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시리즈의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한 성소수자 영화를 선보이려던 터키의 영화제가 지방정부의 상영 금지 조치에 항의하며 축제를 전면 취소해 파장이 일고 있다. 영화제 측은 지방정부의 조치가 “예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 제한”이라며 항의하고 나섰다.
영화전문 매체 버라이어티와 스크린 데일리,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디펜던트 등 외신들은 8일 예술영화 제작·배급사이자 스트리밍 회사인 무비(MUBI)가 7일(이하 현지시간)부터 10일까지 터키 이스탄불 카디쿄이에서 열려던 ‘무비 페스트 이스탄불’을 개막 직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지방정부가 개막작인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 ‘퀴어(Queer)’의 상영을 금지하자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영화제 자체를 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무비는 이와 관련한 성명을 내어 “영화제 개막 몇 시간 전 개막작 ‘퀴어’의 상영이 지방정부 결정에 의해 금지됐다”고 밝혔다. 지방정부는 “공공의 평화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보안상 이유”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성명은 덧붙였다.
무비는 이번 조치가 “예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 제한”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영화제는 예술, 문화적 다양성, 커뮤니티를 기념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공간”이라면서 당국의 금지는 이 같은 “영화제의 본질적 의미와 목적을 훼손한다”며 영화제를 전면 취소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 “표현의 자유와 예술적 진실성의 보호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영화 ‘퀴어’는 윌리엄 S. 버로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티모시 샬라메 주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으로 잘 알려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연출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해 멕시코를 배경으로 두 남자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상영됐다. 이날 외신들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퀴어’가 상영 직후 9분 동안 객석의 기립박수로 호평 받았다고 썼다.
올해 1윌 버라이어티는 2024년 가장 기대되는 영화로도 봉준호 감독의 ‘미키17’과 함께 ‘퀴어’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유명 배급사 A24가 일반에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인디펜던트는 “터키 정부는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동성애에 대한 태도도 호의적이지 않다”고 썼다. 또 “올해 6월에는 터키 경찰이 이스탄불에서 열린 성 소수자 축제 ‘LGBTQ+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여한 일부 사람을 체포했고, 이스탄불 주지사는 이를 구체적 이유 없이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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