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짜리 계약 결혼에서 시작되는 로맨스 스릴러,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자들이 펼치는 공포와 판타지, 비밀스러운 능력을 지닌 가족이 합심해 악당을 처단하는 블랙 코미디까지. 12월을 맞아 넷플릭스와 디즈니+ 쿠팡플레이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이 야심차게 내놓은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풍성한 볼거리를 선물하고 있다.
전편 몰아보기가 가능한 시리즈부터 매주 2편씩 공개되는 이야기를 기다려야 하는 시리즈도 있지만, 색다른 소재와 복합적인 장르의 융합 그리고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주연을 나선 공통점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지난달 29일 공개한 넷플릭스 ‘트렁크’와 쿠팡플레이 ‘가족계획’과 지난 4일 시작한 디즈니+ ‘조명가게’가 시청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 극명하게 반응 갈린 공유·서현진의 ‘트렁크’
8부작 시리즈 ‘트렁크'(극본 박은영)는 ‘로맨스 장인’으로 통하는 배우 서현진과 공유의 만남, ‘기간제 결혼’이라는 생소한 설정,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등으로 감각적인 연출을 선사한 김규태 PD의 신작 여기에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라는사실 등 여러 면에서 주목받은 작품이다.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 NM(New Marriage) 소속 직원인 노인지(서현진)가 다섯 번째 남편 한정원(공유)를 만나 1년 동안 계약을 맺고 가짜 부부가 된다. ‘트렁크’는 결혼식 직전 남자친구가 잠적하는 상처를 겪으면서 ‘결혼이 역겹다’고 생각하는 노인지와 하루도 약물의 도움 없이 잠들지 못하는 한정원이 1년 동안만 부부가 되는 ‘비정상적인 관계’를 통해 사랑과 연민, 집착, 욕망, 외로움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포착한다. 두 인물이 결핍을 채우며 서로를 구원하는 서사와 새벽녘 호숫가에서 발견된 노인지의 트렁크를 계기로 드러나는 사건을 통해 ‘로맨스 스릴러’를 완성한다.
작품 공개 일주일이 지난 ‘트렁크’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상처입고 웅크린 두 인물이 서로의 아픔을 알아보고 치유하면서 구원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에 몰입한 호평도 있지만, 기간제 결혼이라는 소재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여백이 많은 서사에 공감하기가 어렵다는 혹평도 존재한다. 특히 전 남편인 한정원을 통제하려는 이서연(정윤하)의 어긋난 집착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노인지와 한정원 단 두 인물의 감정선에 집중하다 보니, 그 주변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느린 전개와 확실히 매듭짓지 않은 ‘열린 결말’에도 아쉬움이 표출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줄곧 지적돼 온 ‘개연성 없는 정사장면’에도 반감이 형성된다. 서연이 재혼한 남편 윤지오(조이건)와 벌이는 정사 장면 등 배우들의 노출이 단지 ‘도구’처럼 사용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는 ‘살인자ㅇ난감’ 때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번 ‘트렁크’를 계기로 다시 지적되고 있다.
● ‘무빙’ 잇는 기대작의 출발…’조명가게’
8부작인 ‘조명가게’는 배우 김희원의 첫 연출작이자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 이어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드라마 극본까지 써서 기대를 모았다. ‘조명가게’의 원작 웹툰은 2011년 연재돼 누적 조회수 1억5000만뷰를 기록한 화제작이다. 이를 기반으로 더 확장된 캐릭터와 서사를 다룬다. 인간애에 바탕을 둔 이야기에 주력하는 강풀 작가는 ‘조명가게’에서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초자연적인 요소로 그린다. 공포, 스릴러, 멜로 등 다양한 장르로 융합해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안에 강렬한 반전도 숨겨 놓았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의문의 조명가게에 수상한 비밀을 지닌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원영(주지훈)이 지키는 조명가게는 생과 사의 갈림에 놓인 공간.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원영을 찾아온다. 원영과 중환자실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영지(박보영)는 남들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극 초반 이들이 목격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충격적 비주얼로 놀라움을 안겼다. 시리즈 공개 직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면은 조명가게 단골손님인 현주(신은수)가 갑자기 비명을 지른 순간. 골목의 담벼락보다 훨씬 큰 키와 기괴한 걸음걸이를 하는 혜원(김선화)의 모습이 시청자들을 공포에 빠트렸다.
‘조명가게’는 앞으로 4회 분량의 이야기를 남겨두고 있다. 오는 11일과 18일 각각 2편씩 공개한다. 앞으로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인물들의 상황이 연결되고, 그들이 겪은 이상한 일에 대한 비밀이 서서히 드러날 예정이다. 처음엔 난해한 캐릭터와 이야기에 의문이 들지만, 그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는 연출법에 대한 호기심도 형성된다. “김희원 감독은 난해한 ‘조명가게’의 세계관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는 강풀 작가의 말처럼 김희원은 첫 연출임에도 미스터리한 분위기에서 피어오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김희원 감독은 “어떻게 하면 보는 분들이 더 신선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리얼과 판타지의 중간 지점을 구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 이상하지만 통쾌한, 배두나와 류승룡의 ‘가족계획’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상한 가족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계획'(극본 김정민·연출 김곡 김선)은 앞선 두 작품에 비해 화제성은 아쉬운 상황이다. 시리즈 자체의 완성도가 아닌 화제작이 동시기 쏟아진 여파다. 다만 쿠팡플레이가 6일 발표한 자체 분석에 따르면 역대 쿠팡플레이 시리즈들의 공개 첫 주 시청량을 모두 뛰어넘었다. 최근 공개한 ‘소년시대’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기록을 앞질렀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가족계획’은 전체 6부작 가운데 2회까지 공개된 상황. 악랄한 이들에 맞선 가족들의 응징이 통쾌함을 선사하고 스릴러 장르의 매력도 살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접근도가 낮은 플랫폼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한 시청자는 ‘가족계획’ 네이버톡에 “웰메이드인데 플랫폼이랑 마케팅이 아쉽다. 여기저기 예능에 출연하면서 홍보도 하고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의견을 남겼다.
‘가족계획’은 상대의 기억을 자유자재로 재편집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지닌 엄마 영수(배두나)가 가족들과 합심해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살아남기 위해 가족으로 위장한 특수 능력자들이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남다른 방법으로 해치워나간다. 배두나 류승범 백윤식 등 베테랑 배우들과 신예 배우 로몬과 이수현이 특별한 가족으로 뭉쳤다.
감정은 없지만 아이들에게만큼은 다정한 엄마인 영수는 가족을 지키는 일에 집착한다. ‘가족계획’은 영수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는 가족들을 통해 혈연으로 얽히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집중 조명하며 반등을 예고했다. 1, 2회에서는 ‘가짜 가족’으로 삐걱대는 모습이 주로 그려졌다면 향후 전개에서는 가족에게 더 악랄하고 극악무도한 범죄가 닥치고 이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진짜 가족’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