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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족’ SWOT 분석] 믿음직한 메시지 VS 안갯속 계엄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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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가족’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양우석 감독은 데뷔작에서부터 1000만 관객을 모은 최초의 연출자다. 데뷔작인 2013년 영화 ‘변호인’은 2024년 12월, 지금 다시 개봉해도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받을지도 모르는 작품.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시대, 군홧발로 세상을 짓밟는 독재 정권을 목도한 변호사가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세상을 대변하는 인권변호사로 변화하는 이야기는 개봉 당시 1000만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금 다시 봐도, 유효한 이야기다.  

11일 개봉하는 ‘대가족'(제작 게니우스)은 그런 양우석 감독이 ‘변호인’과 ‘강철비’ 시리즈에 이어 내놓는 4번째 연출작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면에 숨은 위태로운 진실에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 특기를 지닌 감독은 이번엔 가족에 눈을 돌린다. 일면 거시적인 이야기를 접고 일상과 밀접한 소소한 이야기로 선회한 감독의 변화가 궁금하지만, 사실 가족은 우리의 삶과 세상 그리고 시대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앞선 작품들에서 이어지는 그의 새로운 선택은 의미심장하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정국이 혼란에 휩싸였지만, 그럼에도 관객에 따스한 이야기를 전하려는 영화는 멈추지 않는다. ‘대가족’이 그 대열의 가장 앞에 있다. 지난 4일 개봉한 곽경택 감독의 ‘소방관’과 배우 송강호의 ‘1승’이 12월 한국영화 대전의 문을 연 가운데 ‘대가족’은 2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또 다른 작품이다. 앞선 2편의 맞대결에서 ‘소방관’이 ‘1승’을 가볍게 누르고 승기를 잡았지만 지속적인 흥행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그 속에 뛰어드는 ‘대가족’을 SWOT 분석으로 살폈다.

● 강점 (Strength) …아버지와 아들 통해 바라보는 세상 

‘대가족’은 2000년 서울 종로에서 노포 맛집으로 이름난 만둣집을 운영하는 실향민 무옥(김윤석)과 그의 아들 문석(이승기)의 이야기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을 오다가 어린 동생을 잃은 상처를 가슴에 지닌 무옥에게 가장 중요한 건 핏줄이다. 외아들인데다 공부까지 잘해 의대를 다니는 문석은 무옥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면서도 문석은 승려가 된다. 무옥의 마음이 타 들어갈 즈음, ‘문석 스님이 우리 아빠’라고 말하는 어린 남매가 무옥을 찾아오면서 가족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양우석 감독은 “가족은 지금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말한다. 단순히 가족의 해체와 갈등, 저출산 등을 넘어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가족의 존재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야 할 때라고도 이야기한다. 감독의 가치관은 영화 곳곳에 녹아 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반목하는 무옥과 문석 부자는 아버지와 아들로 상징되는 세대 간 갈등을 대변한다. 서로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은 채, 오해와 미움으로 견고한 벽이 쌓고 있다. 

영화는 이를 통해 세대 간 갈등과 분열을 다룬다. 가족의 울타리에서도 극단적으로 갈리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그대로 겹친다. 다만 영화는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다. 문석의 자녀라고 주장하는 어린 아이들을 품는 무옥의 모습을 지긋하게 바라본다. 가족의 의미, 이를 넘어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감독의 질문이 흥미롭다. 

이승기(왼쪽)는 영화에서 의대를 다니다가 돌연 승려가 된 아들 문석을 연기한다. 영화 출연은 2018년 ‘궁합’ 이후 8년 만이다. 

● 약점 (Weakness) … 자칫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 

‘대가족’은 가족을 둘러싼 여러 메시지를 차근차근 풀어낸다. 멀게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강제로 이별의 아픔부터 현대화 속에서 빠르게 해체된 가족의 의미, 세대 간 단절을 불러온 불통과 갈등을 무옥과 문석 부자를 통해 아우른다. 핏줄에 유독 집착했던 무옥이 자신을 찾아온 어린 남매와 인연을 맺으면서 혈연을 넘어서는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감독의 선명한 목소리가 읽힌다. 

