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오징어 게임’의 VIP 중 한 명과 비슷하다. 마치 국가가 아니라 게임 쇼를 운영하는 것 같고,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는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연출자 황동혁 감독이 2021년 9월 시즌1를 공개한 뒤 10월 미국 영화전문지 인디와이어 인터뷰에서 밝힌 생각이다. 그는 2008년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오징어 게임’을 구상했다.
인디와이어 인터뷰에서 황 감독은 “당시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고, 나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그로부터 10여년 동안 “가상화폐 붐이 일고, 페이스북과 구글, 네이버 등 거대 IT기업들이 부상했다. 그들은 우리의 삶을 재편하고 있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을 준비 중이던 시기였던 2017년부터 2021년 1월까지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떠올렸다.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체제가 파생시킨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계급 문제가 더욱 불거진 상황에 그는 “이 모든 문제들이 터진 뒤 ‘오징어 게임’ 같은 이야기가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내년 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제 내년 1월20일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며 ‘트럼프 2.0 시대’를 연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높은 관세 부과 등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 2.0 시대’는 전 세계 영화 등 영상 콘텐츠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최근 “새로운 정치 질서는 정부 지원 인센티브와 유럽으로 이탈한 미국 인재들의 덕분에 유럽의 크리에이티브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버라이어티는 이미 “할리우드는 더 이상 (엔터테인먼트 산업의)유일한 게임의 무대가 아니”고 전 세계 영화산업에 있어서도 “할리우드의 우위는 약화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저예산 영화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 세계적 흥행작인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둔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영화와 TV시리즈는 미국의 지배적인 문화 수출품이었지만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주요 스튜디오가 만드는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히트작을 만들어냈다”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뤼팽’과 함께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사례로 들었다. 매체는 “비영어 작품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관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20%P 올리는 등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달러는 파운드화와 유로화에 대해 계속 강세를 보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생산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면서 이미 “치솟는 제작비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과 할리우드 파업 등 여파로 미국 제작사들은 세액 공제를 공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유럽으로 대거 이전하거나 자금 조달을 위해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매체는 밝혔다.
실제로 앤 해서웨이이 아담 드라이버 등이 주연하는 영화 ‘페이퍼 타이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출 데뷔작 ‘물의 연대기(The Chronology of Water)’, 짐 자무쉬 감독의 신작 등이 유럽에서 촬영 중이다.
이는 “미국 감독들이 세금 환급을 받기 위해 유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유럽 시장이 더 많은 창조적 자유를 제공하기 때문”(이탈리아 영화 제작사 레오네 필름 그룹의 라파엘라 레오네 대표)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라트비아와 몰타에서 촬영 중인 ‘물의 연대기’의 제작자 찰스 길리버트는 “대부분의 미국 감독들이 미국에서 촬영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게 됐다”면서 “이는 더 이상 자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다”고도 밝혔다고 버라이어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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