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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페이스’, 원작과 다른 ‘결정적인’ 설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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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여정은 ‘히든페이스’에서 약혼자의 마음을 시험하려고 자취를 감추는 인물 수연을 연기했다. 사진제공=NEW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밀실 스릴러 ‘히든페이스’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색다른 이야기와 장르의 재미를 관객에 선사하는 가운데 13년 전 먼저 세상에 나온 원작을 다시 보는 움직임도 형성되고 있다. 약혼자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밀실에 숨었지만 실수로 굳게 갇힌 공간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주인공이 거울을 통해 사랑하는 연인과 낯선 여인이 나누는 욕망의 관계를 지켜봐야 하는 이야기가 관객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김대우 감독이 연출한 ‘히든페이스'(제작 스튜디오앤뉴)는 2011년 제작된 안드레아 바이즈 감독의 콜롬비아 영화를 옮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은 국내서 2014년 9월 개봉했지만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히든페이스’의 개봉과 맞물려 현재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원작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배우 조여정과 박지현, 송승헌이 주연한 ‘히든페이스’는 원작의 핵심 설정은 따르지만 좀 더 촘촘한 설계를 통해 세 인물 사이에 형성된 긴장감을 높였다. 다소 완성도가 떨어지는 원작과 달리 김대우 감독은 밀실 스릴러를 내세워 장르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구축했다. 특히 박지현이 도전한 과감한 노출 연기를 바탕으로 3명의 주인공이 빚는 욕망과 복수의 심리극이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덕분에 지난 20일 개봉 이후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다. 전체 관객 수에서는 같은 날 개봉한 뮤지컬 영화 ‘위키드’에 밀렸지만, 실제 객석을 채우는 좌석판매율에서는 주말 내내 앞섰다. 개봉 첫 주말이 시작된 22일 금요일 좌석판매율에서 ‘히든페이스’는 17.2%(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를 기록해, 10.2%인 ‘위키드’를 앞질렀다. 토요일인 23일과 일요일인 24일에도 각각 26.6%, 24.4%의 좌석판매율을 나타내면서 같은 날 ‘위키드’가 기록한 21.6%, 20.4%과 비교해 우위를 점했다. 

‘히든페이스’에서 복수와 질투의 감정으로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 미주 역의 박지현. 사진제공=NEW 

●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 두 여주인공의 ‘관계’

‘히든페이스’는 오케스트라 단장의 딸인 수연(조여정)이 약혼자인 지휘자 성진(송승헌)의 마음을 시험하고자 영상 편지만 남기고 돌연 자취를 감추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수연은 집안 깊숙한 곳의 밀실에 들어가지만, 실수로 갇히면서 실종 상태가 된다. 연인의 실종에 죄책감과 상실감을 느끼는 성진은 첼리스트 자리를 그냥 둘 수 없어 수연의 후배인 미주(박지현)을 앉힌다. 그 인연을 계기로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 두 사람은 욕망의 관계를 맺는다.

영화에서 수연과 미주는 서로 잘 아는 관계로 설정돼 있다. 첼리스트 선, 후배 관계인 동시에 오랜 시간 남다른 인연을 맺은 사이다. 모든 걸 다 갖춘 수연과 달리 미주의 환경은 넉넉하지 않다. 때문에 미주는 수연에게 질투와 복수 등 복합적인 감정을 품고 있기도 하다. 이들의 관계는 영화 말미 관객에게 충격적인 반전도 선사한다.

반면 원작의 두 주인공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밀실에 갇히는 주인공 벨렌(클라라 라고)은 콜롬비아의 오케스트라 지휘가 된 연인 안드레아(킴 구티에레즈)를 따라 고향인 스페인을 떠나 낯선 땅 보고타로 이주한다. 모든 게 낯선 벨렌은 자꾸만 다른 여자를 친근하게 대하는 안드레아의 행동으로 인해 불안해하고, 연인의 마음을 시험하고자 집안 밀실에 숨었다가 나가는 열쇠를 잃어버리고 갇힌다. 

안드레아는 연인의 실종에 상실감을 느끼다가 술집에서 만난 점원 파비아나(마르티나 가르시아)와 급격히 가까워지고, 침실과 욕실에 달린 커다란 거울을 통해 그들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벨렌은 배신감과 밀실이 야기하는 공포 속에 점차 무너진다. 파비아니와 벨렌은 서로를 모르는 사이. 이는 첼로를 전공한 음악가인 수연과 미주가 긴밀한 사이라는 설정을 내세운 리메이크와 원작의 가장 큰 차이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밀실의 모습. 사진제공=NEW 

● 원작의 평면적인 관계, 입체적인 감정으로 확대 

‘히든페이스’에서 수연의 상황과 처지도 원작 속 벨렌과 전혀 다르다. 연인을 따라 낯선 나라에 정착해 모든 게 낯선 벨렌과 달리 수연은 든든한 배경을 지닌 인물. 약혼자인 성진과의 관계에서도 심리적인 우위에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 지휘자로 성장한 성진은 연인인 수연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는 상황이기도 하다.

반면 원작에서 관계의 주도권을 쥔 인물은 지휘자인 안드레아다. 리메이크에서 송승헌이 연기한 성진 역이다. 벨렌은 깊이 사랑하는 안드레아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스스로 밀실로 들어서고, 술집 점원인 파비아나는 부유하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하는 그를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밀실에 갇힌 벨렌의 존재를 알고도 외면하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상황이 요동치는 데도 안드레아는 진실을 까맣게 모른 채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 모습이다.

김대우 감독은 원작의 설정을 비트는 객색의 과정을 통해 수연과 성진 그리고 미주로 이어지는 인물들의 관계를 좀 더 입체적으로 부각했다. 원작에서는 단조롭게 다뤄진 3명의 관계를 서로에게 품은 의심과 질투, 복수의 감정으로 확장된 부분도 눈에 띈다. 감독은 “무성의함이 낳은 질투”와 “인간 본성 안에 잠재한 소유욕”이 얼마나 무서운지, “내적인 격렬함”은 또 얼마나 뜨거운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제목이 지닌 ‘감춰진 얼굴’ 즉 이면이라는 뜻이 작품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정확하다는 판단으로 원작의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관객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콜롬비아 영화인 원작의 배우들은 저마다 처한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하지만 그 감정이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이를 옮긴 ‘히든페이스’는 다르다. 개봉 전부터 박지현의 대담한 노출 연기가 화제를 모았지만 개봉 이후 작품을 관람한 관객들은 복수와 질투에 휘말린 인물을 표현한 박지현의 연기력에 주목한다. 작품 전체를 든든하게 이끄는 조여정의 존재감도 호평받고 있다. 김대우 감독의 영화 ‘방자전’과 ‘인간중독’을 거쳐 이번 ‘히든페이스’를 통해 인간 본성이 숨은 욕망을 표현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보인다.

2011년 제작된 ‘히든페이스’ 원작의 한 장면. 밀실에 갇히는 주인공 벨렌을 연기한 클라라 라고. 사진제공=더블앤조이픽쳐스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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