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의 탈을 썼지만 알맹이는 웃음이 가득하다. 시쳇말로 ‘쫄보’들도 볼 수 있는 공포영화다. 그렇다고 공포영화가 아닌 것은 아니다. 곳곳에 깜짝깜짝 놀랄 만한 요소가 배치돼있는데 웃음이 이를 넘어선다.
오는 6일 개봉하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아메바 소녀’와 ‘학교괴담’이라는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코앞에 둔 여자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단세포 생물과 동급 취급받는 수능 8등급의 방송부 3학년 세 학생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다. 영화감독 지망생인 지연(김도연)이 성적 때문에 고민하던 중 학교에서 우연히 발견한 ‘1998년 귀신 숨바꼭질’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되며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인 즉, 그해 세명의 학생이 귀신과 벌인 숨바꼭질에서 성공해 수능 만점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지연은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된 영상을 본 이후부터 자꾸만 귀신이 눈에 보인다. 귀신에게 시달리지 않으려면 개교기념일에 귀신과 숨바꼭질을 해야 하는 상황. 수능 만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연의 얘기에 영화 촬영감독을 꿈꾸는 현정(강신희)과 배우 지망생 은별(손주연)이 가담하고, 만약을 대비해 “남다르다”고 소문난 종교부 2학년 민주(정하담)가 “용병”으로 투입된다. 그렇게 네 사람이 귀신과 숨바꼭질에 나선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학교괴담’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 때문에 그저그런 공포영화로 생각할 수 있지만, 숨바꼭질이 시작되면 어처구니 없는 웃음으로 바뀌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공포영화를 만나게 된다. 이를 테면, 숨바꼭질을 멈추려면 소금을 뿌려야 하는데 하필이면 준비한 소금이 저염식 소금이라서 실패하는 식이다. 난데 없이 웃기는 상황들이 속출한다.
영화는 이 같은 ‘병맛’ 웃음뿐 아니라 영화적 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풍자로도 유쾌함을 선사한다. 한국 공포영화의 레전드 ‘여고괴담’ 시리즈, TV 드라마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전설의 고향’ 등 공포 대표작들을 오마주하면서도 점프 커트로 깜짝 놀랄 것 같은 순간에 슬로우를 배치하는 등 클리셰를 역이용하거나 파괴하는 방식으로 신선한 재미를 안긴다.
그와 동시에 1998년부터 지금까지 반복돼온 귀신 숨바꼭질, 학교 괴담을 통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학생의 개성과 재능은 무시되고 성적만을 우선하는 교육 현실을 꼬집는다. 그래서 후반부 민주가 귀신과의 숨바꼭질을 전복하는 ‘각성’의 과정은 웃음을 주는 것 이상으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2023년 ‘버거송 챌린지’ 2022년 ‘빨간마스크 KF94’ 등 단편에서 뛰어난 코미디 감각을 보여준 김민하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이다. 공포의 탈을 쓴 코미디 영화라는 점에서 지난 6월 개봉해 177만명을 사로잡은 ‘핸섬가이즈’도 떠오른다. 지난 달 열린 스페인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만 가오슝국제영화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필름위크에도 연달아 초청돼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감독: 김민하 / 출연: 김도연, 손주연, 강신희, 정하담 / 제작: 26컴퍼니 / 장르: 공포 / 공개일: 11월6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90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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