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계엄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SNS 등 온라인 상에서 회자된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 얘기다. 국민과 누리꾼은 ‘서울의 봄’의 현실판을 본 것 같다며 영화의 제목을 따 ‘서울의 밤’ ‘서울의 겨울’ 등으로 부르며 이번 사태를 풍자하고 있다. 영화가 갑자기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재개봉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의 봄’을 제작한 영화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차기작과 무관하지 않다.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는 올해 초 ‘서울의 봄’ 1000만 흥행 달성을 기념한 인터뷰에서 차기작으로 다수의 근현대사 작품을 준비 중인 사실을 밝혔다. 그 중에는 전두환 집권 당시 언론에 대한 회유 공작을 그린 ‘K-공작 계획'(가제)과 김영상 정권 시절의 하나회 해체를 그린 ‘YS 프로젝트’도 있다.
‘K-공작 계획’과 ‘YS 프로젝트’는 각각 전두환과 하나회에 관한 이야기로 ‘서울의 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이다. 이들 작품은 현재 시나리오 작업 등 기획 단계다. 특히 ‘YS 프로젝트’는 ‘서울의 봄’의 초고 시나리오를 쓴 홍인표 작가가 각본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두 영화가 완성된다면 1979년 12월 군사반란을 다룬 ‘서울의 봄’을 시작으로 1980년 초 시작된 군부 독재의 언론 탄압 이야기인 ‘K-공작 계획’, 이어 1993년 2월 제14대 대통령에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시행한 하나회 해체를 그린 ‘YS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시리즈가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당시의 정치·사회 상황 등을 다루는 근현대사 영화들의 특성상 제작에 부담이 없지는 않을 텐데 김원국 대표는 “‘서울의 봄’과 같은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되고 세련됐다”며 “중요한 건 어떤 사건을 다루든 최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사물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 비상계엄 사태에서 증명된 ‘영화의 힘’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다시 주목받는 ‘서울의 봄’은 전두환을 모델로 한 인물인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의 주도로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움직여 권력을 찬탈하는 이야기다. 1979년 12월12일 일어난 군사반란에서 모티브를 삼은 작품으로, 이 영화는 실화 소재로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그 당시 일을 직접 목격하는 듯한 생생한 이야기로 1312만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영화 상영이 종료된 이후에도 5월 백상예술대상 대상, 11월 청룡영화사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하면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설립 10년 만인 지난해 ‘서울의봄’으로 첫 1000만 영화를 품에 안은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올해 남동협 감독의 ‘핸섬가이즈’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을 선보였다. ‘핸섬가이즈’는 오컬트와 코미디를 결합한 복합 장르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손익분기점 110만명을 넘어 177만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보통의 가족’은 흥행 성적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으나 빼어난 만듦새와 시의적인 이야기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얻었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당장 오는 25일 또 하나의 역사물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하고, 현빈이 주연한 영화 ‘하얼빈’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손에 꼽히는 위인 중 한 명인 안중근이 이 작품을 통해 2004년 ‘도마 안중근’, 2022년 ‘영웅’에 이어 또 한번 스크린에 소환된다. 1909년 10월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현빈)과 독립군에 관한 이야기로, 300억원에 가까운 제작비를 들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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