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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뮤비는] 조용필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에 영화 ‘괴물’과 ‘부산행’이? ‘ 이주형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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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의 정규 20집 앨범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의 연출한 이주형 감독. 사진=본인 제공
조용필의 정규 20집 앨범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의 연출한 이주형 감독. 사진제공=이주형

조용필이 지난 10월22일 선보인 정규 20집의 타이틀곡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는 어딘가 독특하지만 보는 이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지점이 있다. 드라마타이즈 형식을 차용한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는 1000만 영화인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부산행’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주인공 이솜은 각 영화 속 인물이 되어 학생인 전미도의 손을 잡고 달리기도 하고, 시공간을 넘나들며 기억 속을 헤매인다. 

“이 길에 힘이 겨워도, 또 안된다고 말해도, 이제는 믿어 믿어봐”라고 말하는 조용필의 목소리 위에 얹힌 이미지들은 부모와 자식의 조건 없는 응원과 믿음의 시선을 묘사해낸다. 자신이 온전히 보호해 줄 수 없는 세상 속으로 자식을 내보낼 때 염려와 다짐, 응원은 뮤직비디오의 연출자인 돌고래유괴단 소속의 이주형 감독의 시선으로 차곡차곡 쌓였다. 

그가 소속된 돌고래유괴단은 2007년 영화 제작을 위한 모임에서 시작해 2015년 신우석 대표가 설립한 광고 및 영화 제작사. 특히 최근 걸그룹 뉴진스의 ‘디토’ ‘OMG’ ‘ETA’ 등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주형 감독은 익숙한 일상의 순간들을 비틀어 ‘새로운 시선과 관점’을 만들어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스킨라빈스 추석 선물 세트 광고, ‘던전앤파이터’ 광고, 소니 헤드폰 광고가 대표적으로, 그중 ‘던전앤파이터’ 광고는 컴퓨터의 키보드의 단축키를 의인화해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이 같은 시선은 ‘그래도 돼’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물씬 풍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성을 기반으로 가사의 주요한 내용은 ‘응원’이라는 키워드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 감독을 전화로 만났다. 

조용필의 정규 20집 앨범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에서 이솜이 누군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출처=뮤직비디오 화면 갈무리

▲어떻게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게 됐나. 

“조용필 선생님 측에서 기존 뮤직비디오와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고 싶어 하셔서 수소문을 하셨다고 하더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조용필 선생님 측에 돌고래유괴단을 추천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돌고래유괴단 쪽으로 의뢰가 들어왔고, 내부 회의를 통해 내가 연출을 맡게 됐다.”

▲진행 과정은 어땠나. 따로 조용필과 논의한 부분이 있나?

“시나리오가 완성된 이후 전달드렸다. 듣자마자 별다른 코멘트 없이 바로 진행했다. 완성된 영상을 보여드리니 몇 마디 하시고, 딱히 내용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 답변은 없으셨다. 전적으로 믿어주셔서 감사하다”

▲뮤직비디오는 TV 속 영화 ‘괴물’의 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괴물이 한강 다리 아래로 빠지는 컷 뒤에 병원복을 입은 이솜의 반응 숏이 맞붙는다. 옆에서 그런 이솜의 모습을 지켜보는 박근형, 그 다음에는 ‘괴물’의 한 장면에 들어가 등장인물이 된 이솜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부산행’ 등 일반에 잘 알려진 영화의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다.  

“‘그래도 돼’라는 노래 자체가 조용필 선생님의 음성으로 누군가를 향한 끊임없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비유적으로 가사의 내용을 표현하고 싶었다. 타인에게 응원을 보내는 장면을 상상할 때,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치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건 없는 응원이라는 키워드가 대중적으로 어떻게 공감을 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생각하다 보니, 부모와 자식 관계의 이야기로 발전했고 치매라는 설정이 들어갔다. 기억이 왜곡되고 합쳐지고 점프되는 기억들을 사용하기 위해서 영화적 표현을 사용하려 했다. 내가 알던 영화 내용에 ‘원래 저 사람이 있었나’라고 헷갈리게 하면서 치매 세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 ‘부산행’ 등을 선정한 기준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아는 장면이 있는 영화였으면 했다.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고 친숙한 장면들을 왜곡시키는 방식으로 사용하고자 했다”

조용필의 정규 20집 앨범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에서 이솜(맨 오른쪽)이 영화 ‘괴물'(2006)의 한 장면에 등장인물로 나온 모습이다. 사진출처=뮤직비디오 화면 갈무리

▲뮤직비디오 내내 이솜은 계속해서 뛴다. ‘괴물’ 장면에서 학생 전미도의 손을 잡아 괴물을 피하기 위해, ‘부산행’ 장면에서는 달려오는 좀비들을 피해 수능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며 멈춘다. 이후 ‘태극기 휘날리며’의 전쟁 한복판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변요한이 입대하는 모습, 1991년 학예회, 어린아이가 운동회에서 달리는 장면 등 다양한 모습이 담겼다. 마치 세상이란, 내가 보호해 줄 수 없는 곳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자식에 대한 걱정과 우려, 그동안 달려온 자신을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처음 시작은 수능 시험장에 딸을 황급히 데려가는 엄마의 이미지를 상상했던 것 같다. 엄마가 달리는 기분을 좀 왜곡시키고 싶었다. 달린다는 설정을 처음 생각한 것 같다. ‘괴물’이나 ‘부산행’에도 무언가에서 벗어나 달리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나.” 

