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과정을 극비리에 부쳐왔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가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올해 12월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의 연말 ‘빅 이벤트’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시즌2와 시즌3 촬영을 동시 진행했다. 1년 가까운 기간이 걸린 것이다. 출연진의 규모도 상당하다. 극중 456명의 참가자가 456억원을 거머쥐려 목숨을 내거는 게임에 참여하는 설정으로, 주조연과 단역 할 것 없이 많은 출연자와 스태프가 현장을 오갔다. 그럼에도 제작사 퍼스트맨 스튜디오 김지연 대표의 말대로 내용 유출이라는 “큰 사고 없이” 공개를 앞두게 됐다.
‘오징어 게임’ 제작진은 출연진 캐스팅 단계부터 철통같은 보안 유지에 신경을 썼다. 지난해 출연자 캐스팅 기사가 나올 때마다 넷플릭스와 각 배우의 소속사는 “확인 불가”로 대응했다. 넷플릭스는 출연 배우 측에 공식 발표 전까지 관련 사항을 말하면 안 된다는 조항을 내걸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촬영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본 유출을 막기 위해 인쇄나 메일 발송이 되지 않는, 모니터상으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대본을 활용했다. 지난 8월 ‘오징어 게임’ 시즌2 기자간담회에서 김지연 대표는 “스트리밍과 비슷한 형식”이라며 “자기 소유의 파일에서만 열리고, 그 모니터로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대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에 따르면 몇몇 배우들은 제작진에게 어떤 표시도 할 수 없는 ‘온라인 대본’이 “불편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제작진은 “욕을 먹더라도 ‘좀 감수하자’고 말했다. 시청자들에게 우리의 이야기가 도달할 때까지 잘 지켜야지라는 마음이었고, 배우들도 나중에는 이해해 주고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작은 단서도 남기지 않기 위해 작품에 출연한 배우라도 극중 탈락한 이후 대본은 공유조차 하지 않았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촬영했지만, 끝까지 ‘생존’한 몇몇 배우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이 작품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촬영현장 보안 역시 엄격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한 양동근은 지난해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마나 삼엄하냐면 매일 촬영하러 들어갈 때마다 비밀 유지 서약서에 서명해야 했다. 휴대폰 카메라에도 보안 테이프를 붙였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긴 바 있다.
취재진에게 현장을 공개하면서도 철통 보안은 뚫리지 않았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지난해 12월 국내 언론 취재진에게 세트를 공개했다. 이어 올해 8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관련 기사는 지난 11일과 13일이 돼서야 공개됐다. 촬영 세트 관련 기사는 거의 1년 동안 기사화할 수 없었다. 넷플릭스는 취재진에게 엠바고(보도 유예 시점) 협조를 요청했고,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취재재할 수 없도록 양해를 구했다.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최고 기대작이지만, 1년에 가까운 엠바고는 매우 이례적이어서 취재진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세트 공개 당시 국내 70여개 매체 취재진은 그 위치조차 알 수 없었다. 현장 도착 후 촬영과 녹음 방지를 위해 휴대전화는 봉투에 밀봉했고, 현장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 뒤에야 세트에 입장할 수 있었다. 당시 제작진은 극중 456명의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머무는 ‘대형 숙소’와 이들이 생존을 건 게임을 하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핑크 미로 복도’, 두 곳만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취재진에게 공개한 두 곳의 세트를 해체해야 하는 상황에 맞춰 이를 언론에 공개했지만, 여전히 촬영이 진행되는 과정이어서 보도 시점을 늦춰달라는 협조를 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8월 기자간담회는 연출자인 황동혁 감독과 김지연 대표가 직접 넷플릭스 측에 요청해 마련한 자리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세트를 엄청 공들여 지었는데 예산 때문에 계속 보여드리기가 어려웠다. 이걸 어떻게든 보여주고 싶어 기자들을 초청했는데, 당시에는 저희가 시간에 쫓기면서 촬영을 하고 있던 중이라 따로 대화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급하게 보내야만 했던 상황이라 죄송했다”며 다시 한번 양해를 당부했다.
“미리 알면 재미가 떨어지니까 모르는 상태로 많은 분들이 봤으면 하는 거다. 사실 그 이유 외에 (보안에)다른 이유는 없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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