다만 영화는 가족의 갈등을 주요 서사로 내세우면서 자칫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로 비치는 한계도 있다. 대를 이어야 할 외아들이 승려가 되는 기가 막힌 사연을 다루고 있고, 특히 과거 문석이 의대에 다닐 때 왜 정자 기증을 했는지 그 사연 역시 드라마틱하지만 모두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짐작할 수 없는 내용이다. 때문에 일단 영화를 보면 만족도가 높게 나타날 수 있지만 ‘보러 가기까지’가 관건이다.

관객의 발길을 당기는 역할은 역시 배우들의 몫이다. 특히 김윤석은 현실에 발 닿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 더 빛을 낸다는 사실을 ‘대가족’으로 다시금 증명한다. 전쟁을 겪어 극도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무옥은 평생 만두를 빚어 대체 재산이 얼마인지조차 짐작할 수 없는 부를 축적한 자린고비의 상징. 고약한 인물이지만 그만큼 신념도 투철하다. 그런 무옥은 자신을 찾아온 어린 남매 앞에서 무장해제되면서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인다. 실제로 종로 어딘가에 있을 법한 정겨운 한옥 만둣집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의 삶에 자부심 넘치는 주인장의 얼굴로 스크린을 채운다.

영화에서 만둣집 평만옥은 줄이 끊이지 않는 맛집이다. 무옥은 평생 만두를 빚으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기회 (Opportunity) … ‘소방관’과 ‘1승’의 희미한 화력 

12월에 한국영화 5편이 차례로 출격한다고 했을 때 ‘고른 흥행’을 예상한 사람은 없다. 일주일 사이로 1, 2편씩 새로운 영화가 공개되면서 물리고 물리는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 앞서 개봉한 영화의 초반 성적에 따라 일주일 뒤에 공개하는 작품이 영향을 받는 구조에서 지난 4일 나란히 개봉한 ‘소방관’과 ‘1승’의 화력이 그리 세지 않은 점은 ‘대가족’에게 일종의 ‘기회’가 되고 있다. 

‘소방관’과 ‘1승’은 8일까지 누적관객 74만4196명, 19만1897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각각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극장가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도 12월은 기대작들이 대거 개봉하면서 관객이 몰리는 시기다. 그런데도 ‘1승’은 개봉 직후부터 관객의 관심권에서 멀어졌고, ‘소방관’ 역시 손익분기점인 25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지 안갯속이다.

이들 영화의 화력에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면서 ‘대가족’을 향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아가고 있다. 사전 시사회 등을 통해 연말 분위기와 어울리는 따뜻하고 뭉클한 영화로 주목해 형성된 입소문도 긍정적인 신호다. 

‘소방관’ 촬영 현장에서의 양우석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위기(Threat) … 12·3 비상계엄 후폭풍 

‘대가족’의 위기뿐 아니라 지금 극장에서 상영 중이거나 개봉을 앞둔 모둔 영화에 닥친 위기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국정의 혼돈이 모든 이슈를 짚어삼키고 있다. ‘뉴스가 가장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 굳이 극장을 찾아 새로운 영화를 찾아보려는 발걸음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대가족’이 개봉 첫 주말을 맞는 13일부터 15일 사이 정국은 또 다시 대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다시 진행할 것을 예고하면서 지난 6일 정족수 부족으로 불성립된 표결이 이번에는 반전을 맞을지 관심이 뜨겁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소용돌이 속이다. 

실제로 토요일인 6일 박스오피스 톱5에 오른 영화 5편을 관람한 관객은 총 64만3972명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인 11월30일 톱 5편이 동원한 관객수 76만5906명과 비교해 약 12만명이 줄어든 수치다. 신작 개봉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안 표결과 서울 여의도에 모인 100만 시민의 열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밀린 상황이 짐작되는 수치다. 

무옥을 찾아오는 어린 남매는 자신들의 생물학적 아빠가 문석이라고 주장한다. 무옥은 이들 앞에서 한 없이 너그러운 모습이 된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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