▲후반부에 도달하면, 이솜이 맡은 역할이 어쩌면 치매나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결정적으로 1991년 학예회 무대를 누군가 찍어줄 때, 뷰 파인더에 보이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확신하게 된다. 뮤직비디오가 진행되면서 TV의 프레임, 사진의 프레임, 영화의 프레임까지. 매체적 특성을 이용해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느낌으로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문장 구조로 연결되어야 했다.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때, TV를 떠올리게 됐다. 무엇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설정 안에 기억이라는 상징적인 요소들이 담겨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용필의 정규 20집 앨범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에서 이솜의 딸과 아들을 연기한 전미도(왼쪽부터)와 변요한의 모습이다. 사진= 조용필Official '그래도 돼' 캡처본.
조용필의 정규 20집 앨범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에서 이솜의 딸과 아들을 연기한 전미도(왼쪽)와 변요한. 사진출처=뮤직비디오 화면 갈무리

이솜, 박근형, 전미도, 변요한 등 익숙한 얼굴들이 대거 등장한다. 뮤직비디오의 이미지와 함께 배우들의 출연으로 풍성해진 느낌이다. 

“이솜 배우는 기회만 된다면, 늘 같이 하고 싶은 분이었다. 프로젝트를 하면, 이미지에 맞는 배우들을 리스트업하게 되는데 다른 조건을 다 떠나 이솜 배우는 언제나 늘 있었다.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의 주요 컷은 그가 간호사의 존재를 인지하고 현실을 마주한 순간인데, 어떤 몽환적인 느낌을 풍겼으면 했다. 이솜 배우가 지닌 장르를 예상할 수 없는 지점들이 표현되는 순간이 있다. 현장에서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을 해줘서 고맙다.

전미도와 변요한 배우는 뮤직비디오 속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다. 역할의 포인트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었다. 부드러운 이미지와 현실적인 느낌이 공존했으면 했다. 특히 달을 바라보는 장면은 엄마와 아이가 눈을 맞추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두 배우가 가진 특유의 미소와 눈빛이 따뜻하게 잘 녹아들어 좋았던 것 같다. 전미도 배우에게 처음 의뢰를 넣었는데, 너무 영광스러운 제안이라고 해서 감사했다. 변요한 배우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적극적이어서 현장에서도 힘차게 찍었던 것 같다. 박근형 선생님이 맡은 인물은 다른 무엇보다 이솜 배우가 할머니라는 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자라고 생각했다. 촬영하며 프레임에 담긴 모습을 봤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울컥하더라. 처음부터 박근형 선생님을 생각했다. 선생님이 지닌 진지한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영화의 주요한 컷을 합성한 CG 장면, 캠코더로 찍은 장면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촬영됐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 안에 완성됐다. 모든 스태프가 모였을 때, 마치 대책회의를 하는 느낌이었다. 최단 시간에 병실 세트, 달 세트까지 준비해서 힘든 작업이었다. 영화 장면에 배우를 합성하는 CG컷도 그랬다. 그날의 날씨, 조명의 컨디션에 따라 느낌이 다르지 않나. 현장에서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기도 했다. 영화 ‘부산행’을 직접 조명하신 감독님과 함께 ‘부산행’ 장면을 재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캠코더 장면은 내가 직접 찍었다. 촬영감독한테 부탁했었는데, 너무 전문가적인 느낌이 들어서 내가 카메라를 들고 현실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다.”

조용필 정규 20집 ’20’의 타이틀곡 ‘그래도 돼’의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아 영광스러운 마음과 함께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었을 것도 같다.

“부담이 앞서기도 했다. 돌고래유괴단 팀이 최근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잘 알려지기도 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처음이었다. 심지어 조용필 선생님의 정규 20집 앨범의 타이틀곡이라니. 그럼에도 좋았던 부분은 조용필 선생님이 워낙에 믿어주셔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의도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 마치 노래의 가사처럼. 하하! 처음에 가졌던 생각을 마지막으로 끌고 갔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 너무 좋았던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조용필의 정규 20집 앨범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에서 이솜이 달에 도착해 위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 조용필Official '그래도 돼' 캡처본.
조용필의 정규 20집 앨범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에서 이솜이 달에 도착해 위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출처=뮤직비디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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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h@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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