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 아슬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숨은 욕망을 들추는 이야기와 꿈과 모험을 그린 뮤지컬 영화가 극장에서 맞붙는다. 20일 나란히 개봉한 김대우 감독의 ‘히든페이스’와 유명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위키드’가 관객을 찾아왔다. 장르와 소재, 주력하는 메시지는 물론 극적인 재미에서도 극명하게 갈리는 두 편의 영화 덕분에 오랜만에 극장가도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배우 조여정과 박지현, 송승헌이 뭉친 ‘히든페이스'(제작 스튜디오앤뉴)는 사랑과 질투, 상실과 복수심에 사로잡힌 세 남녀를 둘러싼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개봉 전 시사회로 작품을 공개한 직후부터 박지현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가 단연 화제를 모으지만, 노출 사실을 떠나 심연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인간의 욕망을 들추는 밀도 높은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다. 욕망을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다루는 감독과 배우들의 대담한 도전도 눈길을 끈다.
같은 날 관객을 찾아온 ‘위키드'(감독 존 추)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로 꼽히는 동명의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뮤지컬 무대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드라마틱한 시각효과와 인기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와 뮤지컬 스타 신시아 에리보를 앞세워 풍부한 감성으로 완성한 노래들을 선사한다. 영화는 원작 뮤지컬의 내용을 그대로 따른다. 그동안 원작은 토니상과 그래미 시상식 등에서 원작 뮤지컬이 휩쓴 트로피만 1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재미는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사실도 이번 영화를 향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 성인 관객 공략 VS 가족 단위 타깃
‘히든페이스’와 ‘위키드’가 각각 공략하는 타깃층은 조금 다르다. 배우들의 전라 노출 연기를 포함한 ‘히든페이스’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20대 이상의 성인 관객을 집중 공략한다. 반면 ‘위키드’는 전체 관람가 등급의 판타지 영화. 자녀와 부모가 함께 보는 가족영화에 최적화한 작품이다. 개봉 첫 주말의 스코어를 지켜봐야 하지만, 가족 단위를 공략하는 ‘위키드’가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누적 관객을 모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16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번 영화가 1부에 해당한다. 2부는 내년 개봉 예정이다.
배우들의 활약을 확인하는 재미, 이들 두 영화의 강점이다. ‘히든페이스’는 앞서 김대우 감독의 영화 ‘인간 중독’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송승헌과 조여정이 다시 뭉친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서로에게 갖는 믿음과 감독을 향한 굳건한 신뢰가 있어 가능한 재회다. 송승헌은 오케스트라의 젊은 지휘자인 성진 역이다. 약혼자인 첼리스트 수연(조여정)이 어느 날 영상편지만 남기고 돌연 사라지자 불안한 상실감에 빠져든다.
그런 성진 앞에 수연의 후배인 젊은 첼리스트 미주(박지현)가 나타나고, 둘은 음악 작업을 이유로 만남을 시작해 서로에게 품은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빠져든다. 성진과 미주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아슬아슬한 욕망의 관계를, 밀실에 갇힌 수연이 모두 지켜보고 있다는 설정이 ‘히든페이스’의 핵심이다. 밀실에서 성진과 미주의 관계를 낱낱이 지켜봐야 하는 수연을 연기한 조여정은 “카메라가 도는 순간 수연의 감정에 저절로 집중하게 됐다”며 “(배우가)집중하지 않으면 (관객을)납득시킬 수 없으니 엄청난 집중력으로 촬영했다”고 돌이켰다.
‘위키드’는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는 물론 지난 2016년 뮤지컬 ‘더 컬러 피플’로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신시아 에리보가 선사하는 뛰어난 노래를 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영화 후반부를 채우는 ‘위키드’의 대표 넘버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 장면은 전체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더빙 버전에 참여한 남경주와 고은성 등은 ‘위키드’의 한국 공연에 참여한 뮤지컬 배우들이란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개봉 당일인 20일 오전 10시 현재 예매율에서는 ‘위키드’가 앞서고 있다. 예매율 39%(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예매관객 13만2877명을 기록하고 있다. ‘히든페이스’는 예매율 14.1%, 예매관객 4만8052명이다. 본격적인 흥행 대결은 첫 주말인 22일부터 24일 사이에 벌어질 전망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