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와 김윤석이 오는 12월 스크린에서 정면충돌한다. 1967년생 동갑내기 친구이자 동료로 1990년대 초반 연극무대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뒤 30여년 동안 우정을 쌓아온 두 사람은 이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스타급 배우로 성장했다. 이에 이들이 펼칠 선의의 대결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송강호는 주연 영화 ‘1승'(감독 신연식·제작 루스이소니도스)을 오는 12월4일 선보인다. 뒤이어 일주일 뒤인 12월11일 김윤석은 신작 ‘대가족'(감독 양우석·제작 게니우스)으로 이에 맞선다.
송강호는 승리할 확률이 현저하게 낮은 프로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하는 이야기를 펼친다. 극 중 지도자 생활 통산 승률 10% 미만의 선수 출신 감독이다. 운영하던 어린이 배구교실이 폐업 위기에 놓인 뒤 프로배구단 구단주인 재벌 2세(박정민)로부터 해체 직전의 구단이 한 번이라도 1승을 거두면 상금 20억원을 주겠다는 제안에 다시 코트에 나선다.
영화는 송강호가 각각 주연해 선보인 지난해 영화 ‘거미집’의 각본과 올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의 연출을 맡았던 신연식 감독의 신작. 신 감독과 세 번째 호흡에 나선 송강호는 배구를 소재로 한 첫 한국영화 ‘1승’에 대해 “관객이 1승을 쟁취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윤석은 외아들(이승기)이 스님이 되어 출가하자 대가 끊길 위기에 놓인 집안에 갑자기 어린 아이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극중 만두 맛집으로 널리 알려진 노포를 운영하며 이야기를 이끈다. 영화 ‘변호인’과 ‘강철비’의 연출자 양우석 감독과 호흡을 맞춘 무대이기도 하다.
두 작품 속 이들은 사실 최근 대체로 무게감 있고 진지한 이미지의 캐릭터로 무대에 나서왔다. 하지만 송강호는 데뷔 초기인 2000년대 초반 ‘반칙왕’ ‘조용한 가족’ 등에서, 김윤석은 ‘즐거운 인생’ ‘거북이 달린다’ ‘완득이’ 등에서 다소 경쾌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친근감을 더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두 작품으로 펼칠 경쟁이 더욱 관심을 끈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초반 서울 대학로의 명문 극단인 연우무대에서 처음 만났다. 연우무대는 문성근, 강신일, 김의성, 김뢰하 등을 배출하기도 했다.
경남 김해 출신 송강호는 1990년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해 부산에서 연우무대의 ‘최선생’을 보고 무작정 상경해 김윤석을 만났다. 그에 앞서 김윤석은 1988년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무대에 나선 뒤 1990년대 초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 올라와 연우무대에 입단했다. 두 사람은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1993), ‘지젤'(1994), ‘살찐 소파에 관한 일기'(1994) 등에 함께 출연하며 동고동락했다.
이후 송강호는 연우무대 선배 김의성을 따라 홍상수 감독의 1996년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스크린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1997)에서 ‘진짜 깡패’ 같은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 눈도장을 찍은 뒤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스타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김윤석은 1990년대 후반 “연극이라는 것 자체가 가지는 속성에 회의감”을 느끼며 귀향했다. 이에 송강호는 김윤석에게 종종 전화를 걸어 “배우가 연기 안 하고 뭐 하고 있느냐”며 용기를 주었다. 김윤석은 다시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을 마주하고는 김민기 대표가 이끌던 극단 학전에 찾아가 뮤지컬 ‘의형제’로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전윤수 감독의 2001년작 ‘베사메무초’에 출연하며 스크린에 데뷔했다.
송강호는 연우무대에서 연극을 올릴 당시 김윤석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는 등 두 사람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함께 성장했다. 그리고 다시 선의의 경쟁에 나선다. 자신들의 우정 만큼 깊은 연기력을 과시해온 두 배우가 올해 연말 관객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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