중 인물이 묘하게 겹치면서 관객을 이야기에 더욱 몰두하게 한다. 하지만 데미 무어 못지않게 ‘미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주인공이 있다. 엘리자베스의 분신인 젊은 여성 수를 연기한 마거릿 퀄리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관객에게 낯선 신예 마거릿 퀄리는 1994년생으로 모델로 활동을 시작해 지난 2019년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고 이번 ‘서브스턴스’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약물로 인해 태어난 가짜 존재이지만 ‘본체’인 엘리자베스를 잠식하는 욕망을 실현하는 광기의 모습으로 관객에 섬뜩한 공포를 선사한다. 관록의 배우 데미 무어와 견줘 결코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다.
‘서브스턴스’로 확실히 이름을 알린 마거릿 퀄리는 부모로부터 재능을 물려받은 배우다. 그의 어머니는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앤디 맥도웰. 국내 관객에는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비롯해 ‘사랑의 블랙홀’ 등의 영화로 친숙한 배우다. 특히 휴 그랜트와 출연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통해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으면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인기를 얻었다.
마거릿 퀄리는 앤디 맥도웰의 막내딸이다. 모델 출신인 아버지와 배우인 어머니의 재능을 이어받아 모델로 활동을 시작해 이제는 영화의 주연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서브스턴스’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내년 1월6일(한국시간) 열리는 제82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데미 무어는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만큼 이들의 동반 수상 여부에도 관심이 향한다.
마거릿 퀄리는 ‘서브스턴스’에 이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에 출연해 연기 활동을 이어간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역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연출자인 만큼 마거릿 퀄리가 보여줄 새로운 변신이 궁금증을 자극한다. 딸 못지않게 앤디 맥도웰 역시 작품 활동을 꾸준히 잇고 있다. 올해 범죄 액션 영화 ‘와일드독’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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